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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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보다 중요한 군의 가치, 명령과 복종!

사기는 전투력 발휘를 진작시키는 요소이지만, 명령에 대한 복종은 군의 근간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이다.

작성일 : 2025.07.20 08:57 수정일 : 2025.07.21 06:55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베트남 중부에 있는 꽝응아이(Quảng Ngãi) 성 선틴(Sơn Tịnh) 현 손미(Sơn Mỹ) 마을에 세워진 미라이(Mỹ Lai) 학살사건 위령비   [사진: Local Vietnam 홈페이지 캡처]

 

   2022년작 영화 『보스니아(Bosnia)』는 보스니아 내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개인의 과거와 현재, 정의의 의미를 탐구하는 영화다. 전범재판이라는 현실적 소재를 통해 ‘용서’와 ‘책임’을 넘어, 인간이 속죄와 참회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영화 속 전범은 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무장세력, 특히 '셰크니크(Sheknik)' 소속 군인들을 말한다. 이들은 보스니아 무슬림(보슈냐크인)을 상대로 대규모 학살과 인종청소를 자행했다.

   보스니아 무슬림 민간인 남성들을 계획적으로 처형하고 여성을 전쟁 무기처럼 반복적으로 성폭행하거나 인질로 삼았으며, 집단 무덤에 시신을 암매장하거나 불태우고 매립하여 증거를 없애려 했다고 알려졌다. 이와 같은 전쟁범죄와 관련하여 구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ICTY)와 보스니아 국내 법원에서 처벌된 세르비아계 민병대원들은 주로 지휘계층이었다. 하위 계급 일반 병사들은 처형 영상 등 직접적인 증거가 남은 경우에 한하여 드물게 기소되었으며, 대부분은 지휘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면책되거나 경범죄 수준으로 처벌되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 3월 16일, 미라이(Mỹ Lai)란 마을에 베트콩 게릴라가 숨어 있다고 판단한 미군은 소탕작전에 나섰다. 현장 작전책임자였던 캘리(William Calley) 중위는 “무장한 베트콩 병력을 섬멸하라”는 명령을 과도하게 해석하여, 마을 주민 전체를 베트콩 협력자로 간주하고 무차별 학살을 명령했다. 실제로 마을엔 노약자와 여성, 아이들뿐이었음이 나중에 알려졌다. 당시 헬기조종사였던 톰슨(Hugh Thompson) 소위는 민간인 학살을 목격하고 중단을 요구했으며, 일부 민간인을 헬기로 구조하면서 이러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캘리 중위는 1971년 군사재판에서 1급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종신형이 선고되었으나, 당시 닉슨 대통령의 개입으로 가택연금 3년 후 석방되었다. 톰슨 소위는 민간인을 구한 영웅으로 평가되어 2000년에 미 육군 훈장을 수여 받았다. 사건이 있은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인 1998년, 빌 클린턴 행정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당시, 학살에 가담했던 병사들은 대부분 무혐의 처리 또는 재판 없이 면책되었다. 

   1944년 8월 파리해방작전시, 당시 파리방어사령관이었던 콜티츠(Dietrich von Choltitz) 장군은 파리시내를 완전히 파괴하라는 히틀러의 명령을 받았다. 그는 명령에 복종하면 역사적인 도시 파리가 폐허가 되고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될 것이라 판단했다. 군인으로서 명령복종의 의무와 인도주의적 양심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었다. 결국 그는 히틀러의 명령을 거부하고 항복했으며, 후에 '파리의 구원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군사적 상황에서 명령과 복종의 딜레마가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역사,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군인의 복종 의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불법적이거나 비인도적인 명령에는 저항할 윤리적, 때로는 법적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식 자체에 대한 논란도 많다. 캘리 중위의 사례처럼, 당시 베트콩의 일상화된 전술을 고려하면 마을 주민 전체를 베트콩 협력자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이 작전적으로 더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투현장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전투원들에게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인도적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가치를 자신의 생명과 맞바꾸기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이상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투현장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요구하는 상관의 명령에도 주저함이 없이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군인의 복종을 중요시한다. 어찌보면 개인에게는 너무나 비인도적인 상황이지만, 그 배경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다는 숭고한 인도주의적 가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국가 군대의 군인들은 훈련을 통해 그러한 인식을 신념화한다. 콜티츠 장군의 사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국방부가 12·3 비상계엄 당시 명령을 따르지 않은 장병을 선별해 포상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주 중반부터 비상계엄 당시 위법 또는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는 등 군인의 본분을 지켰던 장병들의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공이 있는 장병에 대한 포상과 격려가 있을 것이며, 다음 주 혹은 이달 말에 구체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조치는 국방부 차관이 장병 사기 진작을 위해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사태에 관여했던 군 고위관계자들은 현재 사법절차에 따라 심판이 진행 중이다. 그 정도의 위치에 있는 군인이라면 당시 비상계엄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그 상황에 가담했다면 법적,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와 같은 경우가 코티츠 장군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국방부의 조치는 이와 같은 필벌(必罰)과는 별도로 당시의 임무수행이 불법이라 판단하여 명령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장병을 포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해를 못할 바는 아니지만, 전투를 주 임무로 하는 군대라는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자칫 명령과 복종이라는 본질적 규범에 대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군심을 갈라치기할 수도 있다. 전투란 상황은 이번 계엄사태와는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 대부분의 전투에서 직면하게 되는 상황은 "불법"이나 "비인도적 행위"를 판단할 필요가 없거나,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군대에서 명령과 복종은 본질적인 규범으로 고양되어야만 한다. 국방부의 이번 조치가 이러한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사기 앙양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이다.

   지금 시점에서 더 시급하고 중요한 조치는 현재나 미래에 명령권을 행사할 장교들에게 적법한 명령을 할 수 있는 법적, 윤리적, 철학적 소양과 판단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물론,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어찌되었든, 이번 국방부의 조치는 적어도 군사적 관점에서는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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