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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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논쟁, 동맹 프레임을 넘어 국익으로 보자

에너지 안보와 전략 자율성 관점에서 접근해야

작성일 : 2026.03.16 09:52 수정일 : 2026.03.16 09:58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2026년 3월 11일 아랍에미리트 코르파칸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과 화물선들이 줄지어 대기하는 가운데, 한 남성이 해변에서 아이를 안고 걷고 있다.    ⓒ AP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한국·일본·중국 등 주요 에너지 수입국에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호위를 위한 군함 파견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란의 기뢰 공격으로 해협 통항이 사실상 중단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미국은 자국 단독 작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른바 ‘수혜자 부담’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국내에서는 대통령실의 “긴밀한 소통과 신중한 검토”라는 입장이 전해지며 파병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는 한미동맹이라는 단일 프레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에너지 안보와 외교적 자율성 등 보다 다층적인 국익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일부 언론 논평은 파병 여부를 동맹 신뢰의 시험대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파병을 거부할 경우 한미동맹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강조되거나, 반대로 파병 자체가 불필요한 연루 위험을 초래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동맹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측면이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태평양 지역(Pacific Area)에서의 무력공격에 대한 공동 대응을 규정하고 있으며, 중동 해역에서의 군사 활동은 조약상 자동적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동맹 차원의 정치적 기대는 존재하지만, 이를 곧바로 군사적 의무로 해석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러한 정책적 균형이 실제로 적용된 바 있다. 2020년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국제해상안보구축체(IMSC) 참여를 요청했을 당시 한국 정부는 공식 참여 대신 청해부대 작전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의 독자적 대응을 선택했다. 이는 동맹 기여와 외교적 자율성 사이에서 절충적 해법을 모색한 사례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언론 보도에서는 동맹 기여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며 정책의 다층적 의미가 충분히 논의되지는 않았다.

   문제의 핵심은 이른바 ‘동맹 딜레마’에 있다. 스나이더(Glenn H. Snyder)의 연구에 따르면 동맹국은 항상 두 가지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하나는 동맹이 자신을 방기할 수 있다는 공포(abandonment)이고, 다른 하나는 원치 않는 갈등에 연루될 수 있다는 공포(entrapment)이다. 한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방기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인식되면서 미국의 요구를 동맹 신뢰의 시험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에너지 안보, 중동 외교, 전략적 자율성 등 보다 넓은 국익 차원을 상대적으로 축소시킬 수 있다.

   보다 생산적인 접근은 동맹 논의를 국익 분석의 틀 속에서 재배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기준을 제안할 수 있다. 첫째, 핵심 국익(Core Interest)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에너지 공급 안정성은 가장 중요한 정책 고려 요소가 된다. 둘째는 비용과 위험 관리(Cost Management)다. 군함 파병은 재정적 비용뿐 아니라 군사적 위험과 외교적 파장을 동반할 수 있다. 셋째는 국제적 신뢰와 위상(Credibility Enhancement)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기여는 군사적 파병뿐 아니라 인도적 지원, 외교적 중재, 다자 협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3C’ 기준을 적용하면 정책 선택의 폭은 보다 넓어진다. 예를 들어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외교 협력, 해상 안전 관련 정보 지원, 인도적 지원 패키지 제공 등은 군사 파병보다 위험을 낮추면서도 국제적 기여를 보여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동맹 차원의 협력 역시 이러한 다양한 기여 방식 속에서 충분히 유지될 수 있다.

   급변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한국 외교의 과제는 동맹 의존과 전략적 자율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동맹 딜레마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책 판단이 단일한 동맹 프레임에 갇힐 경우 국익의 다양한 차원을 충분히 고려하기 어렵다. 호르무즈 사태는 이러한 정책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보여준다. 정부와 여론이 보다 폭넓은 국익 기준 속에서 논의를 진행할 때 한국은 보다 성숙한 중견국 외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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