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죄 범위 설명이 법리이해에 필요한 조치이긴 하지만, 장병들이 이를 오해하지 않도록 교육 설계와 전달 방식을 정밀하게 구성해야 한다.
작성일 : 2025.08.22 04:07 수정일 : 2025.08.22 05:52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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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4년 6월 6일, 2차 세계대전 중 노르망디에 상륙 중인 연합군. 상륙돌격병의 모습은 명령에 대한 복종이 체득화된 산물이다. © Konflikty.pl. |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8월 21일,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실이 입수한 국방부의 ‘민주주의와 헌법, 그리고 군(軍)’ 정신교육 교안을 공개했다. 국방부가 하반기 특별 정신교육 교안에 ‘항명죄가 성립되지 않는 사례’를 포함한 데 대해 유용원 의원은 “병사들이 이를 ‘어떤 명령도 안 따라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강도 높게 문제를 제기했다. 국방부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교안 보완을 예고했다. 이 사안이 군의 명령체계와 병영 기강을 둘러싼 쟁점적 주제인 만큼 뉴스시선에서 팩트를 체크했다.
첫째, 교안에 제시된 ‘항명죄 미성립 사례(지각 금지 지시, 음주 제한, 숙소 환기, 구타 금지 교육 등)’는 군형법 제44조(항명)의 ‘정당한 직무상 명령’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항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리는 타당하다. 군형법상 정당한 명령이란, 단순한 일상적 지시가 아니라 군통수작용상 중요하고 구체적이며 법률의 위임에 근거한 규범적 명령·규칙을 의미한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명령위반과 항명의 성립이 제한될 수 있다. 특히 대법원은 ‘정당한 명령인지 여부’를 엄격하게 해석하며, 집총명령 거부 사건에 대한 판례(대법원 1977.7.12. 77도1457)에서 “참모총장의 필요성 인정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둘째, 유 의원이 지적한 “이런 사례를 병사들이 그대로 학습하면 ‘이런 명령은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라는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군형법 제47조(명령위반죄)는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만 형사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모든 명령이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직무상 필수적이고 구체적인 군사적 필요가 없는, 단순한 생활 규칙이나 일상지시는 형사 범위 밖에 속한다는 것이 법리의 해석 기준이다. 따라서 일부 명령에 대한 불이행이 법적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명령의 불이행이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점을 교육 시에 명확하게 해야 한다.
셋째, 국방부가 “항명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은 법리적으로 옳다. 항명죄 성립 여부와는 별개로, 명령 위반은 군형법 제47조(명령위반죄)나 행정 징계 대상으로 남을 수 있다. 넷째, 교안 작성과 배포 과정에서 법리적 세부 기준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교육이 진행된 점은 설계상 허점이다. 법조 항목별 설명 없이 판례만 나열하면 교육 메시지가 불완전하게 받아들여져 오히려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이번 국방부의 교안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교육이 일상 지시와 전투 명령을 지나치게 구분해 강조하면 병사들이, 전시에 명령에 대한 판단을 위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며 지시 이행을 주저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투 상황에서 전장군기 해이, 지휘체계 혼란, 반응 지연이라는 부정적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명령과 복종에 관해서는 군형법 교육과 병행하여 전장에서 그러한 덕목이 왜 중요한지를 분명하게 교육해야 한다.
군형법 교육에 있어서는 첫째, 제44조(항명)와 제47조(명령위반죄)에서 전제하고 있는 정당한 명령과 부당한 명령의 요건을 명확히 구분해 교육해야 한다. 특히 간부들에게 더 강조되어야 한다. 둘째, 사례별로 어떤 법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지 병사들이 직접 토론하고 이해하는 참여형 교육도 필요하다. 이때 법률적으로 충분히 지도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사람이 주도해야 한다. 아울러, 지휘관을 위해 명령의 적법성과 긴급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 및 자문 체계를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생명이 위협받는 전장에서는 상관의 명령에 대한 철저한 복종이 절대적이다. 항명죄 범위에 대한 설명이 법리이해에 필요한 조치이긴 하지만, 장병들이 이를 오해하지 않도록 교육 설계와 전달 방식을 정밀하게 구성해야 한다. 국방부의 조치가 군 기강과 전투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교육 내용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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