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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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해양질서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갈등 고조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역내 세력균형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작성일 : 2025.12.03 10:51 수정일 : 2025.12.03 11:07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왼쪽)이 지난 11월 23일(현지시간) 일본 오키나와 현 이시가기 섬 미사일 부대를 시찰 중인 모습. 이곳은 대만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미사일 거점으로 대만으로부터 270km 떨어져 있다.   ⓒ REUTERS.
 

   지난 11월 30일, 타임지는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중국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잡지는 이번 사태를 “안보의 필요보다는 자존심 경쟁이 불러온 동아시아의 악순환”으로 규정하며, 중국의 강경 대응이 오히려 일본의 군사적 자율화와 미·일동맹 결속을 촉진했다고 지적했다. 이 평가는 단순한 외교 분쟁이 아니라, 해양 경계선을 둘러싼 역내 세력균형의 균열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의 대만 침공은 일본의 존립 위기”라고 밝힌 데서 비롯되었다. 중국은 이를 주권 침해로 간주하고 즉각적인 외교 항의, 경제 제재, 군사적 경고 조치를 병행했다. 일본은 사태 수습을 위해 외교 특사를 파견했지만, 신뢰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센카쿠와 대만해협은 단순한 분쟁 해역이 아닌 전략적 충돌의 무대로 변모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동아시아 권력구도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일본의 입장을 일정 부분 지지하면서도, 지역 불안정의 확산을 경계하는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아세안과 한국 등 중견국들은 미·중 간 대결 구도 속에서 현실적 균형을 모색하며 자제와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각국의 태도는 경제 의존과 안보 연대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국익 계산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일본의 관점에서 이번 사태는 세 가지 함의를 지닌다. 첫째, ‘정상국가화’의 명분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둘째, 대만 유사시 미·일동맹의 실제 작동 가능성을 점검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셋째, 중국의 군사·경제적 압박을 국내 정치 결속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과거사 문제와 주변국의 불신이라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중국의 입장은 ‘신형대국관계’와 ‘하나의 중국’ 원칙에 근거한다. 대만 문제를 국가 주권과 체제 정통성의 핵심으로 보는 중국은 일본의 발언을 직접적인 내정 간섭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민족주의 여론을 결집시키며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강경 대응은 국제사회에서 ‘평화적 부상’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일본의 재무장과 미·일 공조를 오히려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의 시각에서 이번 사태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이중적 효과를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미·일동맹의 공조 강화를 통해 중국 견제의 명분을 강화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역내 위기가 과도하게 고조될 경우 동맹 관리의 부담이 커진다. 미국은 ‘통합 억제’ 전략 아래 일본을 핵심 파트너로 삼으면서도, 중국과의 경쟁이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미·중·일의 상호작용은 동아시아 해양질서의 다층적 재편을 예고한다. 군사적 억제와 경제적 압박, 외교적 경쟁이 중첩되면서 기존의 안정적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아세안과 한국 같은 중견국이 조정자 혹은 완충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는 동아시아가 양극적 경쟁을 넘어 다극적 조정 구조로 이동하는 전환의 신호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는 한국에도 중대한 함의를 남긴다. 한반도는 더 이상 고립된 안보섬이 아니라, 대만해협과 동중국해, 북방 해역까지 연결된 전략 축의 일부가 되었다. 따라서 한국은 미·일 공조 강화와 중국의 견제 사이에서 냉정한 국익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현실주의적 시각에서 한국의 과제는 명확하다.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이상이나 감정이 아닌, 세력균형과 억제력의 현실 위에 국익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교적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국방력의 강화와 경제 리스크 분산을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냉정한 힘의 계산이 곧 생존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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