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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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의 진화] ③ DMZ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왜 High–Low Mix 개념의 통로개척체계 고도화가 지금 필요한가? - DMZ가 달라졌다.

작성일 : 2025.11.28 09:05 수정일 : 2025.11.29 11:21 작성자 : 이정구 (외부기고)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70년, DMZ의 정적 속에 기동의 과제가 숨어 있다.   [사진: 공감마당]
 

  본지는 3회에 걸쳐 "기동의 진화"라는 주제로 군사전문가의 기획컬럼을 연재한다. 4차 산업혁명기술 기반의 첨단과학기술군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전장의 본질, 전투력 운용의 원리를 기반으로 균형된 작전적 사고와 전력획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①  미래전의 승패를 가르는 힘, 기동성    ② 기동지원 능력의 확보   ③ DMZ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지난 ①편에서 우리는 정밀타격·감시 능력이 아무리 발달해도 전장의 최종 결단은 여전히 기동에 달렸음을 검토했고, ②편에서는 그 기동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개척·기동지원 능력의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③편에서는 특히 복합·다층 장애물로 변한 DMZ 현실을 배경으로 ‘살아 있는 길’을 만드는 통로개척 장비와 하이–로우 믹스 운용의 실전적 의미를 살펴본다.

전쟁의 첫 행위, 길을 여는 능력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장의 근본 논리를 다시 일깨웠다. 기동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공간에 대한 통제권을 얻는 ‘첫 행위’다. “길을 내지 못하면 기동도 없다”는 원리는 전투 초기부터 현실로 드러났다.

 2024년 북측 DMZ 일대에서 포착된 지뢰 매설,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장애물 구축 움직임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한반도 전장이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장애물 지대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개된 군사 정보와 민간·해외 분석을 종합하면, DMZ 일대에 남아 있는 지뢰는 수십만 발에서 최대 100만 발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이 제기된다.

 이제 유사시 전선 돌파는 단발적 충격 돌파가 아니라 연속개척을 전제로 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길 열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순한 폭파나 우회가 아니라, 후속부대가 안정적으로 반복 통과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길’—즉, 안전로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방호력·화력 중심의 사고를 넘어 개척력의 복원과 재강화가 시급하다.

하이–로우 믹스, 생존성과 속도의 균형

 전장에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능력은 ‘길을 여는 힘’이다. 장벽·참호·지뢰 등 복합적 장애물이 얽힌 전투 환경에서, 선도부대가 첫 통로 개척에 실패하거나 지연되면 뒤따르는 병력과 장비는 치명적 위기에 직면한다. 특히 무인기(UAV)와 정밀유도무기(PGM)가 전방 감시·타격을 가속하는 현대전 환경에서는, 길이 열리기 전 선도부대의 노출이 곧 결정적 손실로 이어진다.

 해결책의 핵심은 연속개척 절차의 내재화다. 폭파 → 잔여 지뢰·장애물 제거(쟁기 등) → 지면 평탄화(도저) → 안전 통로 표지 → 후속부대 투입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끊김 없이 이어야 한다. 단계 간 공백이 줄어들수록 적의 탐지·타격 가능성은 낮아지고, 아군의 작전 템포는 회복된다.

 하이–로우 믹스(High–Low Mix) 개념을 도입하면 효율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고방호·고추진력의 ‘High’ 장비는 험지·장애물 밀집 지역에서 선도 통로 확보용으로 투입하고, ‘Low’ 계열은 도심·평지·보급로 확보·유지에 적합하다. 예산과 병력·장비 여건이 제한된 현실에서, 주노력에 High를 집중하고 주변 구간을 Low로 메우는 방식은 효율성과 실행 가능성을 동시에 충족한다.

 국내에는 이미 K600 장애물개척전차(‘코뿔소’)와 같은 장비가 존재한다. 이 장비는 굴삭팔(파쇄기·버켓 장착 운용), 지뢰 제거 쟁기, 도저 기능, 자기감응 지뢰 무능화 장치 등을 통해 지뢰 지대 돌파와 통로 개척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다만 광범위한 지뢰지대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선형폭약(MICLIC)이나 기화폭약(FAE)을 운용할 수 있는 장비를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이는 장비 투입량과 노출 시간을 늘려 전투 효율을 저하시킬 수 있다. 따라서 굴삭팔을 제거하고 폭약 장착을 전제로 한 High급 통로개척장비(미국 M1150 ABV 개념)를 전력화하여, 기존 장애물개척전차와 연계 운용하면 우리 군의 ‘길 여는 능력’은 단순 보조 기능을 넘어 전략적 핵심 자산으로 격상될 수 있다.

생존성의 전제, 기동지원능력 운용의 고도화

 현대전의 복합 위협을 전제로 할 때, 통로개척 절차 전반에 생존성(survivability)과 연속성(continuity)을 내재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특히 생존성은 연속성 확보의 핵심 조건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적의 표적화 위험을 줄이기 위해 통로개척에 투입되는 병력과 장비를 최소화하고, 개척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통로개척장비의 기능 통합 운용을 검토해야 한다. 선형폭약이나 기화폭약을 별도 장비로 운용하는 기존 방식은 투입·회수·후속 절차에서 유휴 장비와 인원을 발생시켜 위험을 높인다. 반면 현재 운용 중인 장애물개척전차 일부에 폭약 투사 또는 폭파 기능을 탑재할 수 있도록 모듈식 장착체계를 확장하면, 투입 장비 수와 병력 노출을 줄이면서 전차의 방호력과 고출력 개척능력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연막(smoke), 전자전(EW), C-UAS(대드론), 원격 표지(remote marking) 등을 개척 절차의 기본값(default)으로 설정하고, 지휘통제체계(C2)와 실시간 연동함으로써 단계 간 전환 공백(zero gap)을 제거해야 한다. 개척팀 장비에는 연막·EW·C-UAS·추가 방호 키트(modular protection kit)를 상시 장착하고, 모듈식 정비 및 예비 부품 패키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운용 고도화는 단순한 장비 기술 개선을 넘어 교리·정비·교육·지휘통제체계가 결합된 제도적 과제다. 시범 단계를 통해 통합 모듈의 전술적 효과·정비성·가용률을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단계적 전력화와 교리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체계적 접근이 이뤄질 때, 통로개척 능력은 단순한 공병 지원이 아니라 기동전의 생존 조건이자 주도권 확보의 전제로 완성될 것이다.

DMZ를 넘어, 통일로 향하는 ‘살아 있는 길’

 DMZ는 더 이상 단순한 경계선이 아니다. 지뢰와 장벽, 참호와 감시망이 중첩된 다층 장애물 지대로, 유사시 돌파 능력은 전투 지속성과 병력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길을 여는 능력은 폭약의 위력이나 장비의 스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폭파 이후 후속부대가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길’, 즉 연속적 기동로를 만들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통로개척체계는 하이–로우 믹스 구조로 고도화되어야 한다. 고방호·고출력 전차 기반 장비가 돌파구를 열고, 경량 플랫폼이 이를 확장·유지하는 구조가 가장 효율적이다. 특히 현재 운용 중인 장애물개척전차에 폭약 투사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모듈식 장착체계를 확장하면, 병력 노출을 줄이면서 방호력과 개척능력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DMZ를 극복한다는 것은 정치적 의미의 ‘넘음’이 아니라, 전장에서의 생존 조건을 회복한다는 뜻이다. 하이–로우 믹스와 운용의 고도화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방어를 넘어, 국가와 장병의 생명을 지키는 ‘전장의 길’을 다시 열 수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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