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장환경에서는 효율성과 전문성 둘 다 중요하다
작성일 : 2026.05.18 11:47 수정일 : 2026.05.19 03:08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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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기갑·공병·포병·항공이 통합된 제병협동작전 상상도. 미래 전장에서는 병과 간 통합성과 기동성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동시에 각 기능 분야의 깊이 있는 전문성 역시 유지되어야 한다. [이미지: ChatGPT 기반 AI 생성] |
최근 육군이 추진하고 있는 대병과 체계 전환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대 변화에 맞는 조직 혁신이라고 평가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전문성 약화와 지휘 역량 저하를 우려한다. 특히 최근 제기된 3군 사관학교 통합 논의와 맞물리면서, 통합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적지 않다. 그러나 군 조직에서 통합은 단순한 행정 효율화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조직의 정체성과 전문성, 인력운영 철학, 미래 전장에 대한 인식이 동시에 반영되는 고차방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냉소적인 비난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과 조건을 냉정하게 짚어보며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다.
육군이 추진하는 대병과 체계의 핵심은 병과 간 장벽을 완화하고 유연한 인력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드론, AI, 네트워크 기반 지휘통제, 다영역작전(MDO)이 결합되는 미래 전장에서는 기동·정보·통신·보급·정비 등이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과거처럼 기능별 영역이 무 자르듯 구분되지 않는 환경이다. 결국 미래 지휘관은 특정 병과의 기능만 이해해서는 안 되고, 다양한 기능을 통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육군이 강조하는 “통합형 인재”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자원 축소와 인사운영의 경직성 완화라는 측면에서도 이번 대병과 체계 구상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합리적인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번 개편 방향을 살펴보면, 과거 미 육군이 시행했던 급진적 병과 통합 모델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지 않으려는 군 당국의 고뇌와 신중한 흔적이 읽힌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부분이다. 군 조직 개혁에서 가장 위험한 방식은 외국 사례를 제도적 맥락 없이 이식하는 것이다. 제도는 표면보다 작동 원리가 중요하다. 같은 제도라도 조직문화와 인사체계, 교육훈련 구조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육군은 2008년 미래형 모듈화 부대와 여단 중심 전투체계(BCT)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군수지원 분야의 급진적 통합을 추진한 바 있다. 병과 간 경계를 줄여 다기능적이고 유연한 장교단을 육성하려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도출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 약화였다. 장교들이 특정 분야에서 깊이 있는 경험을 축적하기 어려워졌고, 복잡한 군수·정비 체계를 관리하는 숙련성도 떨어졌다. 특히 고급 군수기획과 획득 및 유지지원 분야에서 공백이 발생하자 현장에서는 “범용성은 높아졌지만 전문가는 사라졌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결국 미 육군은 2016년 일부 분야를 다시 재분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수정했다. 미래 전장에서 통합성이 아무리 중요해도, 전문성이 거세된 통합은 오히려 조직 역량을 약화시킨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다.
조직 통합은 비교적 쉽게 추진할 수 있지만, 한번 붕괴된 전문성을 복구하는 데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육군 역시 이미 유사한 실험을 부분적으로 진행해왔다는 사실이다. 영관장교 단계에서의 군수병과 통합 제도가 대표적이다. 아직 시행 기간이 길지 않아 장기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확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지만, 현재까지의 운영 과정에서는 인력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종합적인 군수지원 기능을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는 참모를 육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현장의 우려 역시 상존한다. 군수 분야는 단순 행정지원이 아니라 정비, 보급, 수송, 탄약, 획득 등 고도의 기술성과 경험 축적이 필요한 영역이다. 영관 시기의 병과 통합 이후 이를 뒷받침할 전문 교육체계가 정교하게 뒤따르지 못할 경우, 실무 경험보다 순환보직 중심의 인사가 강화되어 “두루 아는 사람은 많아지지만 깊이 아는 사람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군 당국이 대병과 체계를 설계하며 고심하는 지점도 바로 이러한 역기능의 제어에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추진 중인 대병과 체계는 깊이 있는 전문성이 존재할 때 통합도 의미를 갖는다는 대원칙 위에서 정교화되어야 한다. 전문성 없는 통합은 결국 피상적인 조정 능력만 남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래 전장환경에서는 효율성과 전문성 모두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가치다. 어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핵심 기술·군수·정비·정보 분야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 트랙'을 견고히 유지하되, 통합형 지휘 역량은 정교한 교육과정과 별도의 경력관리 체계를 통해 단계적으로 육성하는 융합 노력이 필요하다.
육군이 지금 추진하는 변화는 단순한 통합 실험이 아니라, “어떤 군대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도, 반대로 변화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단순화하는 것도 아니다. 냉정한 교훈 위에서 균형 있게 설계된 개혁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지금의 육군 변혁 노력은 비판만이 아니라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응원받아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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