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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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출입승인 권한 논쟁, 프레임을 계층화해야 풀린다.

다층 충돌의 문제일수록, 프레임을 계층화해 우선순위와 해법 패키지를 설계해야 한다.

작성일 : 2025.12.18 01:34 수정일 : 2025.12.18 01:39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에 푸른색의 유엔기와 태극기가 걸려 있다.   [사진: 육군본부 홈페이지]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DMZ 출입승인 권한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겁다. 국회에서는 비군사·평화 목적의 DMZ 출입을 한국 정부가 승인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 논의가 본격화됐다. 고위급 정부 인사와 종교계 인사의 DMZ 출입이 유엔사의 불허로 무산된 사례가 논의의 촉매로 작용했다. 이를 두고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전체제와 안전 관리가 우선”이라는 반론이 맞서면서 여론은 갈라져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떨어져 보면, 이 사안은 단순한 ‘출입 허가 절차’ 논쟁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정전협정과 국내법 사이의 정합성이 쟁점이고, 제도적으로는 승인 권한과 사고 발생 시 책임의 귀속이 불명확하다. 안보 측면에서는 DMZ의 군사적 위험 관리가 불가피한 고려요소로 등장하며, 외교적으로는 동맹 조율과 국제적 파장까지 동반된다. 여기에 국내 정치의 상징성이 얽히면서, 하나의 이슈가 여러 층위의 논리를 동시에 소환하는 복합 문제가 됐다.

   이런 구조에서는 이해당사자들의 주장이 서로 다른 언어처럼 어긋나기 쉽다. 통일·평화 부처와 입법부는 주권과 평화적 이용 확대를 강조하는 반면, 국방·외교 부처는 정전체제의 안정성과 동맹 관리의 예측가능성을 우선한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집행기관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강조하고, 시민사회는 심사 기준의 불투명성과 재량의 과도함을 지적한다. 결국 충돌의 본질은 ‘누가 옳은가’라기보다, ‘어떤 기준을 최상위 준거로 삼아 조정할 것인가’에 가깝다.

   따라서, 논점을 정리하면 세 가지로 수렴한다. 첫째는 법적 위계와 정합성이다. 정전협정이라는 국제 군사합의가 국내 제도 설계와 어디에서 결합하고 어디에서 충돌하는지가 핵심이다. 둘째는 안전과 책임이다. DMZ는 위험이 상존하는 공간이어서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는가”가 곧 심사 기준과 절차 설계로 이어진다. 셋째는 범위 설정이다. DMZ 내부, JSA, 민통선 인접지역을 한꺼번에 묶어 논의하면 서로 다른 규칙이 뒤섞여 해법의 설계가 오히려 어려워진다.

   이해당사자별로 보면 충돌 구조는 더 선명해진다. 정부 내부에서도 부처별 우선순위가 다르다. 통일 영역은 평화적 이용과 상징성을, 국방은 작전·경계와 위험 관리를, 외교는 동맹 조율과 파장 최소화를 먼저 본다. 유엔사는 정전체제의 일관성과 절차 준수를 강조하며, 국내 여론은 ‘주권’과 ‘안전’ 가운데 무엇을 앞세울지에서 갈린다. 서로의 논리가 틀렸다기보다, 출발점과 책임의 범위가 달라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그 배경에는 유엔사가 DMZ 출입을 통제하게 된 규범적 토대, 즉 정전협정 체제가 있다. 다만 역사를 돌아보면 정전협정의 실행 장치 상당수는 이미 무실화됐다. 군사정전위원회의 공동관리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고, 중립국감독위원회의 검증 기능도 실효를 상실했다. 군비통제 성격의 조항 역시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정전협정은 형식적으로는 유지되지만, ‘함께 관리하고 함께 검증하는 장치’가 약해진 채 오늘에 이르렀다.

   이 불균형은 현재의 논쟁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조정과 검증 장치가 약해진 자리에 ‘통제’만 두드러지면, 통제의 정당성은 쉽게 의심받는다. 다시 말해, 제도적 협의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결과만 남으면 불만이 커지기 마련이다. DMZ가 협의의 공간이라기보다 승인 여부를 둘러싼 갈등의 무대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권 논쟁이 커질수록 정전체제의 취약한 부분이 역설적으로 더 노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해외 싱크탱크들의 분석은 이 문제를 단순 국내 현안이 아니라 ‘정전체제와 동맹 운용의 교차점’으로 보게 한다. 유엔사를 과거의 잔존 기구가 아니라 정전관리와 연합 운용을 연결하는 제도적 축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고, 정전체제가 장기화될수록 DMZ 같은 공간에서 권한과 책임의 충돌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이 논쟁을 단번에 끝내기 어렵더라도, 무엇을 손보면 재발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이분법이 아니라 프레임의 계층화다. 국가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두되, DMZ라는 특수 공간에서는 국제법·정전체제가 사실상 ‘작동 규칙’이 되는 만큼, 먼저 실행 가능한 해법의 범위를 점검해야 한다. 그 범위 안에서 DMZ의 물리적 위험(지뢰·우발충돌·작전 보안)을 기준으로 출입 유형을 위험등급화하고, 허용 가능한 위험 수준과 책임 원칙을 세운다. 이어 동맹 운용·협의 구조 층위에서는 유엔사–한국 정부–연합지휘 체계 간 정보 공유와 의사결정 흐름을 정비해 ‘승인권’ 논쟁을 제로섬의 권한 다툼이 아니라 공동관리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 행정·법제 층위에서 투명성, 예측가능성, 권리구제(사유 통지·재심·기록·감사)를 촘촘히 마련하고, 정치·상징 층위에서는 주권과 안전을 함께 지키는 메시지 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상위 규범은 제약조건으로, 하위 층위는 절차와 책임의 정렬로 설계할 때 충돌은 관리 가능한 문제로 바뀐다.

   이런 계층적 프레임을 적용하면 해법도 “권한 쟁탈”이 아니라 “절차 패키지”로 구체화된다. 예를 들어 정전협정 틀을 정면으로 부정하기보다, 비군사·평화 목적 출입에 한해 공동심사 절차를 제도화하고 처리기한, 제출서류, 불허 사유 범주를 표준화할 수 있다. 위험등급에 따라 신속심사(저위험)와 정규심사(고위험) 트랙을 분리하고, 고위험 구역은 동행 인원·시간대·동선 제한 같은 조건을 사전에 합의해 ‘불허’ 대신 ‘조건부 승인’의 선택지를 넓힐 수도 있다. 국내법 역시 “유엔사 없이도 된다”는 선언형 규정보다, 접수–심사–통지 과정에서의 절차적 권리와 책임을 명문화하는 편이 실효적이다. 불허 시 최소 사유 통지, 이의신청·재심 절차, 기록 보존과 사후 감사, 사고 책임·보험·배상 체계를 제도화하면 재량을 통제 가능한 행정으로 전환할 수 있다.

   물론 이런 패키지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상위 규범에 대한 해석 차가 크면 협의가 교착될 수 있고, 절차 개선만으로 ‘주권 침해’라는 정치적 감정을 완전히 해소하기도 어렵다. 반대로 상징을 앞세운 접근은 현장 안전과 동맹 조율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계층화된 접근은 감정적 대립을 제도적 문제로 환원하고, 갈등을 예측가능한 관리 체계로 옮긴다는 점에서 분명한 강점을 갖는다.

   결국 DMZ 출입승인 권한 논쟁은 어느 한쪽의 승패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정치 이념의 잣대를 내려놓고 주권·안보·외교·국제적 책임이라는 다차원적 국익을 함께 보아야 한다. 정전체제라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절차와 거버넌스를 개선해 나갈 때, 이 논쟁은 갈등의 반복이 아니라 국익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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