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글로벌 이슈

미국 "전쟁부(Department of War)"의 귀환

상징에 머무를지, 전략적 전환의 신호탄이 될지는 향후 국가방위전략(NDS)과 국방수권법(NDAA)의 방향에 달려 있지만, 미국이 글로벌 군사태세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은 분명하다.

작성일 : 2025.09.12 01:40 수정일 : 2025.09.12 01:50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미국 국방의 심장부 펜타곤. 2025년 9월 5일 행정명령으로 ‘전쟁부’라는 이름이 다시 등장하며, 글로벌 군사태세 강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사진: DVIDS(Defense.gov)]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5일 행정명령에 서명해 국방부가 ‘Department of War(전쟁부)’라는 별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미국이 건국 초기부터 사용했던 전쟁부 명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방부로 전환된 지 70여 년 만에 상징적으로 다시 등장한 것이다. 과거 전환은 방어 중심의 억지 전략과 국제적 책임의 확대를 반영했지만, 이번 조치는 그 반대편에 선 공세적 수사와 전쟁수행 태세를 전면에 부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미국의 전략문화가 전통적으로 실질적 행동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억지를 보여 왔음을 고려할 때, 이번 명칭 부활은 상징정치 이상의 전략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주요 언론과 싱크탱크들은 이번 조치가 상징적 차원을 넘어 전략적 의도와 연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와 AP는 이를 “정치적 상징”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백악관이 법률 개정을 권고하도록 지시한 점을 들어 장기적 변화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노선을 “Peace through Strength(힘을 통한 평화)”로 규정하며, 이번 정치적 수사(rhetoric)가 동맹국과 적성국 모두에 전쟁수행 의지를 강조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SIS는 대만 시나리오 워게임을 토대로, 미국의 억지력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장거리 타격 능력, 탄약 비축, 동맹의 협력이 뒷받침될 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이번 명칭 변경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 경우 억지 메시지를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전략적 신호를 단순한 정치적 수사보다는 전략문서와 실제 행동을 통해 전달해 왔다. 예컨대 새로운 국가방위전략(NDS)이나 국방수권법(NDAA)에 반영되는 위협 우선순위, 주한미군·주일미군 재배치 같은 구체적 조치, 혹은 항모전단 전개와 같은 군사적 행동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방식은 미국이 굳이 과시적 수사를 사용하지 않고도 억지 의지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대해 한 미 정부 관계자가 “미군은 이미 세계 최강임을 국민들이 알고 있기에 퍼레이드로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미국의 기본 노선은 수사적 과장이 아니라 실질적 행동과 제도적 장치를 통한 전략적 신호였고, 이번 ‘전쟁부’ 명칭 부활은 그 전통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이례적이고 수사적 성격이 강한 조치라 할 수 있다.

   향후 미국의 행보는 NDS와 NDAA의 내용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다. NDS는 위협 우선순위와 전력구조를 제시하며, NDAA는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을 배분한다. 만약 두 문서가 “전쟁 수행 태세”를 명시적으로 강조하고, 장거리 타격·산업기반 강화·동맹 협력 확대 등을 핵심으로 담는다면, 이번 조치는 단순한 수사가 아닌 정책적 방향성의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반대로 기존 전략 틀을 유지하면서 수사만 강화된다면, 이는 상징정치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치가 단순한 신호인지, 전략적 전환의 전조인지는 향후 대중국·대러시아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대만을 둘러싼 긴장을 억지하려는 의도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전쟁 억지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미국은 유럽에서의 새로운 전쟁 가능성에 전면 대비한다”는 정치적 신호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억지 효과는 전력 배치, 탄약 비축, 산업기반 강화 같은 실질적 조치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발휘될 것이다. 반면 이러한 전략적 신호가 중국이나 러시아를 자극해 역내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만약 이번 정치적 수사가 실질적 군사전략으로 연계된다면, 동맹국이나 파트너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일본과 EU는 미국의 공세적 태세 전환을 부담분담 요구의 강화로 받아들일 수 있고, 한국은 한미동맹의 성격과 임무 재조정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대북 억지와 동시에 대중국 견제를 요구받는 한국은 안보전략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방위비 분담·역내 역할 확대 요구에 대비해야 하며, 우리가 최근 고민하고 있는 안보상황이기도 하다. 이는 한국 안보정책 수립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다.

   결국 미국의 ‘전쟁부’ 귀환은 상징적 수사에 그칠지, 전략적 전환의 신호탄이 될지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이 글로벌 군사태세 강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 국가로서 동맹 관리, 자주적 방위역량 강화, 그리고 안보정책의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이는 불확실한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스스로의 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 될 것이다.

등록된 데이터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