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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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정책, 인도를 약한 고리로 만들까?

인도는 전통적으로 현실주의에 기반한 비동맹과 전략적 자율성을 중시하는 전략문화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자칫 인도를 대중국 봉쇄의 약한 고리로 만드는 전략적 패착이 될 수 있다.

작성일 : 2025.09.02 11:25 수정일 : 2025.09.02 11:53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9월 1일(현지시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한다는 이유로 8월 6일 행정명령(E.O.) 14329를 통해 인도산 수입품에 추가관세(additional tariffs) 25%를 부과했다. 이 행정명령이 같은 달 27일부터 발효되면서 기존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 25%와 합쳐 사실상 50%의 높은 무역장벽이 세워졌다. 그럼에도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일일 약 150만 배럴 내외로 계속 들여왔다.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 직후 모디 총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에너지·경제 협력을 재확인했다. 이 일련의 장면은 워싱턴의 압박과 뉴델리의 실용이 정면충돌하는 대목을 보여준다.

   미국의 의도는 표면적으로 러시아 전쟁 재원을 옥죄려는 대러 압박이며, 동시에 인도에 시장개방·무역협상 양보를 끌어내려는 지렛대 성격이 짙다. 백악관은 ‘러시아 경제를 지원하는 행위 비용을 높이겠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외교협회(CFR)는 관세가 협상 전술로 설계됐다고 분석했다. 안보적 관점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관세정책이 농업시장 개방 등 과도한 요구와 결합하면 양국의 신뢰가 저하되어 안보협력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시 말해, 러시아의 전쟁 재원을 줄이겠다는 목적과 관세라는 수단이 어긋나면 그 역풍이 전략적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뉴델리는 이번 관세 부과를 ‘인도만 겨냥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당분간 값이 싸고 공급이 안정적인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유지해 휘발유·경유 가격과 물가를 지키려 할 것이다. 대신 관세 충격은 환율 방어, 수출기업 세제·대출 지원, 정유·해운·보험 계약 재점검으로 완화하려 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워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자무대에서 선택지를 넓히되, 인도·미국 첨단기술 파트너십(iCET) 같은 실무협의는 끊지 않고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미국의 관세정책은 CSIS가 분석했듯이,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미국-인도 관계의 속도와 신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도는 예외와 유예를 요구하면서, 상하이협력기구(SCO)·브릭스(BRICS) 등으로 선택지를 넓혀 위험을 분산하려 할 것이다. 그 사이 쿼드(QUAD) 협력에 있어 회의의 연기, 합동 군사훈련 규모 축소와 같은 마찰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가격상한제 준수 연계 예외를 제시하고 상호군수지원협정(LEMOA) 등과 같은 미국-인도 간 다양한 군사협력의 궤도를 유지한다면, 양국의 협력은 속도조절 수준에서 관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세가 협상 레버리지로만 쓰일지 파트너십 비용으로 번질지가 미·인도 인도-태평양 구도의 향배를 가를 것이다.

   한편, 인도의 전략문화는 대체로 갈등을 키우지 않고 선택지를 여러 개 남겨두며 과학기술과 실용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전통은 냉전기의 비동맹을 거쳐 오늘의 ‘전략적 자율성’으로 이어졌다. 인도 정책연구센터(CPR)의 「Non-Alignment 2.0」은 그러한 전통적인 인도 전략문화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그 요지는 동맹 대신 자율적 선택 공간을 최대화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도 외교장관 자이샨카르(Subrahmanyam Jaishankar)는 다극 체제에서 이슈별 동시 정렬, 즉 멀티얼라인먼트를 공개 천명했다. 다시 말해, 미국과는 전략·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억지(deterrence)와 관여(engagement) 병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도의 향후 전략적 선택지를 전망할 수 있다. 전통적인 비동맹 기조에도 불구하고, QUAD체제 편입 등 최근 인도가 보인 친미 경향의 배경에는 실제통제선(LAC)에서의 충돌을 통해 체감한 중국의 압박, 그리고 힘과 기술 격차에 대한 인식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인도의 대중 관계는 ‘경쟁적 공존’이 기본이어서, 국경·해양 긴장이 높아지면 쿼드(QUAD) 카드를 더 세게 꺼낼 것이고, 완화되면 경제·인적 교류를 조금씩 열어 갈 것이다. 이와 같은 인도의 전략적 선택지의 공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바로 트럼프의 관세정책이다. 미국의 수단이 목적을 합리화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르면, 인도는 실리적 목적에서 미국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도가 인도-태평양 전략의 약한 고리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관세가 전략과 따로 움직이면 인도를 대중 봉쇄의 약한 고리로 만들 위험이 커질 것이다. 러시아 압박이라는 명분이 동맹관리 실패로 돌아오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도는 경제적 이익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관세정책 설계는 ‘전략적 이익은 경제적 이익을 앞선다’는 원칙에 촛점을 맞춰야 할 것이며, 관세는 협상 수단이되 파트너십의 적이 되지 않도록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와 미국과의 안보현안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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