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제도적 협력 경험을 지렛대로 삼을 수 있지만, 북한은 붕괴된 틀 속에서 기정사실화를 앞세우고 있다.
작성일 : 2025.10.02 11:19 수정일 : 2025.10.03 07:25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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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강대국들과 이란은 2015년 테헤란의 핵 프로그램을 크게 제한하는 대신 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역사적 합의인 JCPOA에 도달했다. 이 합의는 2018년 트럼프가 협정에서 탈퇴할 때까지 이행되었으며, 그 이후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가속화했다. [사진: CRSS 홈페이지에서 캡처] |
영국·프랑스·독일(E3)은 최근 이란 핵합의(JCPOA) 붕괴 이후 처음으로 스냅백 제재를 공식 발동했다. 스냅백은 합의 당사국이 핵 관련 약속을 심각하게 위반할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과거 제재가 자동으로 되살아나는 장치다. 2015년 JCPOA가 체결되었을 때 이란은 핵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국제 제재 완화의 혜택을 받았고, 원유 수출도 하루 200만~250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2018년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이란은 점차 합의 이행을 축소하며 우라늄을 더 높은 농도로 정제하고 그 양도 크게 늘려왔다. 결국 2025년 9월 말, E3의 스냅백 발동은 10년 가까이 이어진 협상 노력이 다시 분기점을 맞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미국의 대이란 전략은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해 왔다. 2025년 6월 미국은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며 군사적 압박을 가했지만, 한편으로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협상 가능성도 모색했다. 그러나 이란은 “핵무장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맞섰고, 미국 내부에서는 단순한 압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회의론이 확산됐다. 현재 이란이 수천 기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할 수 있고, 고농축 우라늄을 단기간 내 무기급으로 전환할 능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번 스냅백은 이란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려는 압박이자, 다자 협력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다. P5+1 협상 구조는 과거 일정한 성과를 냈지만, 미국의 탈퇴와 상호 불신으로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이번 제재 복원은 단순한 징벌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이란을 관리 가능한 틀 안으로 다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러나 이란이 실제로 협상 복귀를 선택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걸프국가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쿠웨이트 공습 이후,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은 미국의 억지력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파키스탄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파키스탄 핵을 미국 핵우산의 보완재나 대체재로 고려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이란 핵무장이 중동의 핵 확산 도미노를 촉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UAE는 미사일 방어와 원전 안전을 강조하고, 카타르와 오만은 중재외교를 고수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란 핵 위협을 더욱 직접적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제 시선을 북한 핵으로 돌려보자. 미 의회조사국(CRS)의 최근 보고서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and Missile Programs"(IF10472, 2025.9.26 개정)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고체연료 ICBM과 극초음속 활공체를 개발했으며, 핵탄두는 약 50기, 핵분열성 물질은 최대 90기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실전 배치된 ICBM은 10기 미만으로 평가되지만, 미 국방정보국(DIA)은 2035년까지 최대 50기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북한이 더 이상 ‘잠재적 보유국’이 아니라 사실상 ‘현실적 보유국’에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외교적 노력은 수십 년간 이어졌지만, 북한 핵문제 해결은 여전히 난망이다. 6자회담 붕괴 이후 다자 협력의 틀이 사라졌고, 유엔 제재도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효력이 약화되었다. 한국과 미국의 압박·협상 병행 전략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북한은 핵을 체제 보장의 핵심 자산으로 고착화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집단적 대응 한계를 잘 보여준다.
이란과 북한은 모두 핵을 정권 생존의 보증수표로 삼고 있지만, 이란은 협상과 제도적 틀을 활용하는 접근을 택한 반면, 북한은 무력 시위와 기정사실화를 앞세우는 등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란은 JCPOA라는 제도적 경험이 있어 협상 복귀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지만, 북한은 협상 구조 자체가 무너져 사실상 제도적 경험이 사라졌다. 이란은 ‘핵문턱국가’로 남아 외교적 선택지를 유지하지만, 북한은 이미 보유국 지위를 굳히며 군사적 레버리지를 앞세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과 한국에서는 북핵을 “사실상 인정”하거나 “스몰 딜”로 관리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략적 패착이 될 것이고, 비확산 체제의 붕괴와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할 위험이 크다. 한국은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억지력 강화, 방어 태세 구축, 민방위 역량 강화 같은 실질적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과거 미국이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 충격 이후 시민 생존대책을 세워 핵공포를 관리했던 것처럼, 한국도 공세적 억지와 방어·회복 전략을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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