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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탄의 MILOVATION Issue] 전투원 생존 프로젝트 : ⑦ 전투복 위장체계(3)

위장은 어떤 색을 써야 하는가? — “허용 색”과 “금지 색”의 과학, 그리고 한국의 현주소

작성일 : 2025.10.14 07:42 수정일 : 2025.10.14 08:19 작성자 : 스파르탄 (외부기고)

위장의 핵심 원리는 단순하다. 멀리서 보더라도 배경과 옷의 무늬·색조가 하나로 합쳐지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 원칙은 낮뿐 아니라 밤에도 지켜져야 한다. ⓒ 연합뉴스

 


① Protection이 왜 중요한가? ② 방탄헬멧 ③ 아이프로텍션 ④ 이어프로텍션 ⑤ 방탄복
⑥ 전투복 난연체계 ⑦ 전투복 위장체계 ⑧ 방한피복체계 ⑨ 화생방위협보호체계 ⑩ 전투화


 

   위장은 미학이 아니라 물리다. 좋은 위장은 배경의 스펙트럼을 닮고, 멀티스케일(프랙탈) 형태로 윤곽을 무너뜨리며, 밤(NIR)에도 합쳐지지 않아야 한다. 이 원칙에 따르면, 써야 할 색과 쓰면 안 될 색은 의외로 명확하다. 그리고 이 기준으로 우리의 위장을 들여다보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도 보인다.

 

■ “써도 되는 색” — 배경 스펙트럼을 닮은 저채도·저대비 팔레트

   숲과 토양, 도심 콘크리트, 설경의 분광 반사율(가시~근적외선)을 합리적으로 근사하려면 다음과 같은 저채도(unsaturated) 톤이 기본이 된다.

 • Charcoal / Field Grey(저명도 회흑) : 가시광에서는 어둡게 보이되, NIR 780~920nm 구간에서 완전 흑(near-zero)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중저반사(25~40%)를 확보한다.
 • Earth Brown / Chocolate(토양 갈색) : 녹지나 토양과 모두 결을 맞추는 중간 반사율(35~55%)을 유지한다.
 • Dark Olive / Forest Green(식생 녹색) : 가시광 녹대역(≈550nm)에서는 상대적으로 밝게, NIR에서는 완만한 상승 곡선을 형성해 다른 색군과의 톤 간격을 유지한다.
 • Beige-Grey / Khaki(건조 식생·황토·콘크리트 대응) : NIR 영역에서 가장 밝은 축(60~70%)을 맡아 색군 간 분리를 만든다.

   핵심은 밴드 평균 톤 간격이다. 야간 핵심 대역(780~920nm)에서 색상쌍의 평균 반사율 차가 12~15%p 이상, 서로의 곡선 유사도(코사인·피어슨 기준)는 0.85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밤에도 패턴이 한 톤으로 합쳐지지 않는다.

 

■ “쓰면 안 되는 색” — 단색과 원색(순색)

 • 단색(솔리드 컬러)
   위장은 분리·혼합·다중 스케일로 실루엣을 깨는 기술이다. 이 목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 단색이다. 단색 전투복은 거리 변화에 따른 텍스처 전환이 없고, 배경의 통계적 구조(1/f^α)와도 맞지 않는다. 한마디로, 합쳐짐 방지 메커니즘이 없다.

 • 블랙(순흑) 
   흔히 “대테러는 검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야전 광학에서는 최악의 선택이다. 자연물의 ‘검정’은 실제로는 깊은 회색이며, NIR 대역에서 완전 저반사(0–5%)로 떨어지지 않는다. 반면 화학적 순흑은 NIR 반사율이 극저(≲5%)로 가라앉아 NVG 영상에서 검은 덩어리처럼 또렷하게 드러난다. 배경과 통계적으로 이질적이므로 눈과 센서 모두에 잘 포착된다. 이 때문에 숙련된 대테러 부대는 블랙 대신 차콜, 네이비-그레이, 어스 톤을 사용한다.

   
  경찰특공대 대테러복.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표적인 걸어다는 듯한 모양을 볼 수 있다.  

 

   
  (좌) 이스라엘군의 단색 전투복 사례, 단색이지만 작전환경에 부합한 위장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우) 미국 대테러부대들은 절대 흑색 전투복을 착용하지 않는다.  

 • 원색(순수 3원색: Red/Blue/Yellow)
   자연 배경 스펙트럼에는 고채도의 순색이 거의 없다. 순색은 주변과 보색 대비를 형성해 원거리에서도 눈에 띄며, NIR 반사 곡선 또한 배경과 유사하지 않다. 식별·표식 용도(의도적 가시화)를 제외하면 위장 팔레트에서 배제해야 한다.

 

■ 한국 위장의 현주소 — 원칙을 대입하면 야간 톤 수렴과 체계 일관성이 무너진다.

 • 특전 위장(일부 변형)의 흑 계열 과다
   일부 특전 위장에서는 고대비 흑 계열이 두드러진다. 주간에는 윤곽을 나누는 듯 보이지만, NIR 대역에서는 흑 계열이 극저반사로 가라앉아 다른 색군과의 톤 간격이 역전된다. 결과적으로 NVG 영상에서는 검은 얼룩의 섬처럼 나타나며, 패턴 전체가 ‘한 톤 붕괴’를 일으킨다. 형태가 아무리 정교해도 팔레트가 밤에 무너지면 위장은 실패다.

   
  (좌) 우리 특전사의 위장은 어딘가 눈에 더욱 띄는 부분이 많다. 과학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위장이기 때문이다.  (우) 특전사의 위장을 야간투시경으로 보면 검정색이 도드라져 보여 위장 효과를 상실한다.  

 • 3형 방탄복의 색·입자·NIR 불일치
   최근 보급된 3형 방탄복의 웨빙·부속재가 전투복 및 장구류와 색상, 입자 스케일, NIR 반사율이 다르다는 현장 제기가 있다. 이 경우 야간 영상에서 웨빙이나 테이프가 먼저 눈에 띄는 ‘파열음’이 된다. 위장은 한 벌의 옷이 아니라 하나의 체계다. 원단·웨빙·테이프·버클·심테이프·배낭이 같은 NIR 톤 체계로 묶여야 한다. 현재의 3형 방탄복은 동일 무늬가 반복되고 형태소가 국군 위장과 전혀 다르다. 이는 업체가 국군 위장 규격을 준수하지 않고 임의로 제작한 데서 비롯된 문제다. 군은 위장 품질에 대해 철저한 검수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3형 방탄복은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패턴, 임의화된 형태소, 색상의 비표준 등 위장의 모든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 차량·장비 위장(예: K808 장갑차 위장포)과 유사위장 문제
   차량 위장포나 장비 커버가 형태·팔레트·NIR을 전투복 체계와 공유하지 않으면, 대낮에는 얼추 비슷해 보여도 야간·중거리 센서에서는 이질적인 덩어리가 된다. 해외 군대가 의복–장구–장비–거점을 하나의 시그니처 관리 체계로 다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색만 위장색’인 유사위장은 실전 위장이 아니다.

   
  K808장갑차와 함께 운용되는 지휘용텐트, 군사용이라고 보기 힘들정도로 이상한 색감과 문양을 가지고 있다.  

 

■ 좋은 야간위장

   지금까지는 주로 부적절한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야간 위장에 특화된 전투복도 있을까? 아래 사진은 숲을 배경으로 소니 나이트샷(Sony Nightshot, 일반인에게 공개된 근적외선 영상 기술)으로 촬영한 전투복이다. 위의 두 화면에서 전투복은 배경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이 제품은 미국의 ADS社가 캐나다의 HyperStealth Biotechnology社와 협력해 개발한 군용 위장 패턴 체계 US4CES다. ADS 측은 US4CES를 과학적 색상 최적화와 NIR(근적외선) 반사율 제어를 결합한 데이터 기반 위장 시스템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멕시코군이 이를 채택했었다.

   
  미군의 “Phase IV Camouflage Improvement Effort” (2010–2013) 사업에 제안되었던 위장 패턴들의 야간 투시 비교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US4CES(Woodland, Traditional), Kryptek, MultiCam(OCP) 패턴.  

 

   
  미 ADS社의 US4CES Woodland 패턴(좌)과 Traditional 패턴(우)  

 

■ “검정은 강해 보이지만, 밤에는 약하다”

   검정은 강해 보인다. 그러나 센서의 시대, 검정은 약하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순흑, 도상 패턴, 단색 전투복은 모두 눈에 잘 띄는 신호일 뿐이다. 반대로 저채도 팔레트와 프랙탈형 다중 스케일, 그리고 야간(NIR) 일관성은 병사를 보이지 않게 한다. 우리가 택해야 할 것은 ‘강해 보이는 색’이 아니라 ‘사라지는 물리’다. 이 간단한 진실을 색–측정–조달의 제도적 기준으로 정립하는 순간, 한국의 위장은 낮에도 밤에도 끝까지 합쳐지지 않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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