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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탄의 MILOVATION Issue] 전투원 생존 프로젝트: ⑩ 전투화 (上)

왜 요즘 전투화는 다시 불편해졌나: 기능성 전투화의 등장과 후퇴

작성일 : 2026.05.10 09:46 수정일 : 2026.05.10 10:28 작성자 : 스파르탄 (외부기고)

장시간 행군 중인 장병들의 전투화는 단순한 피복이 아니라 전투 지속능력과 직결된다. 발의 피로와 손상은 결국 전투력 저하로 이어진다.    [사진: 육군 공개사진 캡처]

 


① Protection이 왜 중요한가?   ② 방탄헬멧              ③ 아이프로텍션   ④ 이어프로텍션              ⑤ 방탄복
⑥ 전투복 난연체계                    ⑦ 전투복 위장체계   ⑧ 방한피복체계   ⑨ 화생방위협 보호체계   ⑩ 전투화


 

   요즘 장병들 사이에서는 “전투화 신기 너무 불편하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발은 쉽게 덥고, 땀은 차며, 오래 걸으면 발바닥이 꺼지는 듯한 피로감이 밀려온다. 비라도 맞는 날이면 “이게 정말 군용 전투화가 맞나” 싶은 순간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개인 취향이나 착용감의 문제가 아니다. 그 뒤에는 한국군 조달 구조와 품질관리 체계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사실 군 전투화는 오랫동안 “원래 불편한 물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가죽은 뻣뻣했고 착화감은 거칠었으며, 방수와 투습 같은 개념은 군 보급품의 핵심 가치로 여겨지지 않았다. 장병의 발은 전투력의 출발점인데도, 전투화는 오랫동안 단지 “버티며 신는 장비”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당시 군 전투화 품질 문제가 사회적으로 제기되면서, 한국군은 기능성 전투화라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민간 아웃도어 기술을 군에 접목해 방수·투습 기능성 내피, 등산화 제작 노하우, 기능성 밑창 등을 적용한 전투화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디자인 개선이 아니었다. 전투화는 단순한 가죽 신발이 아니라 군인의 발을 보호하는 장비이며, 장시간 보행과 습윤 환경, 혹한, 산악지형, 포장도로와 야지, 차량 승하차를 모두 견뎌야 하는 전력지원체계다. 이런 장비는 단순히 “싸게 만드는 것”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특히 기능성 전투화의 핵심은 단순한 방수가 아니다. 군인은 비를 맞아서만 발이 젖는 것이 아니다. 행군과 훈련 중 발생하는 땀 역시 큰 문제다. 발에서 나온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양말은 젖고 피부는 약해진다. 장시간 행군에서는 물집과 통증으로 이어지고, 혹한기에는 체온 손실과 동상 위험까지 높인다. 그래서 군용 전투화의 핵심은 외부 수분은 막으면서 내부 습기는 배출하는 것이다. 방수·투습 기능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기능성 전투화 개발은 한국군 전투화 역사에서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군대 보급품은 원래 불편하다”는 오래된 인식을 깨려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장병들이 매일 착용하는 장비에 민간의 검증된 기술을 적용했고, 장비 품질 역시 단순한 내구성 중심에서 착용성과 기능성 중심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특히 GORE-TEX 같은 기능성 멤브레인은 단순한 원단 이름이 아니다. 소재 성능뿐 아니라 제조공정, 품질관리, 사후 책임 체계까지 함께 묶인 일종의 통합 품질체계에 가깝다. 결국 기능성 전투화는 “좋은 소재 하나”만으로 완성되는 제품이 아니라, 장기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공급 구조 전체가 함께 작동해야 성능이 유지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좋은 장비를 개발했다면, 해당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 역시 개발품목에 대해 일정 기간 수의계약을 허용하는 구조를 두고 있다. 취지는 명확하다. 민간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며 군용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면, 일정 기간 그 성과를 회수할 기회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기업도 다시 군용품 개발에 투자한다.

   그러나 한국군 전투화 시장은 이후 다시 가격 중심 구조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기능성 전투화가 등장하면서 기존 공급업체들의 시장 구조가 흔들렸고, 이후 조달 시장은 다시 최저가 경쟁 논리에 강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본격화된다. 기술 평가 비중이 높을 때는 좋은 소재와 정교한 공정, 안정적인 품질관리를 유지할 이유가 있다. 그러나 가격 경쟁이 중심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급 소재와 까다로운 품질검사, 장기적인 사후 책임 체계는 모두 비용이 된다. 반대로 값싼 소재와 단순한 공정은 가격 경쟁에서 유리해진다.

   결국 전투화는 다시 “싸게 맞추는 물건”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비용은 장병에게 전가된다. 업체는 가격을 맞추기 위해 품질을 낮추고, 조달기관은 예산을 맞추며, 현장은 보급받은 물건을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장병들은 그 불편함을 자신의 발로 견딘다.

   물론 특정 소재를 사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전투화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다른 소재를 썼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제품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군용품에서 중요한 것은 시험성적서상의 물성치만이 아니다. 실제 대량생산 품질, 봉제와 접착 공정, 방수 구조, 장기 사용 후 성능 유지, 사후 책임 체계는 모두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오늘날 전투화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신발이 불편하다”는 차원이 아니다. 답은 신발장 안이 아니라 조달 구조와 계약 방식, 가격 평가 체계와 기술 보호 구조 안에 있다.

   좋은 전투화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소재와 설계, 제조공정과 품질관리, 그리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조달제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반대로 싼 전투화는 쉽게 나온다. 기준을 낮추고 가격을 누르며 품질 차이를 외면하면 된다.

   문제는 전투화가 단순한 보급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투화는 군인의 발에 신겨진다. 그 발은 걷고, 뛰고, 산을 오르며, 비와 눈 속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발이 무너지면 결국 전투력이 무너진다. 전투화는 복지가 아니라 전투력이다.

   한국군 전투화는 한때 분명 좋아질 가능성 위에 서 있었다. 민간 기술이 도입됐고, 기능성 소재가 적용됐으며, 장병들의 착용 경험을 바꿀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조달제도가 다시 가격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그 가능성은 크게 약화됐다.

   따라서 지금 장병들이 “전투화가 왜 이렇게 불편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을 단순히 “군대 물건은 원래 그렇다”로 넘길 문제는 아니다. 지금의 전투화는 한국군 조달체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품질보다 가격을 앞세웠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상편에서는 기능성 전투화가 어떻게 등장했고 왜 다시 후퇴했는지를 살펴봤다. 하편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질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지금 군 전투화는 왜 장병들의 발을 만족시키지 못하는가. 그리고 앞으로 한국군은 어떤 전투화를 신겨야 하는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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