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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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차원을 바꾸다 !

사이버 위협과 기술 종속, 그리고 신흥안보… 한국이 직면한 다차원적 전환의 과제

작성일 : 2025.09.01 01:07 수정일 : 2025.09.01 04:04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2024년 국가 사이버안보 전략은 기존의 수동적·방어적 자세에서 공격적 사이버 방어(offensive cyber defense) 또는 사전적·선제적 대응(proactive defense)으로 전환되었다.    [사진: Disital Today 홈페이지 캡처]

   최근 한국은 크고 작은 사이버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2025), 연구재단 시스템 해킹(2025), 그리고 법원망을 노린 북한 해킹(2024), 여기에 중국발 해킹 시도까지 이어지면서, 사이버 공격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정치·경제·사회·군사 전반을 흔드는 안보 이슈로 떠올랐다. 개인정보 유출은 국민 신뢰를 흔들고, 연구 데이터 침해는 과학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법원망 공격은 사법제도의 신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복력(resilience) 확보와 주권적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담론, 바로 ‘소버린 시큐리티(Sovereign Security)’, 다시 말해 디지털·데이터 주권 기반의 안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 개념은 단순한 기술 보안을 넘어 국가 주권을 지키는 문제다. EU가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을 강조하며 자국민 정보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역시 핵심 기술과 네트워크에 대한 자립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안보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이버 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Ullman(1983)이 지적했듯, 정책 결정권이 외부의 손에 종속되는 위험에 놓일 수 있다. 결국 소버린 시큐리티는 “방어”를 넘어 “자립”을 통해 주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전통적 안보의 연장선이자 그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길이다.

   안보의 개념은 시대와 함께 확장돼 왔다. 냉전기에는 군사력과 영토 보전이 안보의 중심이었다면, 1990년대 이후에는 테러, 식량, 에너지, 환경, 인권 등 비군사적 요소가 주요 위협으로 떠올랐다. 인간안보, 식량안보, 에너지안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이 1980년대 초부터 ‘포괄적 안보’라는 이름으로 경제·외교·사회까지 아우르는 정책을 내놓은 것도 같은 흐름이었다. 오늘날 안보는 전쟁 대비를 넘어 국민의 삶 전반을 지키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학계와 싱크탱크에서 주목하는 또 다른 흐름은 ‘신흥안보’다. 이는 기존 안보 위협처럼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 내부에서 창발적으로 생겨나 어느 순간 국가 안보의 문제로 커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AI, 우주안보, 디지털 금융위험 같은 이슈는 빠른 기술·사회적 변화 속에서 등장하고, 도메인 간 연결되어 예측하기 어렵다. 신흥안보는 단순히 기존 영역을 넓히는 차원이 아니라, 안보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오늘날 안보 개념은 두 갈래로 진화하고 있다. 하나는 군사에서 비군사 영역까지 확장되는 ‘영역적 확장’이고, 다른 하나는 신흥안보나 소버린 시큐리티에서 보듯 위협을 바라보는 틀 자체가 바뀌는 ‘차원의 변화’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21세기 안보 담론은 ‘다차원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 이중 과제를 피해갈 수 없다.

   정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군사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외교, 경제, 과학기술, 사이버 역량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회복력을 키우기 위해 자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신흥안보 시대에는 사이버 보안, 기후 대응, 첨단 기술 투자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안보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한국도 기술 자립, 데이터 주권, 국제 협력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안보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보 개념의 다원화는 이론적 담론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다. 사이버 위협과 기술 종속, 그리고 창발적 위협이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한국의 안보정책은 더 이상 군사력에만 의존할 수 없다. 국방과 외교는 물론, 데이터와 기술 주권, 국제 협력, 사회적 회복력을 포함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다. 그것이야말로 21세기 한국 안보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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