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전쟁」 시리즈는 단순한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북한의 문화전쟁과 그로 인해 한국 사회 내부에 뿌리내린 담론·프레임에 대한 응전이라는 성격을 띄고 있다.
작성일 : 2025.09.13 04:08 수정일 : 2025.09.14 06:57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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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10월 19일 발생한 여수·순천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 단계에 여수에서 주둔하고 있던 국군 제14연대의 남로당 계열 군인들이 국가의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무장반란 사건이다.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전라남도 동부 지역의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사진: 여수사건 여수 아카이브] |
김덕영 감독의 영화 「건국전쟁2」를 아들과 함께 관람했다. 지난 2024년 2월 1일 개봉한 제1편에 이어 19개월 만에 선보인 후속작이다. 제1편은 해방 이후 권력 공백기 속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제도적·헌정적 토대를 수립한 과정을 사료와 증언에 기반해 재구성하면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2편은 여순사건과 제주 4·3사건을 대상으로, 좌파적 서사가 주도해 온 기존 해석의 일방성을 비판하고, 사료적 근거를 통해 역사적 맥락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역사 프레임의 충돌
개봉 초기 1편에 대한 대중적 반향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학계·언론계·정치권을 아우르는 논의로 확산되었고, 이승만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과 건국 서사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영화적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정치문화적 담론 구조에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특히 건국의 의미를 자유민주주의 정체성과 연결하여 재조명한 점은 문화적 헤게모니 경쟁 차원에서 의의가 컸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건국전쟁2」는 여순사건과 4·3사건이라는 첨예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이 사건들은 주로 국가 폭력과 민중 저항이라는 프레임으로 서술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냉전의 서막, 공산주의 세력의 개입이라는 국제정치적 요인이 얽혀 있었다. 정치적 프레임이 역사 인식을 단순화시킨 결과, 국민의 집단기억은 편향적으로 구조화되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공백을 메우며, 문화전쟁이라는 주제와 맞물려 한국 사회의 담론 지형을 재조정한다.
북한의 문화전쟁
문화전쟁은 단순한 이념 갈등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가치체계와 정체성을 둘러싼 총체적 경쟁이다. 북한은 김일성 시기 이래 이를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전개해 왔다. 문학, 영화, 음악, 교육, 축제에 이르기까지 전 사회적 차원에서 문화적 침투를 시도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 내부에서도 전쟁을 민족 비극으로만 규정하거나, 남북 간 동질성과 화해를 강조하는 문화적 흐름이 확산되었다.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 「웰컴 투 동막골」같은 영화들은 한국군을 희화화하거나 6·25전쟁의 본질보다 남북의 동질감만을 강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정율성 동요제와 같은 문화 행사는 북한의 인물을 기리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남한 내부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의 문화전쟁이 단순한 선전 활동을 넘어, 한국 사회의 기억과 정체성 형성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북한 문화전쟁의 원리 중 하나가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헤게모니 이론이다. 그람시는 지배가 물리적 강제력만이 아니라 문화적·이데올로기적 동의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북한은 이 원리를 차용하여, 문학·예술·대중문화 전반을 활용해 남한 사회에 대안적 헤게모니 블록을 구축하려 했다. 이는 군사적 충돌이 아닌, ‘동의의 전쟁’을 지향하는 장기적 전략이었다.
자유민주주의에 드리운 그림자
이러한 북한의 문화전쟁은 한국 헌법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잠식하는 효과를 낳았다. 자유와 인권, 다원주의적 질서보다 집단주의적 민족주의 담론이 강화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주권 원리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위험이 제기되었다. 나아가 표현의 자유가 이념 프레임 속에 갇히고, 사회 통합이 분열로 대체되는 현상은 이러한 문화적 침투의 부산물이다.
더욱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종북·주사파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곧바로 ‘수구’, ‘반통일’, ‘반민족’ 프레임으로 전환된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적 가치 수호 담론을 오히려 주변화시키고, 응전의 동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헤게모니 균형은 좌파적 서사로 기울었으며, 이는 문화전쟁에 대응해야 할 시급성을 보여준다.
응전 전략 세 가지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특정 진영의 이념적 주장으로 한정하지 않고,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주권·자유·인권이라는 보편적 언어로 재언어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구’, ‘색깔론’이라는 낙인을 피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 질서가 대한민국 정체성의 최고 규범임을 사회적 합의로 확산시켜야 한다.
둘째, 북한이 영화·음악·문학·축제를 활용하여 문화전쟁을 전개했듯이,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문화 콘텐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형식을 통해 자유와 창의, 다양성의 가치를 스토리텔링으로 담아내고,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의 정당성을 문화적으로 재확립해야 한다.
셋째, 세대별로 갈라진 역사 인식을 교정하기 위해 교육과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학교 교육과 언론 보도를 통해 균형 잡힌 역사 서술과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고, 젊은 세대가 왜곡된 담론에 휘둘리지 않도록 비판적 사고와 공정한 이해를 기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 차원의 문화적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다.
「건국전쟁」의 전략적 의미
응전 전략의 차원에서 「건국전쟁」 시리즈가 지니는 의미는 단순한 다큐멘터리의 차원을 넘어선다. 무엇보다 첫째, 이 영화는 왜곡된 역사 프레임을 바로잡고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을 자유민주주의 서사 속에서 되살려 내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특정 이념이 독점해 온 역사 인식의 균열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시도다.
둘째, 「건국전쟁」은 학문적 논문이나 정치적 언어가 아닌 영화라는 대중적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낙인이나 진영 논리를 넘어, 보다 폭넓은 시민들에게 직접 다가가 설득할 수 있는 문화적 힘을 보여준다.
셋째,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응전의 동력을 회복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지키고 강화하기 위한 문화적 전선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이어질 장기적인 문화 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북한의 문화전쟁은 실체적이며, 그 영향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정체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순사건과 4·3사건을 둘러싼 역사 인식, 자유민주주의 담론의 낙인화가 그 사례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응전과 국가적 전략은 필수적이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건국전쟁2」는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갖고 있다. 더 많은 국민이 관람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 성찰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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