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프레임에 집중하지 말고, 서해에서 중국의 실체적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
작성일 : 2025.11.17 05:56 수정일 : 2025.11.17 06:29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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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 2척이 2024년 5월 4일, 필리핀 해군이 운영하는 민간 전세 재보급선 우나이자호에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우나이자호는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 대한 재보급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사진: 필리핀 해안경비대 영상 캡처] |
지난 11월 11일, 스티븐 예이츠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서해에서 행해지는 중국의 압박을 “남중국해의 재현”이라 규정하며 한국의 적극 대응을 촉구했다. 그의 문제의식 뒤에는 미·중 전략경쟁에서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을 경계하는 미국 보수 진영의 해양 인식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사용한 기정사실화 전술을 서해에 이식하고 있다고 우려하지만, 이 분석은 미국의 지정학적 시각에 가깝다. 한국은 서해를 생존과 직접 연결된 접경 공간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그의 경고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배경 논리를 분리해 보려는 시각이 필요하다.
남중국해와 서해는 비슷해 보이지만, 지정학·지형·군사 환경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남중국해는 다수국의 영유권 분쟁과 넓은 해역을 기반으로 중국이 대규모 인공섬과 군사기지를 구축한 공간이다. 반면 서해는 한국·중국만이 직접 얽혀 있고 북한이 변수로 작용하며, 한미연합전력이 밀집한 고위험 지역으로 군사기지화가 쉽지 않다. 또한 지형적 특성상 남중국해 같은 군사적 확장도 제한된다. 이런 조건을 감안하면 예이츠의 주장 중 일부는 한국의 현실을 과도하게 단순화한 측면이 있다. 그의 지적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두 해역이 보이는 흐름에는 무시할 수 없는 유사성이 존재한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민병대 어선·해경·조사선 등을 동원한 회색지대 행동을 반복하며 권리주장을 관행으로 전환해왔다. 서해에서도 중국은 접속수역 확대 주장, 인공 구조물 설치, 한국 조사선의 접근 차단, 해경의 장시간 추격 등 남중국해 초기 단계에서 나타났던 패턴을 재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나 미국적 해석을 넘어, 중국의 행동양식이 구조적으로 동일한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예이츠의 핵심은 “중국의 방식”에 대한 경계로 읽을 수 있다.
국가가 정치·경제·전략적 이득을 위해 해역을 분쟁화한 국제적 사례는 러시아의 크림반도·흑해 사례가 대표적이다. 러시아는 크림지역 병합 이후 흑해 북부에서 우크라이나 선박의 통행을 반복 제한하며 실질적 통제구조를 만들었다. 명분 제시→모호한 해석→회색지대 행동→관행화→법·행정 조치→군사력 배치→지위 고착이라는 분쟁지역화 절차가 그대로 작동했다. 이 방식은 직접적 충돌 없이도 해역 질서를 변경하는 강대국 전략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남중국해와 서해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
이 절차는 현재 서해 잠정조치수역에서 중국이 보이는 행동과 상당히 들어맞는다. 중국은 “전통 어장” “해양안전”을 내세우고, 접속수역과 EEZ 해석을 확대하며, 대형 양식장·플랫폼 등 기정사실을 누적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한국 조사선 접근 시 해경 투입을 통한 추격·감시로 관행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다만 서해는 미국 동맹 구조와 북한 변수 때문에 고강도 군사기지화로 나아가는 데 제약이 존재한다. 이 정합·부정합 요소를 함께 보면, 중국은 서해를 분쟁수역화하기 위한 초기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은 ‘형성기’에 가깝다.
올해 나타난 중국의 구체적인 행동도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 구조물 ‘선란 1·2호’ 주변에서 중국 해경이 한국 조사선을 10~15시간 추격한 바 있고, 접근 차단·포위 기동이 반복되었다. 중국은 사실상 항행제한구역을 설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해경·민간선박을 조합해 중강도 압박을 지속했다. 상공에서도 KADIZ 진입이 증가하며 해양·공중을 결합한 압박 형태가 강화됐다. 이는 남중국해 초기에 나타난 행동과 구조적으로 흡사하며, 중국이 서해에서 영향권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려 한다는 강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중국의 전략은 세 가지 흐름으로 예측된다. 첫째, PMZ(잠정조치수역) 내 구조물·플랫폼을 추가 배치해 ‘사실상 관리구역’으로 만들려 할 것이다. 둘째, 해경·민병대·조사선·군용기를 활용한 회색지대 행동을 일상화해 한국의 조사·순찰 활동을 점차 위축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국내법·행정 규칙을 근거로 관할권 논리를 강화하며, 서해의 법적·규범적 지위를 중국에 유리하게 재해석하려 할 것이다. 군사기지화 가능성은 제한되지만, 관행·법·시설·담론이 누적된 ‘저강도 영향권화’ 전략이 진행될 여지는 충분하다.
따라서 한국은 군사억제뿐 아니라 경제안보·해양질서 차원의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구조물·해경 활동에 대한 정보체계와 회색지대 대응훈련을 강화하고, 해경·해군·공군의 대응규칙을 세분화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서해 공동조사·해양환경 협력 프레임을 주도적으로 제시해 중국의 단독 행동을 외교적 부담으로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제법·외교·기술을 결합해 서해에서 한국의 실효적 존재를 강화하고, 미·일·동남아 국가들과 규범 연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공급망과 해양교역로 보호 전략도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예이츠의 촉구에는 미국 중심의 전략 프레임이 깔려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프레임이 아니라 그가 지적한 중국의 실체적 행동이다. 서해는 한국의 생존과 경제안보가 직결된 공간이며, 중국의 누적적 행동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구조적 취약성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서해 문제를 미·중 패권구도에 갇힌 관점이 아닌, 국익과 주권 수호라는 가장 현실적인 기준에서 판단해야 한다. 중국의 행동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선제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국가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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