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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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을 드러내는 미국의 글로벌 안보전략

미국의 외교 패러다임이 사실상 “지역 중심+국익 중심+동맹 책임 분담”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작성일 : 2025.12.06 12:59 수정일 : 2025.12.06 01:04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2025년 12월 2일(화요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AP
 

   2025년 12월 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서(NSS 2025)를 발표했다. NSS는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하도록 규정된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최상위 전략 문서로, 향후 국방전략서(NDS)의 기초가 된다. 이미 미 의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NDAA 2026)과 함께 이번 전략은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제도적 방향을 구체화했다. 백악관이 NSS로 전략 기조를 제시하고, 국방부가 NDS로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구조상 이번 발표는 향후 미군 운용과 동맹국 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NSS는 미국 외교가 ‘글로벌 리더십’에서 ‘국익 중심 실리 외교’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문서는 ‘서반구 우선(Western Hemisphere First)’을 명시하며 미주 지역에서의 영향력 회복과 중국·러시아 견제를 우선시했다. 유럽의 문화적·정치적 약화를 ‘문명적 소멸(civilizational erasure)’로 규정하고, 나토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과 역할 분담을 요구했다. 반면 아시아·인도태평양에서는 중국 견제와 해양·공급망 안보 강화를 중심으로 실질적 협력 구조를 제시했다. 기후·인권·민주주의 확산 등 가치 중심 외교는 후순위로 밀렸고, 경제안보와 기술 패권 경쟁이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NSS 2022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구도 속 규범 외교를 내세웠다면, NSS 2025는 이를 현실주의로 대체했다. 바이든 전략이 동맹과 다자협력을 통해 질서 복원을 추구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의 자립과 책임 분담을 요구하며 조건부 동맹체제를 제도화했다. 특히 유럽 방위비 분담 압박,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제한적 관여, 인도·태평양 중심의 실리 파트너십 구상은 뚜렷한 차별점이다. NSS 2025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현실주의적 국가이익 체계로 전환시키며, 미국 외교의 패러다임 변화를 공식화했다.

   이번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공약집 ‘Agenda 47’의 구상을 현실화한 결과로 평가된다. Agenda 47이 제시한 국익 우선주의, 동맹 자율책임, 다자주의 축소, 경제안보 중심의 비전을 NSS가 정책문서로 구체화했다. 과거처럼 미국이 세계질서를 떠받치는 ‘아틀라스’ 역할을 자임하기보다, 이해관계가 직접 연관된 지역과 사안에만 개입하겠다는 입장이 분명해졌다. 이는 자유주의 이상주의의 종언이자 현실주의 외교 복귀를 상징한다.

   NDAA 2026은 NSS 2025의 전략을 법적으로 뒷받침한다. 법안은 주한미군 병력을 현 수준 이하로 감축하거나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을 일방적으로 이양하는 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인도·태평양 동맹 강화와 억지력 유지도 명문화됐다. NSS가 전략 비전을 제시했다면, NDAA는 그 비전을 집행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두 문서는 ‘동맹의 자율성 확대’와 ‘미군 중심 억지력 유지’라는 긴장을 내포하면서도, 미국 전략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구조를 형성했다.

   NSS 2025는 21세기 미국의 글로벌 전략과도 일정한 긴장을 갖는다. 냉전 이후 미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광범위한 개입을 지속했지만, 이번 전략은 그 흐름을 실질적으로 종식시켰다. 이는 미어샤이머 교수가 『The Great Delusion』에서 지적한 자유주의 패권의 한계를 정책적으로 반영한 사례다. 그는 미국의 이상주의적 외교가 민족주의와 현실정치를 간과했다고 비판하며 절제된 현실주의와 세력균형 중심 외교를 제시했다. NSS 2025는 가치보다 국익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그 이론을 부분적으로 수용했다.

   그러나 전략의 실현은 순탄치 않다. 의회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동맹 축소를 견제하고, 시민사회는 ‘세계적 책임 포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유럽의 반발, 아시아 동맹의 불안, 국제기구와의 마찰 등도 잠재적 리스크다. 또한 미국 내에서는 보호주의와 글로벌 리더십 간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현실주의 전략은 입법부와 여론의 견제 속에서 조정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NSS 2025는 한국 안보에도 직접적 함의를 갖는다. 한미동맹은 ‘보호와 의존’에서 ‘책임과 분담’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의 억지력은 유지되지만, 한국의 역할과 부담은 확대될 것이다. 전작권 전환, 방위비 분담, 첨단 전력 통합 등도 새로운 협상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곧 발표될 NDS는 미군 전력 운용과 동맹 작전 구조를 명확히 할 문서로, 한국은 ‘강한 동맹과 능동적 자율성’을 병행할 전략적 균형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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