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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은 총성 없이 무너진다 - 군사 인플루언서 제언 ⑧

데이터 전장의 시대, 한국 전술통신은 정말 안전한가?

작성일 : 2026.01.03 03:16 수정일 : 2026.01.30 12:29 작성자 : 스파르탄 (외부기고)

LIG넥스원이 개발 중인 워리어 플랫폼, 드론봇 등 미래 전투체계에 최적화된 차세대 전술통신체계 개념도.    [사진: LIG넥스원 홈페이지 캡처]

 

   전장은 더 이상 화력의 경쟁이 아니다. 드론과 감시자산이 수집한 영상, 병사의 위치 정보, 차량과 무기체계에서 생성되는 각종 센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결합되고, 지휘관은 그 위에서 결심한다. 이 구조에서 핵심은 총도 미사일도 아닌 통신이다. 통신이 흔들리면 전장은 총성 없이 무너진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최근 우리 군은 차세대 전술통신 체계의 신속한 전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여단급 이하 부대를 대상으로 한 MANET 기반 통신체계가 개발과 시험 단계에 들어서면서, 전술통신은 더 빠르고 더 많은 연결을 전제로 재편되고 있다.

   이제 질문은 더 이상 추상적일 수 없다. 한국의 전술통신은 정말로 안전한가, 아니면 ‘안전할 것이라 가정한 채’ 속도만 앞세우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최근 국내에서 드론·무인체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중국산 부품 의존, 공급망 보안, 업데이트 통제 논란은 더 이상 민간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전술통신 역시 성능과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검증과 통제의 문제로 옮겨오고 있다. 통신이 흔들리면 전장은 총성 없이 무너진다. 이제 이 문장은 경고가 아니라, 정책 결정자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민간망과 군 통신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 군의 전술통신은 이미 음성 중심 체계를 넘어 데이터 전송형 무전기와 네트워크 중심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민간 5G·LTE 망과의 연동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과거처럼 “민간은 민간, 군은 군”으로 명확히 구분하던 통신 환경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신 장비의 설계, 부품 조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경로, 유지보수 방식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체가 안보 변수가 되고 있다. 민간 통신 인프라에서 발생했던 공급망 논쟁이 이제는 군 전술통신 영역으로 그대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전술통신은 더 이상 폐쇄된 군 전용 체계가 아니라, 상용 기술과 접점이 늘어나는 혼합형 시스템(hybrid system)으로 진화하고 있다.


MANET 전술통신, 강력해질수록 취약해진다.

   최근 추진 중인 MANET¹ 기반 전술통신은 이러한 변화의 상징이다. MANET은 기지국 없이 단말들이 자율적으로 망을 구성해 드론·전투원·차량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구조다. 전장 상황 인식과 지휘 결심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전술통신의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자율망의 장점은 동시에 구조적 취약점이 된다. 단말 장비, 펌웨어², 무선 파형, 암호키 관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체계 중 어느 한 층에 문제가 생기면 그 영향은 단일 장비에 그치지 않고 망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특히 신속획득 사업처럼 일정이 촘촘한 경우, 납품 이후 반복되는 수정과 기능 보완은 필연적으로 업데이트 채널을 만든다. 이 채널이 통제되지 않으면 성능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통신은 하나의 장비가 아니라, ‘연결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위협은 해킹이 아니다, ‘획득 모델’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위협은 전통적인 의미의 사이버 공격이 아니다. 미국 국방부가 분석한 중국의 접근 방식은 해킹이 아니라 ‘획득 모델(acquisition model)’에 가깝다. 공개정보 분석, 투자, 인재 이동, 연구 협력, 파트너십을 결합해 기술이 만들어지는 경로 자체에 들어오는 방식이다.

   미 국방부 연구에 따르면, 중국 연구자들은 미국 국방부의 중소기업 연구지원 프로그램인 SBIR³의 공개 데이터를 장기간 분석해 기술 우선순위와 유망 기업을 식별해 왔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상당수 사례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미래 군사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는 구조적 기술 이전(technology transfer)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미국이 이를 범죄가 아니라 제도와 거버넌스의 취약성 문제로 규정하는 이유다.


우리가 지금 점검해야 할 최소 기준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가. 단정이나 낙인이 아니라, 검증의 질문이 필요하다.

첫째, BOM과 SBOM이다.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 구성요소가 끝까지 투명하게 추적되는가?
둘째, 키 관리와 업데이트 거버넌스다. 누가 소프트웨어를 빌드하고, 누가 서명하며, 누가 배포하고, 누가 이를 감사하는가?
셋째, 상시 모니터링 체계다. 비정상 트래픽이나 예기치 않은 비콘 신호, 이상 링크 패턴을 탐지할 수 있는가?
넷째, 벤더·투자·협력 구조다. 특정 기업이 해외 제재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제3국 시장으로 이동하는 시장 역학은 없는가?

   일부 해외 데이터 무전기 사례가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제품을 지목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기준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는 희망은, 전장에서 아무런 방어 수단이 되지 않는다.


속도가 아니라 검증이 전투력을 만든다.

   중국의 기술 접근 방식은 점점 더 사이버 공격이 아니라 획득 모델에 가까워지고 있다. 공개정보만으로도 기술 지도를 그리고 표적을 고를 수 있는 시대다. 한국 전술통신은 지금 강해지는 동시에 노출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전술통신의 전투력은 전송 속도나 연결 수가 아니라, 신뢰 가능한 통제와 검증 구조에서 나온다. 속도를 앞세운 전력화가 검증을 대체할 수는 없다. 통신이 흔들리면 전장은 총성 없이 무너진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도, 충분히 점검했는가?

 

<각주>

1. MANET (Mobile Ad Hoc Network): 기지국 등 고정 인프라 없이 무선 단말들이 자율적으로 연결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통신 방식

2. 펌웨어(Firmware):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하는 저수준 소프트웨어

3. SBIR (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미국 연방정부가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경쟁형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

4. BOM (Bill of Materials) / SBOM (Software Bill of Materials):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부품·코드의 상세 명세 목록

5. 비콘 신호(Beacon Signal): 네트워크 상태 확인이나 연결 유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송신되는 신호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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