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멀티스펙트럼 위장체계로 가는 길, 위장은 '합쳐지지 않음'의 과학이다.
작성일 : 2025.10.10 10:58 수정일 : 2025.10.12 09:41 작성자 : 스파르탄 (외부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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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장의 핵심 원리는 단순하다. 멀리서 보더라도 배경과 옷의 무늬·색조가 하나로 합쳐지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 원칙은 낮뿐 아니라 밤에도 지켜져야 한다. ⓒ 연합뉴스 |
① Protection이 왜 중요한가? ② 방탄헬멧 ③ 아이프로텍션 ④ 이어프로텍션 ⑤ 방탄복
⑥ 전투복 난연체계 ⑦ 전투복 위장체계 ⑧ 방한피복체계 ⑨ 화생방위협보호체계 ⑩ 전투화
오늘날의 전장은 “누가 먼저 발견되느냐, 또는 누가 끝까지 보이지 않느냐”의 싸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투복의 위장패턴은 더이상 단순한 문양이 아니다. 적이 나를 아예 표적으로 삼지 못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음의 기술’, 즉 보호체계의 출발점이다. 핵심 원리는 단순하다. 멀리서 보더라도 배경과 옷의 무늬·색조가 하나로 합쳐지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 원칙은 낮뿐 아니라 밤에도, 즉 가시광선(VIS)과 근적외선(NIR) 환경 모두에서 지켜져야 한다.
요즘은 소규모 무장세력조차 야간투시경(NVG)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낮에만 효과적인 위장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캐나다군의 CADPAT(1997년 도입), 미 해병대의 MARPAT(2002년 도입)은 대표적 성공 사례다. 이들은 낮과 밤,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모두에서 무늬와 색조가 하나로 뭉개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반면, 우리 군은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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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DPAT: 속칭 디지털패턴의 원조로서 아직 까지도 이보다 뛰어난 위장은 없다고 평가를 받을 정도로 고성능이다. |
MARPAT: CADPAT을 바탕으로 개발된 패턴으로 아직까지 CADPAT과 더불어 위장력에 있어서는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
미군이 겪은 실패, 그리고 교훈
미 육군은 과거 UCP(Universal Camouflage Pattern) 전투복을 도입했지만, 실제 전투에서는 병사들이 멀리서 회색 덩어리처럼 보였다. 그 결과, 전투력보다 생존성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결국 미군은 수십억 달러의 교체 비용을 감수하면서 OCP(Operational Camouflage Pattern)로 전환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비용을 우려했지만, 미군은 “잘못된 위장을 계속 쓰는 것이 더 큰 손해”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복장 교체가 아니라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시험과 검증 없이 만든 결정은 결국 더 큰 대가를 치른다.”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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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인을 숨기지 못한 50억 달러 규모의 군용 위장복으로 평가됐던 UCP 전투복. 전투원을 하나의 표적처럼 보이게 했기 때문에 야전에서 상당한 불만이 표출되었다. |
한국군의 현실: 밤이면 하나로 뭉치는 ‘디지털 위장’
우리 군은 2010년대에 Granite B(화강암형) 디지털 패턴을 전군 표준으로 도입했다. 겉모양은 최신 디지털 무늬처럼 보이지만, 실제 야간이나 근적외선 환경에서는 문제가 드러난다. 녹색·갈색·회색·검정 등 색상들의 빛 반사율(분광 반사율)이 근적외선 영역(약 800~900nm)에서 거의 같아져, 야간투시경 영상에서는 하나의 색조로 합쳐진다. 즉, 낮에는 무늬가 살아 있지만, 밤에는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는 현대전에서 심각한 약점이다. 진정한 전투복이라면 낮과 밤 모두에서 ‘무늬가 합쳐지지 않는 것(non-merging)’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우리 군의 위장은 파장별 허용 범위가 너무 넓고 색상대역이 겹쳐 있어, 야간 환경에서는 색이 뭉개진다. 결국, “보기 좋다”가 아니라 “수치로 증명된다”는 위장 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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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에서 우리 전투복은 각 색상의 반사율이 각각 분리되지 않고 서로 겹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야간투시경으로 관측 시 빛이 나거나 뭉쳐보여 결국 잘 관측되게 만드는 아주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므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
위장은 과학이다 — ‘체계 일관성’이 생존을 좌우
이제 위장은 예술이 아니라 공학의 문제다. 최근 섬유·광학 융합 연구에서는 위장 효과를 ‘빛 반사율 차이’와 ‘영상의 색조 대비’로 측정한다. 각 색상의 반사율 곡선이 서로 닮지 않도록 설계해야 야간투시경에서도 톤이 합쳐지지 않는다. 문제는 위장무늬 자체보다 ‘체계 일관성’이다. 천(원단)은 잘 만들어도, 웨빙(가방 끈), 버클, 심테이프, 장구류의 반사 특성이 다르면 야간영상에서 그 부위만 번쩍 드러난다. 최근 보급된 3형 방탄복에서도 이런 불일치 문제가 제기됐다. 야간투시 환경에서 웨빙만 빛나면 병사는 금세 탐지된다. 결국 위장은 옷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문제다.
위장은 미학이 아니라 공학이며, 공학은 일관성으로 완성된다. 작은 버클 하나, 끈 하나가 야간영상에서 병사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문제는 단순한 품질 편차로 볼 것이 아니라, 규격·검수·조달 체계 전체의 신뢰성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필요한 조치는 명확하다.
첫째, 전투복·방탄복·웨빙의 가시광선–근적외선 반사율을 동시 점검해야 한다.
둘째, 문제 발생 시 염색·인쇄 공정을 추적하고, 현장에서 즉각 보완 조치를 해야 한다.
셋째, 조달 단계부터 ‘합쳐지지 않음’ 기준을 수치로 명시하고, 세탁·자외선 노출 후에도 성능이 유지되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넷째, 문제 제보부터 재발 방지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자가 살아남는다. 위장은 단순히 옷의 패턴이 아니라, 병사의 생존과 전투력을 결정하는 국가 기술이다. 이제는 “보기 좋은 무늬”가 아니라, “수치로 증명되는 위장”, 그리고 “체계적 일관성으로 완성된 공학”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힘이야말로, 현대전에서 가장 강력한 방패다. (2편에서 계속)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스파르탄의 기고문을 모둠으로 제공합니다]
Ⅰ. 군사 인플루언서 제언
Ⅱ. [스파르탄의 MILOVATION Issue] 전투원 생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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