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니셔티브

통일 이니셔티브

통일의식 변화와 통일담론 프레임

이상에서 현실로, 분단의 제도화 속에서 통일담론의 새 틀을 모색해야 한다.

작성일 : 2025.10.22 10:18 수정일 : 2025.10.22 10:46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통일연구원(KINU)은 10월 20일, 지난 7월 10일부터 8월 13일까지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통일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라면 조사 도입 이래 통일 필요성 인식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모든 세대에서 통일 필요성 인식 하락 현상이 관찰되었다.  사진은 2024년 3월 15일, 통일미래기획위원회 2기 출범식 장면.   ⓒ 연합뉴스
 

   10월 20일,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통일의식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의 인식지형이 결정적 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9%로 처음으로 과반을 밑돌았고, ‘평화공존이면 통일 불필요’가 63%를 넘어섰다. 북한에 대한 무관심과 거리감도 크게 확대됐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통일을 둘러싼 사회적 상상력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통일을 이상으로 보는 시대에서, 통일을 리스크로 인식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통일 필요성 인식은 꾸준히 하락해 왔고, 특히 젊은 세대에서 그 추세가 뚜렷하다. 과거에는 ‘민족적 당위’가 통일의 논리를 지탱했지만, 이제는 ‘비용·이익·안정’이라는 실용적 판단이 중심이 되었다. 통일연구원의 시계열조사에 따르면, 평화공존 선호는 매년 상승했고, ‘북한은 다른 체제’라는 인식도 구조화되었다.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세대교체와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월 1일,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소의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조사결과는 통일 필요성 비율이 소폭 높게 나타났지만, 양측 조사 모두 공통적으로 ‘현상유지·점진주의’가 다수를 차지했다. 통일에 대한 낙관보다는 평화적 관리가 현실적 대안이라는 인식이 세대와 이념을 초월해 확산되고 있다. 조사 간의 차이는 표집 방식과 시점 차이에 따른 수치상의 편차일 뿐, 구조적 흐름은 동일하다. 통일은 더 이상 ‘이념의 목표’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과정’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의식변화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첫째, 민족주의의 약화와 글로벌 시민의식의 확산, 둘째, 북한의 핵무장과 도발이 불러온 체제불신, 셋째, 통일비용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결합되었다. 여기에 남북관계의 장기 교착이 피로감을 누적시켰고, 세대 간 역사경험의 단절이 민족적 연대감의 해체를 가속했다. 다시 말해, 통일의식의 변화는 이념이 아닌 ‘생활세계의 현실감각’에서 비롯된 구조적 이동이다.

   이런 인식 속에서 최근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언급한 ‘적대적 두 국가론’은 큰 논란을 낳았다. 남북을 실질적 두 국가로 규정한 그의 발언은 헌법의 통일조항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러나 이 발언은 사회 저변의 ‘분리된 현실 인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결코 우발적이지 않다. 남북관계가 사실상 상호 적대적 분리체제로 굳어진 상황에서, 통일담론은 현실과 법 사이의 괴리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다.

   한국의 통일정책은 여전히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공식 기조로 삼고 있으나, 좌파는 평화공존을 사실상의 종착점으로 보고, 우파는 체제보존을 우선하며 적대적 현실을 인정하는 이중구도를 형성한다. 좌파의 담론은 북한의 연방제 논리와 구조적으로 유사하고, 우파의 접근은 헌법적 이상과 충돌한다. 결과적으로 통일담론은 ‘이상과 현실, 체제와 민족, 평화와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특히 우파는 남북관계를 현실적으로 ‘두 국가’로 인식하면서도 헌법 제3조와 제4조가 요구하는 ‘한반도 단일국가·평화적 통일정책’을 부정할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일의 공간적 목표’보다 ‘자유와 질서의 확장’이라는 방향성을 강조하는 헌정현실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즉, 통일은 흡수가 아니라 체제의 확산이며, 분리는 패배가 아니라 준비의 단계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결국 바람직한 통일담론의 방향은 헌법정신을 존중하면서도 민족의 일체성과 국가이익을 동시에 구현하는 프레임의 재구성에 있다. 통일은 ‘하나의 국토’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질서’를 확장하는 일이어야 한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평화와 자유를 조화시킨 새로운 통일담론만이 오늘의 분열된 인식 구조를 넘어설 수 있다. 통일의식의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통일담론이 성숙해야 할 시간이라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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