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PA 확대 없인 중동 평화 없다
작성일 : 2026.04.10 06:30 수정일 : 2026.04.10 06:38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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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은 좁은 합의 영역(ZOPA)에 갇힌 채 교착 상태다. 미국은 상대의 '칼을 뺏으려' 하고, 이란은 상대의 '팔을 묶으려'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중동 안정은 이 좁은 문턱을 넓히는 구조적 중재에 달려 있다. [이미지: Google Gemini AI 제작] |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은 지금 ‘문턱’에서 멈춰 있다. 협상이론에서 말하는 ZOPA(합의 가능 영역)는 존재하지만, 그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기 때문이다. 현재 양측이 당장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항과 단기 휴전에 한정된다. 핵심 쟁점으로 들어가는 순간, 입장은 다시 벌어진다. 중동 안정의 향방은 결국 이 좁은 ZOPA를 누가, 어떻게 확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양측의 요구 구조는 명확하게 교차한다. 미국은 핵시설 해체와 농축 중단이라는 ‘능력 제한’을 핵심 목표로 삼고, 미사일과 대리세력 문제를 후순위에 배치한다. 반면 이란은 재공격 금지와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공격 억제’를 핵심으로 내세우고, 제재 해제와 경제 회복을 뒤따르게 한다. 겉으로는 다양한 의제가 나열되어 있지만, 실제로 맞물리는 지점은 극히 제한적이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단기 휴전 정도가 유일한 교차 영역이다.
이 간극은 단순한 입장 차이가 아니라 목표의 방향성이 반대라는 데서 비롯된다. 미국은 상대의 칼을 뺏으려 하고, 이란은 상대의 팔을 묶으려 한다. 전쟁 피로와 유가 안정이라는 공통 이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중심축은 여전히 호르무즈에 갇혀 있는 이유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는 제한적 합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4월 파키스탄 중재 회담에서 호르무즈 안전 확보와 30일 내외의 휴전이 타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어 IAEA 사찰과 부분적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소규모 패키지’도 도출될 수 있다. 그러나 핵 프로그램과 미군 주둔 문제 같은 핵심 사안으로 넘어가는 순간, 협상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미국의 국내 정치 일정과 이란 내부 강경파의 영향력은 협상의 변동성을 더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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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란 협상 ZOPA 분석 [그림: 필자 작성, Google Gemini AI 시각화 도움] |
결국 문제는 종전 자체가 아니라, 종전 이후의 질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 제3국의 역할은 단순한 중재를 넘어 ZOPA를 구조적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첫째, 휴전을 ‘사건’이 아니라 ‘구조’로 고정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항을 유엔 안보리 결의로 제도화하고, 일정 기간의 휴전을 IAEA 사찰과 연계하는 방식의 ‘동결 대 동결’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둘째, 상호 양보를 단일 사안이 아니라 패키지로 설계해야 한다. 미국의 제재 동결과 이란의 농축 활동 일시 중단을 맞교환하고, 여기에 중국의 경제적 인센티브와 유럽의 에너지 협력을 결합할 때 비로소 신뢰가 축적될 수 있다.
셋째, 지역 차원의 안전장치를 병행해야 한다. 걸프 지역 안보 협의체를 통해 호르무즈 공동 순찰을 제도화하고, 비확산과 비공격 원칙을 결합한 지역 규범, 그리고 경제 재건을 위한 공동 펀드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협상을 ‘일회성 합의’가 아니라 ‘재발 방지 구조’로 전환시키는 조건이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핵합의의 복원이 아니라, 전쟁 이후 질서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다. 중재국이 경제와 안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ZOPA를 확장하지 못한다면, 합의는 가능하더라도 평화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동의 안정은, 이 좁은 합의 영역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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