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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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심상치 않다

이슬람혁명 이후 국제정치의 주요 행위자로 떠오른 이란, 현재 내부 불안과 외부 계산이 교차하고 있다

작성일 : 2026.01.13 07:24 수정일 : 2026.01.13 07:44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이란이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 고립된 가운데 단속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6년 1월 9일 테헤란에서는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다.   ⓒ AP
 

   2025년 말부터 이란에서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며 체제 전체를 흔드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위는 급속히 악화된 경제 위기, 즉 리알화 폭락과 물가 폭등에서 출발했으나, 곧 현 체제의 실정·부패·인권 문제 전반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됐다. 시위는 테헤란·이즈파한·마슈하드 등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소도시까지 확산하며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불러일으켰고, 정부는 전국적 인터넷 차단과 혁명수비대 등 강경 진압으로 맞섰다. 이런 가운데 친정부 세력도 동원돼 양측의 긴장이 심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 상인·학생·청년층 등이 결합하며 단순 경제 항의 이상의 정치적 요구들이 노출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란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시위와 진압 상황을 비판하며 이란 당국에 대한 경고를 내놓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할 경우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시위 진압과 관련해 “시위대를 죽이는 것에 대해 미국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둔다”고 트루스 소셜을 통해 경고했다. 이 발언은 정권 교체를 공개적으로 목표로 하지 않으면서도, 인권 문제와 체제 폭력에 대한 미국의 압박 기조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의 이슬람혁명은 1979년 이후 국가 정체성과 전략적 행동의 기초로 작동해 왔다. 이 체제는 종교적 정당성과 정치적 권위주의 구조를 결합한 신정체제로, 중동의 세력균형과 국제정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 혁명 이후 이란은 대리세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레바논·시리아·이라크·예멘 등에서 영향력을 확장했고, 이는 미국·이스라엘과의 긴장을 구조화했다. 이란 정권은 종종 외부의 위협과 내부 불만을 연결해 “저항 서사”를 강화해 왔고, 이러한 전략적 정체성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내부 위기가 아니라, 체제의 정당성 문제가 외부 전략 환경과 교차하는 구조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분석기관들은 공통적으로 현재의 시위가 단기간에 신정체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일부는 시위의 전국적 확산이 체제에 부담을 주고 있으나, 혁명수비대(IRGC) 및 치안 조직의 충성도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전쟁연구소(ISW)는 임계적인 엘리트 균열 및 전국적 전략 분야 파업 등 구체적 체제 붕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체제 붕괴 시나리오는 우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정권이 강경 진압을 통해 단기적 안정화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과 맞닿아 있다.

   반면 만약 급격한 정권 붕괴가 현실화할 경우, 그 파장은 중동 전체는 물론 국제정세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최대의 전략적 적수가 약화되는 상황이 단기적으로 호재처럼 보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이란 내부의 권력 공백과 무장 세력 난립이 국경을 넘어 확산되며 역내 불안정을 증폭시킬 위험이 크다. 특히 미국은 이러한 혼란에 연루될 경우 중동 관리에 다시 전략적 자원과 주의를 투입해야 하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베네수엘라 불안 등 기존 글로벌 과제와 맞물려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집중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이란 체제 붕괴는 미국의 장기적 전략 우선순위 자체를 흔드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주목된다. 중국은 에너지·경제적 관계를 바탕으로 이란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영향력 확대를 모색할 수 있다. 러시아 역시 반미 연대를 과시하며 외교·군사적 협력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 이런 구도는 이란 사태를 단순 국내 위기를 넘어 미·중 전략경쟁의 또 다른 격전장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중동에서의 외교적 공간 경쟁은 양대 강대국이 각각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중요한 레버리지로 기능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국제정치는 개별 이슈가 분리된 현상이 아니라 패권 경쟁이라는 구조 속에서 상호 얽혀 전개되고 있다. 이란 사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한국 외교 역시 대미·대중·대일 관계를 전략적 우선순위와 구조적 경쟁 속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균형외교는 전략적 자율성을 넓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명확한 우선순위 없이 추진될 경우 오히려 선택의 비용을 키울 수 있다. 국제구조를 읽고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는 외교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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