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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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정전협정 위반?

북한은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을 상대로 회색지대전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한가하게 정전협정 위반을 얘기하고 있다.

작성일 : 2025.07.18 10:15 수정일 : 2025.07.18 10:58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서울지방항공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9월 23일까지 북한의 오물 풍선으로 인천·김포공항 활주로의 운영이 20번에 걸쳐 총 413분간 중단됐다. [사진 : SBS 뉴스]
 

   7월 15일자 조선일보에는 「내란 특검 “평양 무인기는 정전협정 위반”...‘10여 회 침투’ 보고서 압수」라는 제하의 기사가 단독으로 보도됐다. 내란 특검이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에 대한 압수 수색을 통해 우리 군이 작년 10~11월 북한에 무인기를 총 10여 회 보냈다는 내부 보고서를 확보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11월 평양에 무인기를 3~4회 이상 침투시켜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였다”고 적시했다. 특히 특검이 “무인기 침투는 UN 정전협정 위반이고, 북한의 도발을 유도할 수 있는 행위”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2월 26일에 북한 무인기 5대 이상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서울과 김포 인근으로 진입했으며, 우리 군은 경고사격을 하고 전투기와 헬기 등을 출동시켰으나 격추에는 실패했다. 2024년 5월 29일경부터 북한이 대량의 오물 풍선을 우리측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풍선에는 사람 분뇨, 담배꽁초, 전지, 흙, 의류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은 같은 해 7월 말까지 계속되어 총 2천~5천여 개가 넘어와 우리나라 전역에 영향을 주었다. 용산의 대통령집무실 인근에도 떨어지고 인천공항 활주로 운영에도 지장이 계속되었다.

   한편, 6월 1일경에는 서해 접경 해역 및 연평도 인근에서 GPS 교란이 4일간 지속되어 민간 및 군사 항공·해상 운항에 혼선을 초래하였다. 같은 해 11월 8일경에는 해주·개성 일대에서 GPS 교란을 재개하여 약 5일간에 걸쳐 남한 해상 선박과 항공기 수십~수백 대에 간헐적 방해를 가했으며, 일부 민간 항공 운항에도 영향이 발생했다. GPS 교란은 항공 안전상 중대한 위협으로 평가되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제 아래 사고 예방 및 국가간 방해금지 의무 대상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사례에 대응해 우리 정부는 2023년 9월에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였고, 2024년 6월에는 북한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9.19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대북심리전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은 1994년 5월에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신하는 새로운 협상기구로 정전협정에 근거하지 않은 조선인민군판문점대표부를 설치하였고,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중립국감시위원회에서 각각 체코와 폴란드 대표단을 철수시켰으며, 1996년에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유지관리의무 포기선언을 했다. 정전협정의 본문 5개조 63개 조항 중에서 쌍방간에 그 효력이 유지되고 있는 규정은 군사분계선에 관한 제2항, 비무장지대 내 적대행위 금지에 관한 제6항, 연안도서의 관할권에 관한 제13항 정도이다. 정전협정상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시위원회에 관한 규정들은 현재 UN사측만이 준수하고 있다. 하지만 위반사항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북한이 무인기를 침투시키고 GPS를 교란시키며 오물풍선을 날려보내는 행위는 그들의 국익을 도모하기 위한 회색지대(Gray Zone)전략의 일환이다. 또는 회색지대전쟁이라고도 한다. 이외에도 사이버 해킹, 가상화폐 탈취, 탄도미사일 발사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회색지대전쟁은  국가 간 분쟁에서 무력 충돌을 피하면서도 상대국에 심각한 정치·경제·사회적 피해를 주는 활동을 통칭하며, 직접 전쟁은 아니지만 사실상 비가시적 전쟁 상태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북한은 저강도의 지속적인 도발을 통해 우리 국민의 피로감을 유발하고, 그들의 도발에 대한 경계심을 무디게 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점진적으로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더 이상 정전협정 위반여부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기초로 현재의 상황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회색지대전략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지와 능력을 정확하게 그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경고성명이나 대북방송만으로는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도 상당한 효과는 있으나 의례적인 옵션화가 되어 그 효과도 반감된 상태이다. 올 1월 15일자 본지의 「군인의 언어! 정치인의 말!」이란 기사를 통해 이미 군사적 옵션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북한정권의 전략적 중심인 평양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옵션은 군사적 관점에서 충분히 합리적이다.

   북한에 도발 빌미를 줄까봐 우려하여 이러한 옵션을 포기한다면 이미 주권국가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를 만회하려면 향후 더 심각한 군사적 댓가를 치뤄야 한다. 이미 누더기가 된 과거의 문건을 근거로 우리의 주권행사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치부해서도 안된다. 적어도 무인기에 관한 한 특검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논리이다. 올 1월에 국회에서 열린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참석하여 합참의장이 한 발언이 새삼 떠오른다. "김정은이 돈을 가지고 직접 확인해야 될 것을 왜 우리가 스스로 확인을 해줘야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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