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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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출구전략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성과는 전략적 이익을 훼손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역내 불안정상태를 잉태할 수 있다.

작성일 : 2025.08.19 01:17 수정일 : 2025.08.19 01:43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인도적 지원 물품이 2025년 8월 7일 목요일, 가자 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상공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공수되고 있다. ⓒ AP.
 

   2025년 8월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안보내각은 가자시(Gaza City) 전면 통제 계획을 공식 승인하며 포위·지상작전을 병행하는 공세적 국면에 돌입했다. 이 작전은 하마스(Hamas)의 군사 거점과 행정적 기반을 분쇄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가 심각하다. 가자지구 전역에서 폭격과 포격이 이어지며 누적 사망자는 가자 보건국 발표 기준 6만 명을 넘어섰고, 특히 식량 배급 현장 공격과 기아로 인한 아동 사망이 국제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유엔(UN)과 유럽연합(EU), 국제 구호 단체들은 이 사태를 “인위적 인도주의 파국”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휴전과 구호 확대를 촉구했지만, 이스라엘은 안보 명분을 내세우며 군사 행동을 계속하는 중이다.

   이스라엘이 내세운 전쟁 목적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하마스의 군사적 능력과 통치 구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 둘째, 이 전쟁의 발단이 된 인질 전원 송환, 셋째, 가자가 다시는 안보 위협을 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목표의 달성도는 낮다. 하마스의 무기 네트워크와 터널 조직은 일부 파괴되었지만 지하 거점은 여전히 활발히 작동하며, 행정적 통제 역시 부분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인질 전원 송환 또한 교착 상태에 놓여 있어 군사적 압박만이 남은 상황이다. 결국 이스라엘의 공세는 전술적 타격에는 성공했으나 정치적 목적 달성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 싱크탱크들은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정치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국의 채텀하우스(Chatham House)는 “군사적 점령이 정치적 안정으로 전환되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은 “가자시 점령은 협상 지렛대일 뿐 장기적인 반란전(urban insurgency)의 위험을 배태한다”고 분석했다.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전면 봉쇄와 기아 확산이 국제적 역풍을 증폭시킨다고 평가했고,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전쟁 장기화가 이스라엘 경제와 예비군 유지력에 심각한 부담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역시 전후 가자 통치 구조의 부재와 파편화된 무장세력 문제로 인해 정치적 성과가 봉쇄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한편, 서안지구(West Bank)는 국제 언론의 관심에서 다소 비켜 있지만 이스라엘의 군사·정치적 개입은 심화되고 있다. 제닌(Jenin)과 나블루스(Nablus)에서는 2025년 초 대규모 토벌작전이 전개되었고, 난민캠프와 도심 지역은 상시적 봉쇄와 군사 주둔 상태에 놓여 있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 정부는 정착지 확대를 공식화했으며 7월에는 크네세트(Knesset)에서 서안 병합을 촉구하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특히 예루살렘(Jerusalem)과 마알레 아두밈(Ma’ale Adumim) 사이의 E1 지역 개발은 서안을 북·남으로 단절시켜 팔레스타인 국가의 영토적 연속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별개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가자에서는 하마스를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서안에서는 정착지 확대와 병합 신호를 내보내는 전략이 병행되고 있다. 결국 이스라엘의 의도는 두 지역을 동시에 관리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구상을 제도적으로 무력화하고,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Palestinian Authority) 모두의 정치적 공간을 축소하는 데 있다. 이는 군사작전과 정착 정책이 결합된 장기적 안보 구상이며, 안보내각의 결의와 국회 차원의 상징적 결의가 서로 연동해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시 전면 점령과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 통제 강화, 서안의 정착 가속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서안 북부에서는 대규모 군사작전이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군사적 확장은 장기적 반란전 가능성을 높이고 국제 제재와 무기 수출 제한 같은 외교적 비용을 수반할 것이다. 군사적으로는 우세를 확보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교착과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이중적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국내외 리스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국내적으로는 예비군 동원의 피로와 대규모 반전 시위, 인질 가족들의 압력이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와 유엔 인권기구들의 대(對)이스라엘 무기 수출 금지 논의, 인도적 구호 차단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조사 가능성 등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군사적 승리의 서사와 현실의 정치·경제적 리스크가 충돌하며, 장기적 불안정이라는 부정적 귀결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군사적 승리를 거두고도 정치적 안정으로 연결하지 못한 교훈은 현재 이스라엘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기 점령과 무력에만 의존한 접근은 반군 활동과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켰고, 이는 결국 정치적 퇴각을 강요했다. 이스라엘 역시 이번 전쟁에서 출구전략을 설계하지 못한다면, 단기적 전술 성과에도 불구하고 통시적 관점에서는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적 우세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협상·외교적 프레임이며, 이는 가자와 서안을 동시에 고려한 정치적 종결 전략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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