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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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의 진화] ① 미래전의 승패를 가르는 힘, 기동성

첨단기술의 시대에도 땅을 지배하는 군대만이 전쟁을 완성한다.

작성일 : 2025.11.09 10:19 수정일 : 2025.11.09 11:11 작성자 : 이정구 (외부기고)

2023년 4월 15일,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에 맞서 전투를 마치고 진지로 귀환하고 있다.   [사진: VOA뉴스]

  본지는 앞으로 3회에 걸쳐 "기동의 진화"라는 주제로 군사전문가의 기획컬럼을 연재한다. 4차 산업혁명기술 기반의 첨단과학기술군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전장의 본질, 전투력 운용의 원리를 기반으로 균형된 작전적 사고와 전력획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①  미래전의 승패를 가르는 힘, 기동성    ② 기동지원 능력의 확보   ③ DMZ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기술혁신의 파고와 ‘기동성’의 재조명

   국방혁신 4.0은 한국군이 직면한 복합안보환경과 병력감소 현실을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이다. 인공지능(AI), 드론봇, 사이버·우주 전력 등 첨단기술을 군사체계 전반에 통합하여 ‘AI 기반 합동전력’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육군은 ‘첨단과학기술군’을 표방하며, 유·무인 복합체계(MUM-T), AI 지휘통제, 전장가시화, 통합네트워크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전투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전쟁의 본질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전투의 목적은 여전히 시간과 공간의 지배이며, 그 본질적 수단은 기동(maneuver) 이다.

   기동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전장의 시간과 공간을 주도적으로 재구성하는 행위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이 주도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결심과 병력의 물리적 운동은 여전히 핵심적이다. 첨단화의 방향이 실질적 전투력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의 ‘지능화’가 아니라 지상전력을 중심으로 한 기동성 확보가 보장되어야 한다. 즉, 국방혁신 4.0의 성공은 기술의 통합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기동으로 전환시키는 ‘운용의 혁신’에 달려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러낸 기동의 본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첨단전력의 효용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양측은 개전 초기부터 드론, 정밀유도탄, 전자전, 사이버공격을 대규모로 운용하며 ‘정보우위’를 추구했다. 그러나 전황을 결정지은 것은 보병의 전진, 공병의 통로개척, 장갑부대의 기동이었다. 드론이 제공한 정밀좌표는 포병 화력의 정확성을 높였지만, 도시와 요충지를 점령하고 방어선을 돌파하는 것은 결국 인간 병력의 몫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2023년의 바흐무트 전투다. 러시아는 대규모 화력과 정찰드론을 집중했지만, 최종적으로 지역을 확보한 것은 지속적 보병투입과 전술적 기동이었다. 즉, 기술은 전투양상을 바꾸었지만, 전쟁의 결과를 결정짓지 못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관심은 여전히 하이테크 전쟁의 표면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영토와 인구, 기반시설의 통제라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땅을 지배할 수 있는 군대’, 즉 지상병력이 필수적이다. 이 점에서 기동성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국가정치목표 달성의 물리적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기동의 종말’ 논쟁과 ‘지능형 기동’의 도래

   일부 서구 전략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기동의 종말(The End of Maneuver)’을 주장했었다. 정밀화력의 장거리화, 실시간 감시체계의 확충, 무인체계의 포화로 인해 과거처럼 대규모 병력이 돌파와 포위를 수행하는 고전적 기동전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드론과 위성 감시, 네트워크 포화상태 속에서 대규모 이동은 즉각적으로 노출되어 공격받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실은 기동의 소멸이 아니라 진화를 보여주었다. 전장에서는 오히려 분산된 소부대 단위의 전술기동, 무인기와 보병의 협동, 유무인 복합체계가 전투력을 유지하는 핵심으로 작동했다. 지휘결심과 타격속도가 단축될수록, 기동은 ‘은폐·분산·지능화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표적탐지와 결심을 빠르게 하지만, 그 결심을 공간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여전히 기동부대의 몫이다.

   따라서 현대전의 중심 개념은 ‘기동의 종말’이 아니라 ‘지능형 기동(Intelligent Maneuver)’ 이다. AI·드론·사이버전은 기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동공간—예를 들어 전자기 스펙트럼, 정보망, 지하·도심 복합지형—을 열어주었다. 기동의 본질은 ‘움직임을 통한 주도권 창출’이다. 정보·화력·기동의 결합을 통해 순간적 우세를 창출하는 능력이,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전쟁의 결과를 결정짓는다.

비선형·다영역 전장과 기동의 재정의

   육군이 전망하는 미래전장은 전방과 후방, 전투와 지원의 경계가 사라진 비선형·다영역 전장이다. 도시, 산악, 사이버, 전자기 환경이 결합된 복합전에서 전통적인 ‘전선’ 개념은 이미 해체되고 있다. 이 환경에서는 ‘정지한 부대는 곧 표적이 된다’는 원칙이 작동한다. 기동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생존, 지속, 결정의 조건이다.

   전장 템포(tempo)가 급격히 가속되는 상황에서, 기동은 단순히 병력을 이동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전장을 재편성하고 시간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육군이 추진하는 미래전 개념은 이러한 비선형 전투에서 속도–은폐–재배치가 결합된 복합기동능력을 핵심으로 설정하고 있다. 기동은 더 이상 특정 병과의 임무가 아니라, 모든 전투체계가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결국 지휘관의 전장 운용능력은 ‘정보·화력·기동’을 통합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가에 의해 평가될 것이다.

군단중심 작전수행체계와 기동력

   이러한 변화 속에서 육군은 ‘군단중심의 작전수행체계’ 를 정립했다. 이는 작전의 중추를 야전군에서 군단으로 전환하여, 합동·다영역 작전을 통합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구조개편이다. 군단은 전술단위를 지휘하는 수준을 넘어, 작전 수준(operational level) 에서 전투력의 집중·분산, 전장 템포 조정, 예비전력 운용, 후속작전 계획 등 전쟁의 흐름을 통합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군단의 기동력은 단순한 전투지원 요소가 아니라 작전지속성, 전력전환, 전투력 집중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확장된 작전구역과 다층적 전장 속에서 군단은 빠른 결심과 기동, 통로개척 및 지속지원 능력을 동시에 구비해야 한다. 기동력은 군단이 전장을 유연하게 재편하고, 분산된 전력을 신속히 집결시키며, 전투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 동력이다.

   특히 한반도 특유의 산악·도심·하천 지형에서 기동력은 단순한 속도보다 지속성과 접근성의 문제로 전환된다. 따라서 기동로 확보, 교량복구, 도로보수, 장애물 제거 등 공병능력은 작전지속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군단은 단순히 지휘·관리 단위가 아니라, 기동–화력–공병–군수–정보의 통합결합체로 발전해야 한다.

군단 기동능력 향상의 구체적 방향

   군단의 기동능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 소요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통로개척·교량설치·장애물제거를 담당할 공병전력의 신속성과 생존성 강화이다. 개척장비의 장갑화, 신속교량체계, 원격개척장비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둘째, 무인정찰·드론 기반의 지능형 통로개척체계 구축이다. 드론과 센서를 활용한 지형정보 실시간 공유, 위협 탐지, 통로 예측을 자동화해야 한다.
셋째, 분산된 군수지원체계의 기동화 및 자동화다. 전장 내 보급 허브를 이동식·모듈형으로 설계하고, 무인수송·드론보급체계를 도입하여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기동·화력·공병·보급의 실시간 연동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지휘통제체계 구축이다. AI 기반 C2 체계가 각 기능을 자동으로 연결하고, 지휘결심 속도를 단축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군단 공병여단의 능력 보강, 통로개척장비의 장갑화, 무인보급체계의 단계적 전력화, 그리고 기동–화력 연계 절차(SOP)의 표준화가 요구된다. 즉, 기동은 단순히 속도(speed)가 아니라 결심(decision)의 시간(time)이며, 현대전의 복합적 변수들을 통합하는 실체적 능력이다.

결론: 기술의 시대, 기동의 진화

   전쟁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국가의 최고위 정치적 목표는 여전히 영토의 확보와 통치이며, 이는 기술적 우위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AI와 네트워크 중심전의 시대에도 전장의 최종적 결과를 완성하는 것은 지상에서 움직이는 병력이다.

   기동은 전장을 연결하고, 공간을 지배하며, 승리를 실체화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기술이 전투의 효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기동의 결심과 실행이 없다면 기술은 전쟁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따라서 육군이 추구해야 할 혁신의 방향은 기술의 자동화가 아니라, 기동의 지능화이다. 기술은 도구이고, 기동은 행위다. 전쟁의 미래가 아무리 디지털화되어도, 그 결말은 여전히 ‘움직이는 자’가 쥔다.

   첨단기술의 시대일수록 기동성은 전쟁의 마지막 언어다. 한국 육군이 미래전을 준비한다는 것은, 곧 기동을 통해 미래의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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