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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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반서방 연대 과시할 듯!

심화하는 대립 블록의 구조 속에서 억지는 극대화하고 안보 딜레마는 최소화할 수 있는 우리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

작성일 : 2025.08.29 11:21 수정일 : 2025.08.30 09:21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2025년 8월 28일, 중국의 한 미용실 주인 왕쉐루가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여 중국 베이징에 있는 자신의 매장에서 어린이에게 탱크 디자인으로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 Reuters.
 

   AP·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9월 3일 중국의 전승 80주년 행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여러 해외 정상의 초청 수락 사실을 알렸지만 서방 정상들은 대체로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시진핑을 중심으로 푸틴·김정은 등과 같이 천안문 성루에 서있는 반면, 서방 정상들이 없는 장면은 행사 당일 동맹·연대의 방향을 드러내는 분명한 정렬 신호가 될 것이다.

   2014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9월 3일을 공식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로 지정했다. 중국의 전승절은 과거를 기리는 의식을 넘어 현재의 메시지를 내는 장이 되고 있다. 베이징은 항일 승전 서사를 통해 “전후 질서를 지키는 책임 있는 강대국” 이미지를 강조하고, 열병식을 통해 인민해방군(PLA)의 현대화를 보여주려 할 것이다. 올해는 미·중 전략 경쟁이 거칠어진 만큼, 이 무대가 중국의 내부 결속과 대외 억지를 동시에 드러내는 상징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한국의 정상외교와 자연스럽게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23일 일본을 방문하여 우려와는 다르게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관세와 투자 문제가 핵심 의제였지만, 긴장감 속에서도 한미동맹 현대화, 공급망·기술 협력, 대중 관계의 관리라는 더 넓은 틀로 이어질 것이다. 이와 같은 시기에 베이징의 ‘반서방 연대’ 연출이 더해지면서 동북아는 사실상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대립 블록(opposing bloc)이 더 선명해지는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와 같은 국면을 이해하는 데 케네스 월츠(Kenneth Waltz)의 구조적 현실주의이론이 유용하다. 그에 따르면, 국제정치는 상위 심판이 없는 ‘무정부’ 체제이며 국가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힘을 모으고 동맹을 선택한다. 한쪽이 안전을 강화하면 다른 쪽은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안보 딜레마’가 발생하고, 결국 힘의 균형을 향한 움직임이 반복된다. 지도자의 성향보다 구조의 압력이 더 강하게 작동한다는 주장이다. 월츠의 틀에 비춰보면, 한·미·일의 협력이 촘촘해질수록 북·중·러의 결속도 강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한·미·일 협력을 통해 결과적으로 우리의 안보위협에 대한 억지는 강화되지만 긴장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는 한·미·일 협력을 촘촘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의 친중 행보를 그대로 이어간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단기적으로는 북·중·러의 포위 인식이 완화될 수 있지만 한·미·일의 신뢰는 약해지고 한국의 전략적 고립 위험이 커질 것이다. 북한은 연합태세의 이완을 시험하려 들 공산이 크다. 구조적 현실주의가 말하듯, 결국 구조의 압력이 재균형을 요구해 더 큰 안보 딜레마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미·일 협력의 강화에 관한 메시지를 분명히 하되,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는 ‘신호 관리’가 우리에겐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 이후 질의응답에서 “한국이 과거에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安美經中)해왔던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한국이 앞으로 안보와 경제 정책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중심축으로 설정하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확인한 것이며, 한국이 구조적으로 미국 편향적 외교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진 셈이다. 이 대통령은 동시에 “한·중 관계 절연을 원치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실용외교의 관점으로 보이지만 신호 관리의 측면도 있어 보인다. 

   앞으로 미·중 경쟁이 심화될수록 한·미·일을 포함한 서방 블록의 결속이 강화될 것이며, 우리의 역할에 대한 직·간접적인 요구도 복잡하고 다양해질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나 한미동맹의 현대화도 모두 이러한 맥락에 포함된다. 또한 QUAD의 확장이나 AUKUS Pillar II 참여를 요구받을 수 있다. 심지어는 대만해협에서 우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국의 역할을 명시할 것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블록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우리가 그러한 요구를 검토하거나 수용할 때마다 북·중·러의 위협 또한 거세질 것이다. 그렇다고 디커플링(decoupling)은 우리의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없다. 대신 디리스킹(de-riskin)의 전술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외교안보 역량이다.

   동북아에서 최근 심화하는 대립 블록의 구조 속에서, 우리는 위협에 대한 억지는 극대화하고 안보 딜레마는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 한·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이재명 정부의 전략적 선택은 그 방향이 어그러지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는 진정성과 일관성 유지가 중요해졌다. 또 한가지는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이다. 미국이나 중국에 편향되지 않은 외교를 유지하는 것만이 전략적 자율성은 아니다. 국제구조의 압력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궤도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한 전략적 자율성이다. 아직도 이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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