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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크림반도의 한 도시 심페로폴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무장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해군 기지로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푸틴은 이들이 크림반도의 자발적인 자위대라고 했지만 사실은 러시아의 정규군이었다. ⓒ BBC |
하이드브리드전과 인지전이란 무엇인가?
두 가지 모두 몇 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운 개념이다.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은 2007년 미국의 전략가 호프만(Frank Hoffman)이 처음 제안한 군사전략 이론으로, 군사적 조치와 비군사적 조치를 적절히 섞어 활용하여 전쟁을 수행한다는 개념이다. 여기에는 정보우세를 통한 여론전과 심리전, 정치·외교·경제적 압박을 통한 혼란과 분열 유도, 사이버 공격 등의 비군사적 수단이 모두 활용된다. 미 육군의 정의에 따르면 인지전(Cognitive Warfare)은 전쟁 또는 전투에 참가하는 전사와 민간인들의 인지 메커니즘(cognitive mechanism)을 조작함으로써 적의 공세적 전쟁 및 전투 의지를 훼손시키고 말살하는 비살상 전투다. 인지전은 물리적 파괴와 공격이 아닌, 심리-사회구조-기술적인 복합전 또는 하이브리드전으로 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제를 제기한 이유는?
21세기의 전쟁은 더 이상 전통적인 전투에 의존하지 않는다.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 전, 그리고 전투가 끝난 후에도 전쟁은 계속된다. 무기는 보이지 않으며 전장의 경계는 모호하다. 바로 인지전과 하이브리드전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쟁수행 방식은 현실 속에서 이미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정보전 및 글러벌 영향력 확대, 북한의 대남 심리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비해 한국군은 물리적 요소인 첨단과학기술군 육성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한국군도 이러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대비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전력 강화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례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가짜 뉴스와 선전을 통해 내부 갈등을 조장했다. 친러 성향의 정치세력을 지원하며 국민의 인식을 교란시켰고, 결국 정규전과 비정규전을 활용한 하이브리드전으로 전쟁을 개시했다. 2014년, 유로마이단 사건을 빌미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할 당시 그곳에서 "작은 녹색 사람들(Little green men)"이라고 불리는 정체가 명확하지 않은 무장한 사람들이 목격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기자들이 모두 사용한 이 문구는 제복의 색상과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 모두를 의미했지만, 사실 이들은 러시아 군인들이었다. 러시아 국영 및 친정부 언론들은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상점에서 제복과 장비를 구매하여 조직한 자위대의 일원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크림반도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개입을 은닉하였으며, 정치적으로 크림반도의 친러성향을 강조함으로써 합병사실을 합리화하였다.
중국은 "샤프파워(Sharp Power)"를 이용해 국제적 여론을 조작하고 경제적 의존도를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와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군사력의 개입 없이도 주변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샤프 파워라는 말은 2018년 조셉 나이(Joseph Nye)가 처음 사용하였다. 그는 중국의 샤프파워를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 사이의 무언가로 설명하면서, 검열과 조작을 통해 독립기관의 성실성을 훼손하려는 노력을 포함하는 국제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샤프파워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치적 환경을 왜곡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샤프파워는 소프트파워에서처럼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도록 하는 능력이며 정보를 전파하고 조작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속적인 사이버 공격, 대남 심리전, 그리고 내부 혼란을 유도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북한의 해커 조직이 국내 기업과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하며 사이버전의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다. 이처럼 인지전과 하이브리드전은 전통적인 군사작전보다 더 은밀하면서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전쟁의 표적이 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인지전의 본질은 국민의 인식을 조작하고, 정치·사회적 혼란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인지방어체계(Cognitive Defense System)" 구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첫째, 가짜 뉴스 및 오정보에 대한 대응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NATO가 "인지방어 태스크포스"를 운영하여 러시아와 중국의 심리전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도 군-정부-민간이 협력하는 "(가칭)인지방어센터"를 운영해 가짜 뉴스 및 정보 조작에 대응해야 한다. 둘째, 군 내부의 대심리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전장병을 대상으로 대심리전 교육을 체계화하여 적의 인지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SNS를 활용한 심리 조작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셋째, 국가적 정보주권을 강화해야 한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해외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 조작을 막기 위해 국내 정보플랫폼을 육성하고, 주요 미디어 채널의 국가적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편, 하이브리드전은 정규전과 비정규전, 경제전, 사이버전 등이 결합된 형태다. 한국군 역시 이에 맞춰 기존의 군사전략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첫째, 사이버전 부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가 있지만 전 세계적인 사이버전 트렌드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 미국은 NSA(국가안보국)와 사이버사령부를 긴밀히 운영하며 적극적인 방어와 공격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도 공세적 사이버전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비대칭 전력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북한과 같은 비정규전 위협에 대비하여 우리도 특수전 부대 및 비대칭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드론, AI 기반 감시체계, 전자전 장비를 활용한 비대칭 작전 능력을 증대해야 한다. 셋째, 경제안보와 군사력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자원을 무기화하는 국가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도 경제적 요소를 군사전략과 연계하는 체계의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인지전과 하이브리드전의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를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첫째, 정보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 NATO식 "공동정보분석센터"를 운영하여 북한, 중국, 러시아의 인지전 및 사이버 공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공동 사이버훈련을 정례화해야 한다. 미군과 일본 자위대와 함께 사이버전 및 정보전에 대한 합동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셋째, 대국민 안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하이브리드전은 군만이 아닌 국민 전체가 대상이다. 정부와 군이 협력하여 국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참고로 디지털 리터러시는 기술적 능력과 인지적 능력을 결합하는것으로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사용하여 정보를 만들고 평가하며 공유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마무리
인지전과 하이브리드전은 총성이 울리지 않는 전쟁이다. 하지만, 그 피해는 물리적 전쟁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첨단과학기술군을 육성하고 국방력을 강화하더라도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위험이 있다. 한국군은 이제 더 이상 전통적인 군사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보전, 심리전, 경제전, 사이버전을 포함한 종합적인 국가안보전략이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국방 개혁을 통해 "소리 없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과 역량을 구축해야 할 때다. 우리는 이미 전쟁 중이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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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탄(외부 기고자)
스파르탄은 기고자의 필명으로, 개인적 활동상의 문제로 본명은 밝히지 않는다.
스파르탄랩을 운영하고 있는 프리랜서로 군에 대한 각종 전문지식을 다루고 있는 군사 인플루언서이다
주로 본인의 블로그와 워리어네트워크(네이버카페 커뮤니티)에 글을 게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