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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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제2막, 양(量)이 아닌 질(質)로 설계하라 - 군사 인플루언서 제언 ⑤

전역은 끝이 아니라 ‘전환’이다. 계급의 언어를 시장의 언어로 바꿀 때, 진짜 제2막이 열린다.

작성일 : 2025.10.19 07:41 수정일 : 2025.10.21 05:52 작성자 : 스파르탄 (외부기고)

2025년 5월 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년 국군장병 취업박람회’를 찾은 장병들이 채용상담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군 복무로 인한 장병들의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전역장병들의 안정적인 사회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1996년부터 매년 국군장병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 이투데이.
 

전역은 끝이 아니라 ‘전환’이다.

   병 복무를 마친 청년이 ‘훈련된 시민’으로 사회에 합류하듯, 일정 기간을 복무한 간부도 조직 규율과 책임감으로 무장한 인재로 환영받는다. 그러나 수십 년을 복무한 장기 복무자는 다르다. 20대에 입대한 장교나 부사관이 계급정년까지 채우면, 40·50대—사회적으로 가장 높은 소득과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 시기에—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계급과 보직으로 정의되던 정체성은 이제 ‘명령’의 언어에서 ‘시장’의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성과는 진급점수가 아니라 고객·데이터·지표로 증명되어야 한다.


숫자는 ‘명목’일 뿐이다—질(質) 지표가 빠져 있다.

   공식 통계는 매년 제대군인의 취·창업 인원을 보여준다. 그러나 임금 수준, 직무 적합도, 고용보험의 지속성, 이직률, 승진 가능성 등 질적 지표는 흐릿하다. 통계상 ‘취업’으로 잡혀도, 지속 가능한 커리어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원인은 분명하다. 군의 언어를 민간의 언어로 바꾸지 못했고, 전환 연령은 높아졌으며, 산업 네트워크는 빈약하고, 전직 교육은 실제 수요와 어긋난다.

   ‘취업 여부’만 보면 그럴싸하지만, 양질의 자리 안착률은 눈에 띄게 낮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직무 언어가 전환되지 않으면, 계급이 높을수록 바깥에서의 활용도는 오히려 떨어진다.


전역 전 12~18개월이 승부처—명함·네트워크·시장 언어

   양질의 자리는 전역 ‘이후’가 아니라 ‘이전’에 준비된다.

첫째, 명함.
   군인들은 자신을 외부에 알리는 데 미온적인 경향이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온라인으로 디자인해 소량 제작해도 비용은 크지 않다. 직접 명함을 만들어보면, 자신이 어떤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지 명확히 보인다. 오프라인에서는 명함 교환이 기본이다. 받은 명함은 앱으로 즉시 스캔해 회사·직무·이슈별 태그를 붙이고, 회수 가능한 디지털 주소록을 만든다. 이 얇은 연결(weak ties)이 공개채용보다 빠르고 조용한 기회를 만든다.

   
  명함관리 앱의 사례  

둘째, LinkedIn.
   현역일 때부터 계정을 개설해 선호 기업을 팔로우하고 Job Alert를 설정하라. 게시물에 반복되는 키워드(품질, 조달, 규격, 안전, 공급망 등)를 수집해 이력서·면접·포트폴리오의 언어를 맞춰라.

   필자 개인적으로는 전술·장비 기업(예: TYR, Mehler 등)을 팔로우하면서 기술·시장 동향을 누구보다 빠르게 포착할 수 있었다. 전역 직후 1년은 고위험 구간이다. 사전 네트워크와 시장 언어가 이 구간을 단축한다. 많은 기업이 링크드인을 통해 인재를 탐색하며, 관심 기업이라면 해당 앱은 그 정보를 가장 빠르게 캐치하는 수단이다.

   
  링크드인 활용 사례  

 

‘정년까지 버티기’보다 시간 프리미엄—빠른 전환이 유리하다.

   민간의 채용 판단은 학습곡선 회수 기간에 좌우된다. 채용 후 6~18개월의 온보딩을 거쳐 3~5년간 생산성을 낼 수 있어야 합리적이다.

   전환이 늦을수록 회수 기간은 짧아지고 리스크는 커진다. 군 내에서 진급 정체가 보이면, 복무 20년 내외 전환이 연봉·성장·선택지 측면에서 더 유리할 때가 많다. 경력의 체감가치를 고려한 ‘시간 프리미엄’ 관점이 필요하다.


전투 숙련을 ‘이식 가능한 기술’로 번역하라—보직 선택이 품질을 가른다.

   야전 전투 역량은 군 내부에선 핵심 가치지만, 민간에서는 설명 방식이 바뀌어야 효용이 생긴다. 반면 군수, 조달·계약, 품질·시험평가, 시설·공사, 프로젝트/프로그램 관리, 안전(EHS), 규격·인증(KS·ISO·MIL·KC) 분야는 수요가 넓고 전환성이 높다. 전역 전 보직을 조정할 수 있다면, 벤더 커뮤니케이션·문서화·납기·원가·품질 지표가 일상인 역할로 옮겨 민간의 언어를 몸에 익혀라.

추천 보직

부사관: 군수·시설·공사·품질·정비기준·안전관리
장교: 각군본부/군수사/방사청 등 기술·규격·품질·시험평가·프로그램/프로젝트 관리

비추천 보직(전환 목적 한정) : 순수 작전·정보 중심 보직은 민간 전환성이 낮다.

 

‘정도(正道)의 협업’이 곧 추천서—태도·전문성·신뢰

   기업은 모호한 능력이나 불명확한 태도를 가진 사람을 쓰지 않는다. 군 내부에서 외부업체를 대할 때, 고압적이거나 색안경 낀 자세보다는 윤리·문서·회의록을 준수하는 정도 있는 협업으로 평판을 쌓아라. 업계는 좁고, 추천은 빠르며 결정적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양질의 자리는 결국 신뢰 가능한 추천으로 귀결된다.


실행을 위한 ‘얇고 꾸준한’ 루틴

   전역 18개월 전부터 주간 루틴을 돌려라.

전자 명함 앱 : 신규 명함 스캔 → 태그 정리(+메모 1줄)
LinkedIn : 팔로우 기업 30곳, Job Alert, 키워드 축적
분기 리서치 : 관심 기업의 조직·핵심 인물·투자/입찰/규제 이슈 정리
역량 문장 업데이트 : “군 조달·품질·납기관리 경험 → 민수 공급망 품질로 전환”처럼 문장 단위 가설을 명문화

  이 작은 반복이 6~12개월 뒤 숫자형 답변과 직무 적합 키워드로 바뀐다.


마지막으로—언어, 언어, 언어

   원어민처럼 완벽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영어 읽기 100%, 듣기 80%, 말하기 ‘더듬더듬이라도’는 필수다.

   RFP, 규격서, 품질 클레임, 계약 조항, 벤더 커뮤니케이션은 영어가 기본인 산업이 많다. 전환의 목줄은 종종 언어가 쥔다. 오늘 당장 LinkedIn 프로필의 영어 버전을 만들고, 관심 산업의 영문 키워드를 주간 루틴에 포함시켜라.


결론—양에서 질로

  지표는 취·창업의 양(量)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가 설계해야 할 것은 보상·안정·성장이 결합된 질(質)이다. 해답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전역 전 네트워크, 시장 언어로의 번역, 기업 접점 보직 경험, 윤리적 협업 평판, 그리고 언어 역량이다. 이 다섯 가지를 12~18개월 전부터 얇고 꾸준히 실행하는 사람만이, ‘명목’의 통계를 넘어 현실의 커리어를 얻는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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