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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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선택은 합리적이었는가?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에 대해 미국은 최선의 억지 대신, 국내정치적 제약 속에서 차선책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작성일 : 2025.09.29 06:29 수정일 : 2025.09.29 10:50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2025년 9월 9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린 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Al Jazeera]
 

   지난 9월 9일 오후 3시 46분경(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카타르 도하의 한 복합시설을 공습했다. 카타르는 미국이 2022년에 공식적으로 주요 비나토 동맹국(Major Non-NATO Ally, MNNA)으로 지정한 나라다. 이러한 나라를 2014년에 미국의 주요 전략 파트너(Major Strategic Partner)로 지정된 이스라엘이 공습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공습으로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하마스의 핵심 인물 다수는 살아남으면서 작전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성과의 크기가 아니라 미국의 태도였다. 동맹국의 공격을 사전에 제지하지 못한 채, 중재국 카타르 영토가 직접 타격을 받은 사실은 중동 질서와 미국의 신뢰에 깊은 균열을 남겼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카타르는 이를 “국가 테러”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고, 아랍·이슬람 국가들은 긴급 회의를 열어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서방 언론도 군사적 성과보다는 외교적 역풍을 강조했다.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GCC) 국가들은 “미국이 믿을 만한 보호자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여러 싱크탱크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의 신뢰성에 장기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덜란드의 클링언데일 연구소(Clingendael)는 “중동의 금기(taboo)가 깨졌다”고 했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중동연구소(MEI)는 걸프 국가들이 안보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미국의 억지력이 흔들렸다고 분석했으며, 미국의 법률·정책 분석 플랫폼 저스트시큐리티(Just Security)는 사후 외교적 방어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진단의 표현은 달랐지만, 공통된 결론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구조적 균열을 드러낸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이었다.

   이번 공습은 아랍과 이슬람권 국가들에게 미국에 대한 깊은 불신을 남겼다. 이미 후티 반군 사태에서 미국의 소극적 대응에 실망했던 걸프 국가들은 중국·러시아와의 군사·경제 협력을 모색하는 데 더 적극적일 수 있다.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기 어렵다는 현실도 인식하고 있어, 다변화와 재협상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려는 전략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 균형 전략은 국제정치학에서 흔히 헤징(Hedging) 전략으로 불리며, 국가가 특정 강대국에 전적으로 줄서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선택지를 분산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걸프국가들은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면서도, 동시에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다변화 전략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계산은 무엇이었을까?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억지가 최선이었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내 정치적 제약이 그것을 가로막았을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은 친이스라엘 여론과 의회의 압력, 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 속에서 사후 외교 조정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규범적 명분을 희생하는 대신 단기 정치적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차선책이었을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위기가 협상의 전환점이 된 사례들이 드물지 않았다. 1973년 욤키푸르 전쟁은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이끌어냈고, 1990년 걸프전은 미-사우디 안보 협력의 확대를 가져왔다. 협상 이론에서 말하는 ‘성숙한 순간(Ripe Moment)’이 바로 이런 맥락이다. 윌리엄 자트만(I. William Zartman)이 제시한 이 이론은 교착 상태에 있던 갈등 당사자들이 “계속 싸워도 얻을 게 없고, 협상 외에 출구가 없다”는 인식을 공유할 때 협상이 가능해진다는 개념이다. 위기의 충격은 이 인식을 앞당기는 촉매가 되며, 결과적으로 협상의 기회를 열어주는 계기로 작용한다.

   국제정치에서 전략적 선택은 언제나 다원적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이 왜 이스라엘을 제지하지 않았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제지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꿈보다 해몽처럼 사건을 해석할 뿐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가 걸프국가의 불안을 자극했고, 미국의 입지를 흔들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선택이 합리적이었는가? 그 답은 단기 정치적 제약과 장기 구조적 비용을 동시에 바라볼 때에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태가 한국의 안보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맹이 반드시 자동적 억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국내 정치와 국제전략의 제약 속에서 다양한 해석과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자체적인 안보 역량과 쿼드(QUAD)와의 협력 등 글로벌 협력 네크워크 확장을 병행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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