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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2월 3일, 계엄군으로 국회에 투입된 특전사 장병들의 모습. 같은 부대원임에도 불구하고 복장이나 장구류에 있어 일부 차이가 보인다. ⓒ 경향신문 |
사제용품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사제라는 말은 정부기관에서 만들거나 보급하는 물자인 관제(官製)의 반의어로서 개인이 사사로이 만들었다는 뜻의 사제(私製)라는 의미가 크다. 반면에, 군에서는 보급계통에 따라 공식적으로 보급되지 않고 사회(社會)에서 반입했다는 의미에서 사제(社製)로 통용되고 있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군사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제용품이라는 말은 단순한 비보급품이 아닌, 이미 외국군에서 사용하고 있거나 전투용물자로 활용할 수 있을정도의 우수한 제품이라는 뜻의 우수 군수용품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단순한 전투용 물자로부터 조준경 등 전투장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들이 해당한다.
최근 군내에서 사제용품의 사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부대차원에서 현행 규정과 방침을 이유로 사제용품의 사용을 획일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일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도 있다. 군 보급체계의 효율성과 기강유지 차원의 통제와 전투효율성 제고 차원의 허용 간 균형을 찾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 군에서 왜 사제용품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가?
우리가 흔히 사제라고 부르는 용품의 군내 사용은 굳이 그 역사를 따지자면 상당히 오래된 문제이다. 군대가 통일된 유니폼을 가지게 된 것은 현대에 들어서이다.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군대는 군인들이 고향에서 쓰던 칼이나 복식 등을 가지고 모이다 보니 출신지역과 신분 등에 따라 복장과 장비가 대부분 달랐다. 현대에 들어 국가가 군인들의 복장과 장비를 일관되게 관리하고 보급하는 상황에서도 개인의 기호, 알러지나 특이체형 등의 신체조건에 따라 불가피하게 개인적인 용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우리 군에서도 국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군 보급품의 질이 상대적으로 저하되면서 부대에서 보급받은 물자의 사용을 기피하거나, 군에서 보급되지 않은 생활용품 등을 개인적으로 구매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최근 들어, 전통적인 사제 사용과는 다른 차원에서 일부 사제용품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먼저, 보급되는 전투용 물자의 품질에 대한 만족도 저하가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Z세대 장병 중 상당수가 온라인 상에서 활동하는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제공하는 전투장비 및 물자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 있다. 이런 정보를 통해 세계 각국의 군인들이 사용하는 물자나 장비의 스펙을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분적이긴 하지만 우리 군의 보급품의 품질이 낮거나 최신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경우를 인식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방수 기능이 떨어지는 전투화, 방탄효과가 충분치 않은 방탄복과 방탄헬멧, 내구성이 약한 아이 프로텍션(전투용 고글)과 전투복, 전투용 장갑 등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 일례로, 얼마 전 계엄군으로 국회로 출동한 특전사 병력의 복장과 장비를 보면 그 실태를 알 수 있다. 같은 부대원임에도 착용한 피복과 장구류가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 전시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나타날 것임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성능이 우수한 개인 전투장비를 사용함으로써 개인의 전투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장병들이 해외에서 사용하고 있는 우수한 성능의 장비들을 자신들의 전투장비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책임감 반, 호기심 반으로 개인장비를 구매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쟁을 수행하는 미군이나 서방 군대들이 다양한 상용 장비를 활용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한국군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게 현실적으로 군이 모든 개인 전투물자와 장비를 맞춤형으로 보급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제용품 사용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개인이 구매한 사제용품, 특히 개인 전투장비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장비운용능력의 공통성이 결여되고 정비체계에 혼선이 발생하여 전반적인 부대의 전투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일부 장병들이 레플리카(복제품)나 품질이 입증되지 않은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 전투 수행 중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또한, 장병 개인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일부 장병들은 더 고가의 장비를 경쟁적으로 구매하려 하며, 이는 불필요한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군이 보급하는 물자나 장비의 성능이 낮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군의 보급 체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초급 간부들이 넉넉하지 못한 급여에도 불구하고 높은 비용을 감수하면서 개인 전투용 물자나 장비를 구매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획일적인 통제보다는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군 보급품의 품질과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군이 보급하는 개인 전투용 물자와 장비의 수준을 높여 장병들이 개인적으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육군의 경우, 워리어플랫폼 사업을 단계적으로 계획하여 추진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장병들이 체감하는 만족도는 낮은 것이 사실이다.
다음으로, 전투적합도가 검증된 제품을 개인이 보급품과 대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안을 시행하려면 군에서 검증된 제품 리스트와 예산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당 품목에 대한 규격 관리와 운용성능 등에 대한 시험평가가 동반되어야 한다. 미군의 경우 공인된 장비 리스트를 지정하고 있으며 해당 용품들은 Commisary에서 판매된다. 그들은 보급되는 제품을 사용할 수도 있으나 취향과 필요에 따라 별도의 리스트에서 추가 구매가 가능하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장교들은 임관 시 쿠폰을 제공받아 본인의 기호에 따라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레플리카 및 저품질 제품의 구매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일부 현역 장병들이 군사 모사 취미 활동과 관련된 제품을 무분별하게 군내로 반입하는 사례가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출처가 불분명하며 실전에서 신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통제해야 한다.
사제용품 사용과 관련한 개인적 의견을 정리한다면?
현재 군내에 확산되고 있는 사제용품 사용 트렌드는 단순한 통제 강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군 보급 체계를 개선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제품을 검증하여 허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장병 개개인의 전투효율성 제고를 위해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군의 전반적인 전투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통제와 허용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한국군이 미군과 같은 선진적인 군 보급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한 사제용품의 사용은 계속될 것이며, 이에 대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병사 급여 200만원 시대가 도래하여 하사와 별 차이가 없는 군대이다. 개인적으로 물자와 장비를 구매해서라도 전투효율성을 증진하고자 하는 일부 장병들의 의지를 병영내 위화감을 조성한다든지, 모든 부대원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똑같은 복장과 장비로 무장해야한다 등의 획일적이고 통제일변도의 논리보다는, 합목적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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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탄(외부 기고자)
스파르탄은 기고자의 필명으로, 개인적 활동상의 문제로 본명은 밝히지 않는다.
스파르탄랩을 운영하고 있는 프리랜서로 군에 대한 각종 전문지식을 다루고 있는
군사 인플루언서이다.
주로 본인의 블로그와 워리어네트워크(네이버카페 커뮤니티)에 글을 게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