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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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중 잠정조치수역 잠식

남중국해 "모래의 만리장성(Great Wall of Sand)"과 서해 인공구조물은 닮은꼴 !

작성일 : 2025.08.14 08:17 수정일 : 2025.08.14 11:17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한·중 잠정조치수역 내 설치된 중국의 인공구조물. 해양시추 설비를 개조한 통합 관리 플랫폼인 Atlantic Amsterdam(좌)과 원형 대형 양식 케이지인 선란(Shen Lan) 2(우)의 모습. ⓒ CSIS Beyond Parallel.
 

   2025년 2월 26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조사선 온누리호가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내 중국 구조물에 접근하려다 중국 해경과 고무보트에 가로막혔다. 한국 해경이 출동해 약 두 시간 동안 대치가 이어졌고, 이는 양국 해역 긴장의 그림자를 드러낸 장면이었다. 이 같은 현장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다. 올해 6월 23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Beyond Parallel은 Jennifer Jun과 Victor Cha의 "Chinese Platforms in the Yellow Sea’s South Korea–China PMZ"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위성영상과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데이터를 통해 PMZ에 배치된 중국의 대형 플랫폼과 원형 양식 케이지, 그리고 2018년 이후 서해 전역에 추가된 다수의 등대형 부표를 시계열로 재구성하고 있다. 저자들은 분석을 통해 2025년 5월 항모 푸젠(Fujian)의 훈련과 함께  항행금지구역 선포까지 결합된 사실을 경고하고 있다. 앞서 올해 1월,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서해를 “간과된 지정학적 열점”으로 규정하며 중국 활동의 전략적 의미를 지적한 바 있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는 2018년 선란(Shen Lan) 1 양식 케이지 배치로 시작됐다. 이후 시추설비를 개조한 아틀란틱 암스테르담(Atlantic Amsterdam)을 중심 허브로 고정하고, 2024년 선란(Shen Lan) 2를 추가했다. 여기에 부표망 설치와 항행금지구역 선포, 항모 훈련이 진행되면서 단순 양식·연구설비를 넘어선 준(準)영구 해상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통합 관리 플랫폼인 아틀란틱 암스테르담은 연구·관리뿐 아니라 통신·감시기능으로 확장 잠재성이 높아 군사·비군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상 EEZ내 인공섬이나 시설 설치 권한은 연안국에 있지만, 서해 한·중 PMZ는 경계 미획정 구역이다. 잠정조치수역(Provisional Measures Zone)은 국가 간 해양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돌과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하는 한시적·중간적 관리 수역을 말한다. 2001년에 체결된 한·중 어업협정은 영유권 확정이 아닌, 어업 충돌 방지를 위한 임시 조치였을뿐 고정 구조물 설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인공구조물 설치는 비어업 고정시설 설치 자제라는 합의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과정을 남중국해 사례와 비교하면 중국의 해양 전략 패턴이 선명해진다. 남중국해에서는 2013년부터 스프래틀리 군도(Spratly Islands)의 암초를 대규모로 매립해 약 13㎢의 인공섬을 만들고 활주로, 격납고, 레이더, 미사일을 배치해 기지화했다. 국제사법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2016년 중국의 역사적 권리 주장과 활동의 불법성을 판정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하고 실효 지배를 강화했다. 서해 PMZ는 남중국해처럼 고강도 군사화로 직행하지는 않았으나 ‘양식’이라는 저가시성(low visibility) 이슈로 포장하면서 점진적 설치를 통해 사실상의 관리권을 축적하는 점에서 닮아 있다.

   전략적으로 볼 때, PMZ 구조물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구도 속에서 저강도 앵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동맹 간 기동성과 억제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서해 리스크의 증가는 한·미 연합 해양운용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평시에는 한국 해군·해경의 훈련과 조사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고, 유사시 주한미군의 서해측 전개와 후방 지원 경로에 마찰비용을 높일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의도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이 중요하다. 국제적으로는 PMZ의 제정 취지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근거해 중국 구조물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 그리고 실제 기능을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미국·일본 등과 함께 위성·무인기 관측, 합동 해양조사, 공동 순시를 상시화해 중국의 기정사실화를 억제해야 한다. 또한 국제해사기구(IMO)나 유엔 해양 관련 회의에서 이 사안을 의제로 올려 중국의 일방적 항행금지구역 선포나 구조물 기능 변경을 사전 견제할 수 있는 다자적 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보다 실질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이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는 패턴, 구조물과 부표의 증설, 조사선·해경에 대한 근접 저지 사건 발생 빈도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실시간 분석해 경보를 발령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동시에, 중국이 특정 해역을 봉쇄하더라도 임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우회 항로와 대체 전개 계획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평시에도 해당 해역에 한국 선박이 상시적으로 활동하며 국제법상 권리를 실제로 행사해야 중국의 사실상 지배권 주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서해는 더 이상 부차적 전장이 아니다. 국제 규범을 무기로 한 법적·외교적 압박과 현장에서의 지속적 존재와 감시라는 두 축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이 해역을 "간과된 열점"이 아닌 "안정된 관리 해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중 잠정조치수역(PMZ)내 인공구조물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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