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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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 대한민국 정체성의 시험대

국민 구조의 변화 속에서 다문화장병의 복무환경에 관한 문제를 단순한 인권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작성일 : 2025.09.06 10:01 수정일 : 2025.09.06 10:05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청록색 군복을 입고 병역 의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국군 용사의 모습, 이는 홍보물이 아니라 실제로 대한민국의 국군으로 복무한 다문화 가정 출신 청년의 모습이다.   [사진: 취재대행소 왱 홈페이지에서 캡처]
 

   9월 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방부장관에게 다문화 장병 복무환경 개선을 위한 권고를 내놓았다. 이번 권고는 지난 4~5월 10개 부대 방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부 장병이 한국어 부족으로 임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다문화 이해 교육의 실효성이 낮으며, 국외 연고 장병들이 휴가와 여비 규정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방부가 이들을 별도로 파악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단순한 형식적 평등을 넘어, 복무 적응에 필요한 지원과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다문화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가구는 44만여 가구, 인구는 120만 명을 넘어섰으며, 출생아 중 6% 이상이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나며, 사회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군대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10년 50명 수준에 불과하던 다문화 장병은 2025년 이미 약 4천 명 이상으로 늘었고, 2030년에는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군 내부의 환경이 단순한 병영 문제가 아닌, 사회 변화의 축소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인구 구조의 변화에 대응해 정부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해 정책을 추진해왔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한국어 교육, 상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는 이중언어 교육과 학습 바우처, 진로 탐색 프로그램 등이 지원되고 있다. 저소득 다문화 가정 자녀에게는 교육활동비도 지급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주로 초기 정착과 생활 지원에 집중되어 있어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장기적 사회 통합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크다. 언어 장벽, 사회적 차별, 제도 사각지대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며, 정책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군은 다문화 장병 증가에 대응해 여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문화·종교적 배경을 고려한 대체 식단 제공, 훈련소 단계에서의 다문화 이해 교육 의무화, 언어 능력과 적성을 반영한 보직 배치가 대표적이다. 또한 법령을 통해 차별 금지와 평등 대우를 명시하고, 별도의 식별이나 명단 작성은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별도 구분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맞춤형 지원 필요성’ 사이에는 여전히 긴장이 존재한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현장 지휘관의 인식과 정책 집행의 일관성 부족도 과제로 남아 있으며,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조직문화 차원에서 다양성을 포용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국민 의식조사 결과는 이러한 제도적 노력과 사회적 변화의 간극을 보여준다. 여성가족부가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다문화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성인의 수용성은 소폭 상승했으나 청소년은 오히려 하락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은 이미 한국이 다문화사회라고 인식했지만,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낮아 14%에 불과했다. 또한 60% 이상이 스스로 인종 편견을 지니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제도적 지원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수용성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순한 정책 추진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국민 의식의 성숙이 병행되지 않으면 갈등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다문화사회의 확대는 국가정체성의 형성과 유지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단일민족을 강조해 온 한국적 정체성은 균열을 맞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재구성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체성에 관한 한 연구에서는 미국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융합해 다문화성을 국가정체성으로 승화시킨 사례, 이스라엘이 종교적·민족적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다문화 현실을 절충한 사례를 제시했다. 한국 역시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와 사회적 다양성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러한 방향 설정이 없다면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은 통합의 기회가 아니라 분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다문화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정적 현상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된다. 사회적으로는 차별과 편견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고, 군 내부에서도 언어 장벽과 소속감 부족이 문제로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이 누적된다면 장병 개인의 적응 문제를 넘어 조직의 신뢰와 결속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나아가 통일 이후와 같은 더 큰 전환기에 이르면, 국민 정체성의 혼란이 심화되어 사회 통합 자체가 흔들릴 잠재적 위험성도 있다. 작은 불협화음이 방치될 경우, 그것은 곧 국가정체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문제는 단순한 불편이나 갈등이 아니라 장래의 위기를 예고하는 신호로 보아야 한다.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은 더 이상 주변적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를 단순히 인권이나 복지의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문화 장병의 복무환경을 포함한 다양한 현상을 국가정체성의 문제로 인식하는 시각이다. 국민적 합의와 철학이 없는 다문화 정책은 갈등을 누적시키고, 군을 비롯한 핵심 제도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 반대로 이를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한다면 다양성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풍부하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국방정책 역시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소속감과 포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다문화의 확대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드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고 강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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