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성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각군 사관학교 통합은 면밀한 정책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작성일 : 2025.07.13 08:21 수정일 : 2025.07.27 07:47 작성자 : 백자성 (js25172@newssi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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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부터 통합군제를 시행한 캐나다는 왕립 사관학교(RMCC)를 통해 장교를 양성하고 있다. 온타리오주 킹스턴의 포트 헨리(Port Heny) 근처에 위치한 RMCC 전경. [사진: Vancouver MBA 홈페이지 캡처] |
한국에서 통섭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대 중반, 특히 2007년 전후이다. 이 개념은 원래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이 1998년에 출간한 저서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를 통해 제시했다. 생태학자이자 과학 대중화의 선구자였던 최재천 교수가 2005년에 이 책을 번역하여 출간하면서 우리 사회에 그 개념이 퍼지기 시작했다. 최재천, 이어령, 김상욱, 정재승 등의 학자들이 언론 칼럼, 대중강연, TV 프로그램, 과학책 등을 통해 "통섭 = 지식융합 = 21세기형 창조역량"이라는 담론을 확장하였다.
통섭이란, 학술적으로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 모든 학문 영역의 지식이 일관된 방법과 논리로 통합될 수 있다"는 이론으로 학문 간 방법론과 개념의 연결, 융합을 통한 새로운 통찰을 강조한다. 사회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연결해 복합적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기술·경영·예술·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융합형 사고와 협업능력을 중시한다. 이러한 통섭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전문성과 더불어 폭넓은 사고를 지닌 T자형 인재확보가 중요하다. 타 부서 또는 타 직무에 일정 기간 파견하여 타분야의 이해력을 강화할 수 있는 Cross Training 제도도 필요하다.
통섭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 있어 전문성과 폭넓은 사고(다양성) 중 무엇이 먼저냐는 논의는 교육·인사·조직개발에서 핵심적인 주제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전문성이 우선이라고 보는 견해가 학술적·실무적으로 일반적이다. 첫째, 깊이 없는 폭넓음은 피상적이다. 깊이 있는 하나의 지식(전공)은 사고의 기준점(Anchor)이 되며, 다른 분야를 비판적으로 통섭하는 데 꼭 필요하다. 둘째, 전문성은 협업과 통섭의 기반이 된다. 통섭은 다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연결될 때 이루어진다. 셋째, 전 세계적으로 통섭형 인재 육성 모델로 T자형 인재가 가장 널리 쓰인다. 세로축 없이 가로축만 존재하면, 깊이 없는 잡학다식형 인재가 되어 실전 문제 해결력이 떨어진다. 다만, 전문성과 융합력은 단절된 순서가 아니라 점진적 순환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최근 군사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개념이 다영역 작전이다. 4차 산업혁명 기반의 군사과학기술 발달로 사이버와 우주공간이 본격적으로 전투영역으로 편입되면서 대두된 개념이다. 다영역환경은 단순한 전투영역의 확장이 아니라 영역간 교차(Domain Cross)가 확대되면서 점차 영역이 융합되어 나가는 현상이다. 다영역환경에서는 특정 영역에서의 우위만으로는 전반적인 군사적 우위를 달성할 수 없다. 다영역작전은 합동작전의 확장된 개념임과 동시에 한편으론 차원이 전혀 다른 진화된 개념이다. 이와 같은 다영역작전을 위해서는 군에서도 그야말로 통섭형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60년 만에 처음으로 순수 민간출신 국방장관이 지명되면서 현재의 3군 사관학교 체제를 통합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육사와 3사를 우선 통합하고 이후 해사와 공사까지를 통합하는 단계적 추진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인 명목은 합동성 강화이다. 사실,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논의는 그 강도에 있어 차이는 있었지만 1950년대 후반부터 계속되어 왔다. 통합하자는 측은 늘 합동성과 국방운영의 효율성을 주장했고, 반대하는 측은 각 군의 전통과 전문성의 중요성을 주장해 왔다.
이 시점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3군 사관학교 통합 논의에 대해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각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정말로 합동성을 강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정작 합동성을 강화하려면 더 본질적 사안인 통합군제의 채택 가능성과 군정-군령권의 전면 조정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셋째, 통합된 사관학교가 각 군의 맞춤식 인력 확보와 양성 소요를 충족할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넷째,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인력과 조직, 예산 소요가 현재보다 커지는 건 아닌지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다섯째, 군사적 소요가 아닌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사결정 주체들이 스스로를 성찰해 보아야 한다.
점차 뚜렷해 지는 미래 다영역환경에 부합하는 통섭형 군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각자의 전문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타 기능과 타 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결국 잠재력 있는 인재 선발, 교육 과정 개선, 조직 운영의 혁신, 민간과의 협력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중요하다. 단순히 일정 기간을 같이 생활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통합에 따른 후속과정을 조금만 고민해봐도 비효율적이고 부정적인 요소가 수두룩하다. 거의 70년이 다 되어가는 통합의 논리를 아직도 금과옥조처럼 들먹인다는 사실이 의아스럽기도 하다.
중국 한(漢)나라 고사에 비려비마(卑驪卑馬)란 말이 있다. 이 고사의 원래 용처는 다소 다르지만, 글자그대로 자칫 말도 아니고 나귀도 아닌 노새를 양산하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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