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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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생명권 침해 사안에 대한 주권적 인식 결여를 우려한다

대통령이 자국민의 억류 사실을 모른다면, 국가는 안보를 외교·체제 안정의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오류에 빠진다.

작성일 : 2025.12.06 08:14 수정일 : 2025.12.06 10:22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이재명 대통령이 12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취재진을 지목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12월 3일 외신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NK뉴스 기자의 납북자 관련 질문에 “처음 듣는 사안”이라 답하며 안보실장을 향해 확인을 요청했다. 이어 안보실장이 “몇 명의 한국민이 북에 억류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자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군요, 처음 알았다”고 덧붙였다. 이 짧은 대화는 대한민국 최고통수권자가 자국민이 적성국에 의해 장기간 억류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수장이 안보적 사안을 사후적으로 인지했다는 것은 국가 기능의 근본을 되묻는 대목이었다.

   이에 대한 국내의 반응은 냉담하면서도 분열적이었다. 납북자 가족들은 “그의 무지는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무책임”이라며 분노를 표했고, 보수야당은 “주권의식의 부재”라 비판했다. 반면 여당 일각은 “대통령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했으니 향후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방어적 입장을 보였다. 시민사회는 대체로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SNS 여론에서는 ‘대통령의 무지’보다 ‘그 사실이 무감각하게 흘러가는 사회’에 더 큰 우려가 제기됐다. 주권의식이 국가적 관심사에서 밀려난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해외에서도 이 발언은 즉각 보도됐다. AP통신은 “한국 대통령이 북한 억류 한국민 존재를 몰랐다”고 전하며 국가 리더십의 결함으로 평가했고, NK뉴스는 “납북자 무지와 대북 사과 의향이 동시에 언급된 회견”이라 지적했다. 일부 일본·미국 언론은 “한국 정부가 인권 문제를 정치적 부담으로 회피한다”고 분석했다. 외신의 공통된 시각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 문제를 사후적으로 인지하는 상황’ 자체를 비정상으로 간주했다. 이는 한 국가의 리더십이 외교적 이미지보다 기본적 보호 의무에 실패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보도였다.

   국가주권의 개념에서 볼 때, 이번 사안은 ‘주권의 대리 의지’가 부재한 사례로 해석된다. 주권이란 영토의 통제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지 그 자체다. 대통령이 납북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단순한 정보 누락이 아니라, 국가가 자국민의 생명권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상징이다. 주권의 실체는 보호의 의지에서 드러난다. 따라서 이번 발언은 헌법적 주권이 기능적으로 공백화된 사례로, 국민이 ‘국가를 통해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신뢰를 근본에서 흔드는 결과를 낳았다.

   더 나아가, 안보의 개념에서도 이는 중대한 오류다. 안보는 영토 방위 이전에 국민 생명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반응은 안보를 체제 관리와 외교적 안정의 도구로만 인식한 듯 보였다. 국가의 안보 개념이 국민으로부터 분리되면, 안보는 곧 체제의 자기보존 수단으로 전락한다. 억류된 국민의 존재를 모르고도 국가가 안전하다고 믿는 순간, 억제력은 실질적 의미를 잃는다. 국민의 생명에 대한 무지가 외교적 유연성으로 포장될 수는 없다. 안보의 본질은 권력 유지가 아니라 생명 보호다.

   이와 같은 발언은 전략적·정치적 함의 면에서도 위험하다. 도덕적 외교와 국가이익 외교를 혼동할 때, 국가는 국제체제 속 행위자성을 잃는다. 무인기·전단 살포와 관련한 대통령의 사과 의향은 도덕적 상징정치로 보이나, 국가의 생존을 위한 현실적 계산이 결여된 신호였다. 현실주의적 외교는 이상이 아니라 힘의 균형을 토대로 하며, 국민 보호는 그 첫 단계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대북관계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국민 생명의 문제를 ‘정치적 부담’으로 밀어낸 인상을 주었다. 이는 국가의 전략적 메시지를 혼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혹자는 이 발언을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혹은 구성주의적 접근은 늘 상대의 도덕적 변화를 전제로 하지만, 북한의 전략은 체제 생존의 논리로 작동한다. 현실주의의 관점에서 현재의 남북관계는 권력(Power)의 불균형과 억제의 상호작용으로 정의된다. 사과나 도덕적 화해는 상대의 행태를 바꾸지 못한다. 북한의 구조적 적대는 인식 변화가 아닌 체제 논리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현실주의적 접근은 대화 자체가 아니라 힘의 기반 위에 선 협상만을 실질적 진전으로 본다.

   결국 이번 발언은 단순한 정보 부재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대통령의 인식은 국가의 기본 기능—국민 보호의 의지—를 결여한 것으로, 주권과 안보의 근간을 동시에 흔든다. 그럼에도 이 사안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묻혀 논쟁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은 더 큰 문제다. 국가는 도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존재한다는 홉스적 원리를 상기해야 한다. 국가의 정당성은 국민의 안전에서 비롯된다. 그것이 흔들릴 때, 국가는 더 이상 국가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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