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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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그리고 "현실 자체를 두고 벌어지는 전쟁(war over reality)"

현대 전쟁의 또다른 얼굴은 현실 세계에서의 군사 충돌을 넘어 진실과 거짓, 인식의 틀 자체를 두고 경쟁하는 정보전이다.

작성일 : 2025.07.31 12:57 수정일 : 2025.07.31 02:32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이스라엘 외무장관 Gideon Saar의 X(트위터) 계정에 공유된 이란의 Evin 교도소 폭발 장면 [사진 : Gideon Saar의 X에서 캡처]
 

   이스라엘은 하마스(Hamas) 및 헤즈볼라(Hezbollah)와의 분쟁에서 다양한 AI 시스템을 작전에 활용했다. The Gospel, Lavender, Where’s Daddy?, Fire Factory 등이 대표적이다.

   The Gospel은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대표적 사이버·신호정보부대인 Unit 8200이 개발한 머시러닝 기반의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이다. 드론 영상, 위성 사진, 통신 정보, 감시데이터 등을 통합해 무장세력의 건물, 로켓 발사 장치 등에 관한 특정 패턴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2023~2024년 가자 지구 작전에서 하루 최대 100개 이상의 표적을 식별토록 지원했으며, 연간 기준 과거의 수십 배 수준으로 표적 발굴량이 증가한 효과가 있었다.

Lavender는 개인 수준의 AI 데이터베이스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남성을 하마스 또는 이슬람주의 무장조직원(Islamic Jihad)으로 분류한 명단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통신 패턴, 위치 정보, 사회관계망 데이터 등을 분석해 관계 기반 패턴 매칭 방식으로 작동하며, 정확도가 약 90%로 보고되었다. 2024년 분쟁 중 약 이 시스템이 37,000명의 개인을 잠재적 표적으로 등록했으며, 일부는 하위급 전투원이라도 표적으로 선정돼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한 IDF 내부자가 “하루에 수십 개 표적을 찍고 승인만 확인하는 수준이었다”고 진술한 바도 있다.

   Where’s Daddy?는 위치 기반 추적 및 공격 시점 결정 시스템이다. 표적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점을 탐지하면 형성 가능한 공격 조건을 자동 판단하며, 정밀 타격을 위해 표적의 위치가 주거지 등 고정된 장소일 때 우선 공격 옵션으로 전환하는 원리이다. Fire Factory는 표적이 승인되면 AI가 즉시 적합한 무기 종류, 투입 시간, 항공기ㆍ드론 스케줄 등을 계산하고 제안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수 시간 걸리던 절차를 몇 분 내 실행 계획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AI 시스템들은 모두 인간 분석가가 AI의 추천결과를 검토한 후, 공습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Human‑in‑the‑Loop(HITL) 구조를 갖지만, 실질적으로는 AI 추천 방식이 인간 판단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확대되어 왔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대상의 정밀 추적·공격에서 AI는 정보 처리 속도와 표적 발굴 효율성을 크게 높였으나, 그 반작용으로 윤리적·법률적 위험도 증가한 상황이다. 유엔 인권 특별절차 기구들은 이스라엘의 AI 기반 표적화 방식이 국제인도법(IHL), 특히 구별 원칙, 비례성 원칙, 예방 조치 의무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부는 "AI‑assisted genocide"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국제인도법의 관점에서 볼 때, 이스라엘의 AI 기반 표적화 도구들은 기술 자체보다 그 운영 방식과 감독 구조의 결함에서 법적 위반 우려가 크다.

   한편, 최근 AI 관련 이슈 중 하나가 딥페이크(deepfake)로 잘 알려진 AI 합성 영상의 대규모 사용이다. 지난 7월 28일자 Carnegie Endowment에는 Mahsa Alimardani와 Sam Gregory가 공동 집필한 「Iran–Israel AI War Propaganda Is a Warning to the World」란 논문이 게재되었다.  이 논문은 6월 13일 이스라엘‑이란 간 분쟁이 발발한 이후 AI 기반의 허위정보 및 선전(propaganda)이 정보생태계 전반에 걸쳐 대규모로 확산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사례로 이란 Evin 감옥의 폭발 장면 영상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월 23일, 국제 인권 비영리 단체인 WITNESS는 테헤란의 타흐리쉬(Tajrish) 지역 아파트에서 촬영되었다고 설명된  Evin 감옥 폭발 장면 영상을 확보했다. 영상은 연기가 자욱한 감옥 출입문 주변을 보여주며, 자막과 함께 “They are trying to open Evin(그들이 Evin을 열려고 한다)"라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 영상은 흑백 보안 카메라 형태로 약 6초 길이였으며, 폭발 직전 문이 흔들리는 모습과 문이 열리는 듯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영상의 화질이 극히 낮아 포렌식 분석이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 영상의 구체적인 제작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또는 친이스라엘 성향의 채널이 의도적으로 유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외무장관 Gideon Saar는 X(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 영상을 공식적으로 공유하였고, 뉴욕타임스, BBC, ARD 등 국제 언론이 이를 보도함으로써 신속하게 확산되었다. Evin 감옥은 이란의 정치범·언론인·반체제 인사들이 수용된 장소로, 이스라엘이 이곳을 타격했다는 이미지는 “이란 정권에 대한 반격”, “억압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정치범을 해방시키려 했다”는 프레임을 강화하고, 동시에 이란 내부 불안을 조성하려는 전략적 심리전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게 논문의 분석이다.

   이 외에도 논문에서는 이스라엘‑이란 분쟁은 다른 분쟁과 달리 AI 활용 콘텐츠의 양적 팽창이 핵심 차별요소로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테헤란에서 열린 가짜 친이스라엘 시위 영상, 텔아비브에 미사일이 떨어졌다는 조작된 영상, 유명인 조작 클립 등이 SNS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이 영상은 정황상 완전히 AI로 생성된 합성 콘텐츠로 결론 내려졌다. 하지만 일부 영상은 2천만 조회를 넘겼고, 이는 AI기반 조작이 전쟁 전반에 걸쳐 체계적으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전 세계에서 벌어질 잠재적 분쟁들에도 유사한 왜곡 정보(Disinformation) 전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이다. 다시 말해, "현실 자체를 두고 벌어지는 전쟁(war over reality)" 시대의 개막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국의 차오량(Qiao Liang)과 왕샹수이(Wang Xiangsui)는 「초한전(超限战, Unrestricted Warfare)」에서 "미래의 무기"란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무기가 아닌 목표에 기반한 전략 중심의 전쟁 전략”을 강조하면서 전략과 전술이 무기를 정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해킹, 금융시장 조작, 여론조작, 사회적 분열 유도, 비국가폭력 단체 활용 등 비군사적 공격 수단을 미래무기의 핵심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와 미래의 포괄적 환경에서, 전쟁의 정의와 본질에 한발짝 더 다가서는 발상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범영역(Cross-Domain)전쟁이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미 치르고 있는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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