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북한은 ‘두 국가’를 선언했는가
작성일 : 2026.05.19 09:54 수정일 : 2026.05.20 05:24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 |
|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 평양의사당(구 만수대의사당) 전경. 북한은 최근 헌법에서 통일 관련 표현을 삭제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재규정하고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 Nicor(CC BY-SA)] |
지난 5월 17일, 북한 김정은은 여단장급 이상 군 지휘관들을 소집해 현대전 양상에 맞는 실전형 훈련과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을 강조했다. 드론과 전자전, 정밀타격 등 최근 전쟁의 교훈을 반영하라는 지시도 포함되었다. 동시에 북한은 헌법에서 통일 관련 표현을 삭제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재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단순한 군사위협 강화로 보는 단선적 시각이 많다. 물론 북한은 여전히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전방지역의 군사적 긴장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이 바꾸고 있는 것은 단순한 전술이나 훈련체계만은 아니다.
여기서 먼저 눈여겨볼 대목은 북한군의 군사사상 자체가 그대로 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군은 전통적으로 기습을 통한 주도권 확보, 화력의 집중, 전방배치라는 특징을 유지해 왔다. 여기에 비대칭 전력 활용과 정치-군 결합이 더해져 왔다. 최근 강조되는 핵우선 전략, 현대전 양상을 반영한 작전계획 수정, 실전형 훈련 강화 역시 이러한 군사사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즉 북한은 기존 군사사상을 변경하거나 폐기한 것이 아니라, 핵과 첨단전 환경에 맞게 이를 갱신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북한의 전략문화는 보다 상위 차원의 국가적 행동양식과 위협 인식을 의미한다. 북한은 오랫동안 체제생존 중심 사고, 외부 포위위협 인식, 군사력의 정치적 활용, 비대칭 수단 선호, 강압적 협상전략 등을 지속해 왔다. 최근 나타나는 적대적 두 국가론과 핵보유국 지위의 제도화 역시 이러한 전략문화와 연결된다. 결국 군사사상이 전쟁 수행의 방식이라면, 전략문화는 그 방식이 반복적으로 선택되는 국가적 사고의 틀에 가깝다.
그렇다면 최근 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핵심은 군사전략 자체보다 ‘남북관계의 존재론적 재정의’에 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남한을 더 이상 같은 민족 공동체가 아닌 완전히 별개의 국가로 본다는 인식 전환이다. 과거 북한은 최소한 형식적으로라도 조국통일과 민족공동체 담론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대한민국을 외부의 적대국가로 규정하고, 군사분계선을 사실상의 국경선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수사의 변화가 아니다. 군사, 외교, 헌법, 선전체계를 모두 재정렬하는 상위 개념의 변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매우 의도적인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고 있다. 헌법 개정, 통일 개념 삭제, ‘남부 국경’이라는 표현 사용, 대남기구 개편 등은 모두 새로운 현실인식을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행위들이다. 북한은 지금 “더 이상 통일을 전제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부와 외부에 동시에 발신하고 있다.
결국 북한의 대전략적 목표는 단순한 군사도발이나 일시적 긴장 고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핵무력을 기반으로 한 ‘적대적 두 국가 체제’를 제도화하고, 장기적 강압억제 구조 속에서 북한 체제의 영속성과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은 통일을 위한 군사력을 넘어, 핵보유 적대국가로서의 생존 질서를 구축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대북정책이 통일이라는 헌법적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한 현실에 맞는 긴장관리와 위기억제의 틀을 어떻게 마련할지 재검토하게 한다.
이번 주의 시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