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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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휴전협정은 실효적인가?

이집트 셰르무엘셰이크 협정이 남긴 국제협상학적 교훈: 서명된 평화는 존재하지만, 작동하는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작성일 : 2025.10.20 05:43 수정일 : 2025.10.20 05:48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 13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 전쟁 종식을 위한 세계 정상 회담에서 연설하고 있다.    ⓒ Al Jazeera
 

   10월 13일, 이집트의 셰르무엘셰이크(Sharm el-Sheikh)에서 미국·이집트·카타르·터키가 중재한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1단계 평화협정이 체결됐다. 협정의 핵심은 즉각적인 정전, 인질 및 포로교환, 인도주의 지원 재개였다. 협상 직후 하마스는 억류 중이던 이스라엘 인질 일부를 석방했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일부 군 병력을 후퇴시켰다. 국제사회는 이를 중동 평화의 첫 발로 환영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안정한 긴장이 감돌고 있다.

   이번 협상의 배경에는 전쟁의 교착과 국제 여론의 압박이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전으로 양측 모두 심각한 인명·경제 손실을 겪었고, 인도적 위기 확산으로 미국과 유엔이 강한 중재 의지를 보였다. 합의문에는 군사작전 중단, 포로교환, 인도물자 반입, 향후 단계적 철군이 포함됐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하마스 무장해제와 가자지구 통치 문제는 여전히 후속 단계로 남겨졌다. 이는 신뢰 축적을 전제로 한 단계적 접근이지만, 불완전한 합의 구조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이 협정의 의의는 적대적 충돌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했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하마스가 최근 재무장 의지를 내비쳤고, 10월 19일 이스라엘이 가자시티를 공습하면서 정전이 사실상 흔들렸다. 검증과 제재체계가 부재한 탓에 위반을 규정하거나 책임을 물을 수단이 없다. 결국 ‘서명된 평화’는 존재하지만 ‘작동하는 평화’는 부재한 상태다.

   과거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휴전과 2023–24년 수단 제다(Jeddah)협상은 이번 합의의 미래를 가늠하게 한다. 전자는 인질교환과 단기 정전에서 성과를 거뒀으나 구조적 평화로 이어지지 못했고, 후자는 검증 메커니즘의 부재로 반복 파기됐다. 이번 협정 역시 이 두 사례의 교차점에 있다. 따라서 2단계 무장관리와 3단계 거버넌스 개편 협상이 성공하려면, ‘검증·시퀀싱·보증’의 세 축을 제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 협상을 꿰뚫는 공통 원칙은 국제휴전이론이 말하는 네 가지 요소로 요약된다. 첫째, Ripeness(협상 성숙 이론) - 상호 교착의 인식이 협상을 가능케 한다. 둘째, Ceasefire Design Theory(휴전 설계 이론) - 명확한 시퀀스와 제재체계가 휴전을 지속시킨다. 셋째, Guarantee & Monitoring(보증 및 감시 원칙) - 제3자의 감시가 신뢰를 강화한다. 넷째, Domestic Linkage(국내정치 연계 원칙) - 내부 정치의 수용성이 협상의 내구성을 결정한다. 이번 협정은 첫 번째 요건에는 부합하지만, 나머지는 미완성 단계에 머물고 있다.

   협상학 관점에서 보면 이번 합의는 전형적인 ‘교환형 휴전’이다. 소단위 교환과 즉각적 보상을 통해 단기 성과를 확보했으나, 구조적 제도 설계가 부족하다. 상호 인도적 동기를 자극하며 폭력의 속도를 늦춘 긍정적 측면은 있으나, 명확한 검증·보상 규칙이 없어 신뢰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협상은 ‘정치적 이벤트’는 성공했으나 ‘절차적 공학’에는 실패한 셈이다.

   따라서 이어질 2·3단계 협상에서는 검증·집행체계(JMIC, Joint Monitoring and Investigation Cell), 조건부 자동연장 규정, 혼성치안 시범지구 등 실질적 이행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하마스의 체면을 고려한 단계적 무장관리와,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할 외부 감시단 설치가 병행돼야 한다. 이런 기술적 장치 없이는 협정은 다시 ‘신뢰의 진공’ 속으로 돌아갈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협정은 “멈춤의 기술”은 성공했지만 “지속의 기술”은 아직 미완이다. 이 사례는 우리가 국가차원의 전시 연습을 구상하는 데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전쟁을 끝내는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검증과 신뢰의 절차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추후 예상할 수 있는 한반도 유사시 휴전협상에서도 ‘합의문 작성’보다 ‘합의의 작동’을 설계하는 역량이 관건이 될 것이다. 정부차원의 전시 연습이라면 정치적 측면에서 이러한 절차까지도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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