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이익을 중심으로 한 우선순위 조정과 동맹·파트너의 부담 변화
작성일 : 2026.01.27 11:14 수정일 : 2026.01.27 11:19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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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가국방전략서 표지의 일부 [사진: 미국방부 홈페이지] |
미 국방부는 최근 2026년 국가국방전략(NDS)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앞서 공개된 국가안보전략(NSS), 그리고 의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NDAA)과의 연계 속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다. NSS가 미국의 안보 목표와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치적 차원에서 설정했다면, NDS는 이를 군사력 운용과 전력 배분의 기준으로 구체화하는 문서다. NDAA는 이러한 전략적 방향을 예산과 제도 차원에서 뒷받침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NDS는 개별 문서라기보다, 미국의 안보 전략이 단계적으로 조정되는 과정의 일부로 위치 지워진다.
이번 NDS의 핵심은 미국의 국방 목표를 전면적 개입이 아니라 핵심이익 보호에 두고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데 있다. 미국 본토와 서반구 방어가 최우선 과제로 제시되고, 인도·태평양에서는 중국의 현상 변경을 억제하되 대규모 군사 충돌은 관리 대상으로 설정된다. 이와 같은 전략적 선택은 동맹국의 역할 변화로 이어진다. 한반도의 경우, 대북 억제와 방어에서 한국의 주도적 책임을 전제로 하면서, 미국은 확전 억제와 전략적 보증에 보다 무게를 두는 구도가 제시된다. 이는 동맹의 부담과 역할이 재조정되는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은 직전에 발표된 NSS와의 관계 속에서 보다 분명해진다. NSS는 미국의 전략 자원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지역별·사안별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했다. NDS는 이러한 우선순위 조정을 군사 전략과 전력 운용의 기준으로 반영한다. 중국을 장기적 경쟁 상대로 규정하고, 동맹을 가치 공동체이자 동시에 역할 분담의 주체로 설정한 점, 그리고 지역별 차등 관여 원칙을 적용한 점은 NSS의 기본 기조와 일관된다. 이번 NDS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기보다, 이미 선택된 전략적 방향을 군사 영역에서 정착시키는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국내 언론의 반응은 비교적 큰 파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보도는 이번 NDS를 한미동맹의 약화 또는 미국의 한반도 관여 축소 신호로 해석하며 우려를 제기했다. 또 다른 보도에서는 미국이 안보 부담을 한국에 이전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이번 전략을 단절적 사건으로 인식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 NDS는 기존 전략 기조 속에서 부담과 역할의 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서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이 지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NSS와 NDS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동맹 결속을 강조하며 대국경쟁(Great Power Competition)을 수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핵심이익과 비용을 기준으로 동맹을 재정의하고, 부담 분담을 보다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다만 양 행정부 간 차이는 전략의 목표보다는 전략을 구현하는 방식에서 두드러진다. 중국을 최우선 경쟁 상대로 설정하고, 전략 자원의 선택적 배분이 필요하다는 인식 자체는 상당 부분 공유되고 있다.
이를 더 확장해 보면, 오바마 이전의 전면적 개입 전략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트럼프 행정부의 대국경쟁 공식화,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중심 경쟁, 그리고 다시 트럼프로 이어지는 흐름이 관찰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대전략은 개입 중심에서 벗어나, 대국경쟁을 축으로 우선순위화, 부담 재배분, 선별적 관여로 점진적으로 이동해 왔다. 미중 경쟁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이러한 변화를 견인해 왔으며, 트럼프는 이 조정 과정을 보다 급진적이고 거래적인 방식으로 가속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한미동맹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방위 책임과 역할 확대라는 부담을 안게 되는 동시에, 전략적 자율성과 선택의 공간도 함께 확대된다. 이는 리스크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할 우리의 안보전략과 정책이 충분히 정교하게 준비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단순한 부담 증가 논의를 넘어, 변화된 전략 환경 속에서 한국의 역할과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종합하면, 트럼프라는 리더십의 등장은 미국 전략 운용에 일정한 진폭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주요 해외 싱크탱크들의 분석은 미국 대전략이 이미 장기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섰음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단기적 우려와 즉각적 대응에만 집중하기보다, 핵심이익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제 전략 환경 속에서 중장기 국가안보전략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국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전략적 선택의 기회를 상실한 국가들의 사례는, 오늘의 전략 논의에서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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