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도 늦게나마 In-ear형 헤드셋을 도입하였으나 야전에서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작성일 : 2025.04.11 10:59 수정일 : 2025.09.09 02:55 작성자 : 스파르탄(외부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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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ie Bacon 상사가 텍사스주 Fort Bliss에 있는 자신의 분대에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전술 통신 및 보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 : 미 육군 홈페이지에서 캡처] |
① Protection이 왜 중요한가? ② 방탄헬멧 ③ 아이프로텍션 ④ 이어프로텍션 ⑤ 방탄복
⑥ 전투복 난연체계 ⑦ 전투복 위장체계 ⑧ 방한피복체계 ⑨ 화생방위협보호체계 ⑩ 전투화
전투원의 생존과 직결되는 청력보호 문제
인간의 감각기관별 주변 정보 인식 기여율을 보면, 시각이 83~87%를 차지하고, 이어서 청각이 7~11%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전장에서 눈이 볼수 있는 범위는 한정되는 있는 반면 청각은 전후좌우와 상하를 모두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전투원의 상황인식과 전투력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총성과 폭발음이 난무하는 전장은 갑자기, 또는점진적으로 전투원의 소음성 난청을 유발하며, 이는 보이지 않는 부상으로 작용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역에서의 미군 통계자료를 보면, 소음으로 인한 청력 손실과 이명이 가장 흔한 전투 관련 장애로 보고되었으며, 이로 인해 매년 수십억 달러의 보훈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청력이 손실되면 정보 인식력이 떨어져 위험의 감지가 둔해지면서 전투지속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한 예로, 2004년 이라크에서 IED(급조폭발물) 폭발로 고막이 파열된 한 병사는 동료들의 “엄폐하라!”는 경고를 듣지 못해 상급자가 몸을 던져 피신을 시켜야 했다. 이처럼, 청력보호구는 방탄복과 헬멧만큼이나 전투원의 생존에 중요하며, 청력 손실은 한순간에 전투원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문제는 귀를 보호하려고 수동형 폼 이어플러그와 같은 보호구를 착용하면 아예 소리를 차단해버려 감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딜레마다. 따라서, “듣지 못하는 보호”는 보호가 아닌 셈이며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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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에서 사격훈련 때 자주 사용되고 있는 귀마개. 이러한 플러그가 대표적인 수동형 청력보호구이나 훈련이나 전투 활동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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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과 NATO의 능동형 이어프로텍션 도입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군과 NATO 군대는 청력보호의 패러다임을 전자식의 "들을 수 있는 보호구"로 전환해 왔다. 미군은 2000년대 초에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3M PELTOR COMTAC 헤드셋을 도입하였다. 이 헤드셋은 레벨-디펜던트 청력 보호(Level-Dependent Hearing Protection) 기능을 통해, 총성이나 폭발음과 같은 유해한 고강도 소음을 자동으로 감쇠시키면서도 발소리와 대화 등 주변의 저강도 소리는 증폭하여 사용자가 상황 인식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군은 이러한 전자식 청력보호 통신장비(TCAPS)를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2014년부터는 수만 명의 병사들이 훈련 단계부터 사용하고 있다 . 미 육군 관계자는 “청력보호구가 장병들의 전투 효과성을 높이고, 무사히 귀향할 때까지 청력을 지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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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력보호구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대화가 가능해야 하며 상황인식 능력이 떨어져서는 안된다. [사진 : INVISIO 홈페이지 캡처] |
이와 같은 움직임은 미군뿐만 아니라 NATO 회원국들도 마찬가지다. 영국군은 2010년 “전장 청각보호”를 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2015년부터 INVISIO社의 전자식 인이어(In-Ear) 헤드셋을 도입해 약 3만 명의 장병들에게 보급했다. 영국군의 THPS(Tactical Hearing Protection System) 사업팀은 소총 발사 시 발생하는 충격 소음이 청각 손실의 주범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청력 보호와 동시에 대화와 상황인식을 할 수 있어야 효과적인 전투 수행이 가능하다”는 요구조건을 밝힌 바 있다. 프랑스, 캐나다, 호주, 덴마크 등도 유사한 능동형 청력보호 통신장비를 도입하였다. 노르웨이군은 Over-the-ear와 In-ear 구성 요소를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하거나 결합할 수 있는 전술 헤드셋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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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인식 기능이 있는 In-ear 및 Over-the-ear 청력보호 헤드셋 [사진 : INVISIO 홈페이지 캡처] |
청력 보호구 착용의 "습관화" 문제
미군이 수동형 귀마개만 지급하던 시절, 많은 장병들은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보호구 착용을 기피했다 . 미군 의무장교 J. A. 브레넌 대령은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경험을 되짚으며 “당시에도 청력보호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병사들이 답답해서 안 끼려고 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미군은 기술과 교육의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앞서 언급한 능동형 전자식 보호구 개발이 기술적 해법이었다면, 교육 측면에서는 아예 신병 때부터 보호구 사용을 습관화하는 훈련을 병행했다. 실제로 미군은 TCAPS 장비를 지급받은 병사들이 평시 훈련부터 통신 및 전투장구의 일부로 착용하도록 해 보호구 착용을 체화(體化)시키고 있다. 브레넌 대령은 “아직 귀가 들릴 때 상관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게해야 한다”며 청력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강력히 주문했다.
반면, 우리는 우크라이나군이 청력보호를 소홀히함으로써 치른 대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대규모 포병전이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수많은 전투원들이 폭음으로 난청을 얻어 보청기가 필요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해외의 한 지원단체는 “전쟁에서 귀 보호는 필수적이다. 포병 사격은 귀청이 터질 듯이 크기 때문에 군인들은 반드시 청력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최전선 우크라이나 병사들에게 전자식 헤드셋 150여 개를 긴급 지원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청력보호구의 사용이 전투 이후 장병들의 일상적인 삶까지 좌우하는 현실인데도, 정작 우리 군의 청력보호 장비 보급과 사용은 안일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군 청력보호구의 현주소
우리 군도 늦게나마 워리어플랫폼 사업을 통해 청력보호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보병부대에 Silynx社와 Savox社의 In-ear형이 보급되었는데, 일선 장병들의 사용 후기를 들어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무겁고 거추장스럽다”, “무전 연결시 잡음이 심해 아예 훈련 때 지급만 받고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제보도 있다. 기고자가 실제 착용해본 Silynx社의 제품은 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최악의 프로텍션이었다. 왜 외국군들이 이 제품을 채택하지 않았는지 알만했다. Savox社의 제품 역시 보급버젼을 사용해 보았는데 귀에서 자주 빠지고, 소리가 선명하지 못하여 오랫동안 착용할 수 없었다.
두 제품 모두 군사용으로 채택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나름 이어프로텍션을 많이 착용해서 습관화가 된 기고자가 이정도 불편을 호소할 정도이니 야전의 상황이 어느정도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보호구가 불편해서 사용하지 않았던 과거 미군의 악순환을 우리 육군이 답습할 우려가 있다. 한편, 무전기와의 연결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두 제품 모두 현재 한국군이 사용하고 있는 개인용 무전기와 연결이 상당히 불안정했다. 수많은 사용자들이 이러한 현상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데, 육군은 정작 들을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사실 이 문제는 개인용 무전기 시스템과도 관련이 되기 때문에 추후 무전기를 논할 때 추가로 언급하도록 하겠다.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이제 우리 군도 청력보호 장구의 혁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우리 군의 청력보호구 후진성은 단순히 하나의 장비 문제가 아닌, 군사혁신 마인드의 지표로 봐야 한다. 야전에서는 여전히 “잠깐 훈련하는데 괜찮겠지!”하며 귀마개조차 뺀 채 사격훈련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러한 안일함의 대가는 수년, 수십년 후 폭발할 것이다. 미국이 청력보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역 장병들의 난청 보훈 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비역 인구가 늘고 고령화되는 가운데, 군 복무 중 입은 청각 손상은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결국 해결책은 외국군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어 과감히 개선하는 길밖에 없다. 첫째, 청력보호구를 전투 필수품목으로 인식하여 개인전투체계의 필수 구성요소로 격상시켜야 한다. 장병들이 훈련할 때 청력보호구를 착용하는 것을 더 이상 선택사항으로 남겨 두어서는 안된다. 훈련 준비상태를 점검할 때 방탄헬멧이나 방탄복의 착용과 함께 청력보호구 착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상시 착용여부를 점검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둘째, 기술 개발을 통한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 현재 수입에 의존하는 제품들을 대체하거나, 국내 실정에 맞게 개량한 한국형 청력보호 통합 통신 헤드셋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예산 절감이 아니라 전시 조달능력 확보와 체계 통합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현재 육군은 워리어플랫폼 사업을 통해 다양한 신형 전투장비들을 보급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까지 성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는 거창한 기술로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병사의 감각기관을 보전하고 전투 지속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작지만 필수적인 장비들을 제대로 갖추어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선진 강군으로 가는 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청력보호구의 발전과 보급은 우리의 방산 혁신과 병영문화 개선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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