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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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실용성과 제도적 우회전략의 결합 필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중간공급자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용성과 제도적 우회전략이 함께 작동한다면 K-방산은 유럽 안보생태계 내의 실질적이고 존중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작성일 : 2025.08.01 10:36 수정일 : 2025.08.01 10:57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2025년 6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NATO 정상회의(The Hague Summit 2025)에서 모든 회원국이 2035년까지 GDP의 5%를 국방 및 안보 관련 지출에 할당하기로 합의했다.   [사진: Atlantic Council 홈페이지에서 캡처]
 

   지난 7월 14일, 프랑스 국방안보총국(SGDSN)은 「국가 전략 리뷰 2025 (이하 RNS 2025)」를 발표했다. RNS 2022에 비해  "학술·과학·기술적 탁월성(Academic, Scientific & Technological Excellence)"이란 전략목표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RNS 2025는 총 11개의 전략목표를 제시하면서 방산산업 투자의 전략적 중요성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독일 정부는 7월 23일에 의회가 방위 조달 법안 초안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법안은 독일이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고 NATO⋅EU에의 기여 목표 달성을 위해 방위 조달의 신속성, 효율성, 유연성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획기적 법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럽(EU) 국가들의 안보인식 변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국가들의 안보전략에 중대한 전환점을 제공했다. 이 사건은 특히 동유럽을 중심으로 재래식 군사력의 중요성과 집단방위체제의 신뢰성 문제를 동시에 부각시키며 유럽 각국의 위기의식을 자극하였다. 프랑스, 독일을 포함한 주요 EU 회원국들은 더 이상 미국의 전략적 우산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위협 인식 아래 자국 및 EU 차원의 독립적인 군사 역량 강화 필요성을 공식화하였다. 프랑스는 RNS 2022에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핵심 방향으로 명시하였으며 독일은 Zeitenwende(시대 전환) 전략을 통해 자국 중심의 방산 재건과 생산체계 혁신을 본격화하였다.

   또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의  NATO 기여금 관련 경고와 고립주의 외교노선은 유럽 내에서 미국 방위공약의 불확실성에 대한 경각심을 확산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였다. 이로 인해 유럽은 미국과의 방위동맹을 유지하되 유럽 자체의 자립적 억지력 구축이 필요하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EU 차원의 전략 문서인 「Strategic Compass for Security and Defence (2022)」, 「Readiness 2030 (2025)」, 「European Defence Industrial Strategy (2024)」는 공통적으로 국가 간 공동조달, 방산 투자 확대, 유럽산 우선구매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의 제도화된 반응

   이러한 안보인식의 변화는 곧바로 정책적 실행으로 이어졌다. 첫째, 다수의 유럽국들은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고 있으며 NATO 차원에서도 2035년까지 회원국들이 GDP의 5%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하였다. 독일은 2026년까지 방위예산을 1,500억 유로 이상 확보할 계획이며 프랑스도 2027년까지 국방예산을 연 640억 유로 수준으로 증액할 예정이다.

   둘째, 방산산업의 구조 개편이 동반되고 있다. EU는 2025년부터 대규모 공동투자 프로그램인 EDF(European Defence Fund), 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 펀드, EDIS(European Defence Industrial Strategy) 등을 통해 유럽 방산 생태계 전반의 공급망 내재화와 생산력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독일 주도로 추진 중인 ESSI(European Sky Shield Initiative)는 유럽의 통합 방공망 구축을 목표로 하며 기술적·지리적 통합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셋째, 무기체계에서 유럽산 우선구매 원칙이 제도화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모두 "외부(Extra-EU) 공급자에 대한 예외적 접근만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으며 실제로 EDF 및 PESCO(Permanent Structured Cooperation)의 프로젝트 입찰에서도 해당 조항이 명문화되어 있다.


유럽시장에서 K-방산에 미치는 영향

   이러한 정책적 구조는 한국 방산기업에게 기회와 제약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긍정적인 면에서 보면 폴란드가 대표하는 동유럽 국가들은 납기, 비용, 신뢰성 면에서 한국 무기체계를 선호하고 있으며 실제로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K239 천무 등이 대규모로 계약되어 현지 조립 및 생산 협력까지 확대되었다. 이는 한국이 유럽 내에서 신뢰 가능한 무기 공급국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하며 다른 중·소규모 EU 국가들도 한국 제품을 실용적인 대안으로 고려할 여지가 크다.

   반면, 부정적인 영향도 분명하다. EU는 제도적으로 한국과 같은 비EU 국가의 직접적인 방산 프로젝트 참여를 제한하고 있으며 EDF나 PESCO 같은 핵심 프로그램에는 원칙적으로 참여가 불가하다. 독일과 프랑스는 방위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기술경쟁 또는 시장잠식에 대해 정치적, 규범적 저항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ESSI와 같은 독일 주도 플랫폼은 한국의 공식 참여를 인정하지 않으며 유럽산 무기 중심의 다층방공을 추구하고 있다.


K-방산의 간접참여 및 우회접근 전략 모색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유럽 내 제도적 우군국가 및 파트너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간접 참여가 필요하다. ESSI의 경우, 폴란드가 참여국이자 한국산 무기의 도입국이므로 폴란드 내 시스템 통합형태로 한국 무기의 간접 참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M-SAM 또는 L-SAM을 폴란드가 자체 통합체계로 편입한다면, 이는 ESSI 내 간접구성 요소로 한국 기술이 활용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DF에서는 직접 참여는 불가능하나 EU 기업과의 R&D 파트너십 또는 공동개발 계약을 통해 부품 공급, 기술 이전, 현지생산 등 간접적인 진입 경로 확보가 가능하다. PESCO는 제3국 참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사이버방어, 무인체계, 탄약공급 등 민감도가 낮은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참여 승인이 가능하다. 이 경우, 한국은 전략적 파트너국으로서 EU 회원국과의 연합을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유럽의 안보 전략은 미국으로부터의 방산 자율성 확보를 전제로 빠르게 제도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한국 방산기업에 기회와 도전 모두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우수한 기술력과 납기 경쟁력이라는 비교우위를 갖추고 있지만 정치적·제도적 구조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공식 프로그램 외곽에서의 전략적 간접 참여 방식이 필수적이다. 향후 한국 방산의 유럽 진출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현지 조립, 기술 이전, R&D 연계, 부품생산 등 다양한 형태의 제도 내 파트너십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외교적 지원, 법제도 협력 채널의 구축, 수출 전략의 다변화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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