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중심의 자주국방 비전은 의미 있지만, 전쟁의 본질과 협력안보를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현실과 괴리될 수 있다.
작성일 : 2025.09.25 02:29 수정일 : 2025.09.25 02:34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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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혁신 4.0은 북핵‧미사일 대응능력 획기적 강화, 군사전략·작전개념 선도적 발전, AI 기반 핵심 첨단전력 확보, 군구조 및 교육훈련 혁신, 국방 R&D‧전력증강체계 재설계라는 5대 중점과 16개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 인공지능신문 |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상비병력 수로 결판나는 전쟁은 과거의 일이며, 강력한 자주 국방의 길을 열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언론은 이를 두 갈래로 보도했다. 하나는 현대전의 양상이 병력 규모보다는 첨단과학기술 중심으로 전개되는 현실을 강조한 발언으로 평가하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동맹 의존을 “굴종적 사고”로 규정하는 대목을 주목하며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적 발언으로 비판하는 시각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던지는 메시지의 무게는 크다. 만약 일부에서 제기되듯 “외국 군대 없이는 자주 국방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국가안보의 자존심을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념적 가치판단에 따라 현행 안보체제(연합방위, 동맹안보)를 부정적으로만 프레임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닌 팩트와 현실을 토대로 다각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우선 긍정적으로 보면, 대통령의 발언은 현대 및 미래전의 본질적 변화를 잘 짚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저가 상용드론과 위성정보가 전차와 포병을 압도한 사례, 이스라엘이 아이언돔과 AI 기반 정밀타격으로 무장단체에 대응하는 모습은, 단순한 병력 우위가 더 이상 승패를 좌우하지 않음을 입증한다. 이제 전장의 게임체인저는 첨단기술이며, 유무인 복합체계, 사이버·우주 전력이 전쟁의 주도권을 결정한다.
또한, 한국이 직면한 인구절벽 상황을 고려할 때, 첨단무기와 무인체계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병력 충원이 불가능한 구조에서 유무인 복합체계는 병력 부족을 보완하는 전향적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방개혁 2.0 이후 지속되어 온 “병력 감축–전력 첨단화” 기조를 계승하는 측면에서, 대통령 발언은 현실적 필요에 부합하는 전략적 방향성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 관점에서 보면, 전쟁의 본질은 여전히 기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드론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 점령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도 전선 유지에 막대한 인력을 희생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공중폭격과 드론 작전만으로는 가자지구 장악이 불가능해, 결국 지상군 투입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전쟁의 승패가 여전히 정신력, 지상점령, 정치적 목표 달성이라는 본질적 요소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욱이 한국 안보체제의 근간은 협력안보와 연합방위에 있다. 우크라이나가 NATO의 지원 없이는 전쟁을 지속할 수 없듯, 이스라엘도 미국의 전략자산과 보급 지원 없이는 장기전을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이 한미동맹에 의존하는 것은 단순히 “스스로 못해서”가 아니라, 협력안보가 현실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연합방위체제를 ‘굴종’으로 규정하며, 실제 안보 패러다임을 이념적으로 재단하는 위험이 있다.
대통령이 지적한 “외국군 없이는 자주국방 불가능”이라는 담론은 부분적인 사실도 담고 있다. 한국은 핵억지력, 전략자산, 글로벌 정보망 등 특정 영역에서 미국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는 군사적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국제체제 내에서 개별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자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전적으로 “굴종”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정치적 상징성은 있으나, 전략적 현실과 괴리된 해석이 될 수 있다.
대통령 발언 자체에도 개념적 상충이 있다. 첫째, 첨단기술 중심 국방은 필연적으로 국제 협력과 기술 교류에 의존한다. 이를 “자주국방”으로 포장할 때 기술적 자립과 협력이라는 현실 사이에 긴장이 발생한다. 둘째, 자주국방과 협력안보는 상호 보완적임에도, 대통령 발언은 자주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협력안보와의 긴장적 뉘앙스를 만들어내며, 자칫 개념 충돌로 오인될 수 있다. 셋째, 병력 수를 경시하는 발언은 실제 전쟁 수행과 종결에서 병력이 여전히 핵심적이라는 현실과 모순된다. 러-우 전쟁과 이스라엘 분쟁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결국 대통령의 메시지는 첨단기술 중심의 자주국방이라는 비전 제시는 긍정적이지만, 전쟁의 본질과 한국 안보 패러다임을 함께 고려하지 않을 경우, 담론이 다소 정책적 현실과 괴리된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한국은 기술·자주·협력의 긴장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는 특정 정권의 성향에 따라 안보정책이 흔들리지 않도록 일관된 전략문화를 구축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전략문화는 제반 지리·역사·정치·사회·문화적 요인들의 영향을 받아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결과이며, 단기적 정치 이슈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한국은 자주국방의 이상과 협력안보의 현실을 동시에 포괄할 수 있는 전략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이, 병력 감축 시대와 첨단기술 전쟁 환경 속에서도 국가안보의 지속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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