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를 계기로 김정은 스스로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화할 것이며, 우리의 안보 현안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작성일 : 2025.07.04 11:37 수정일 : 2025.07.05 07:21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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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6월 22일 공격하기 전(좌)과 후(우)에 Maxar Technologies가 촬영한 이란의 포르도(Fordow) 지하 핵 시설 위성 사진 ⓒ 2025 Maxar Technologies |
6월 22일 오전 2시 10분께(이란 현지시간), 미국은 이란 핵 시설을 대상으로 Operation Midnight Hammer 작전을 개시했다. 이란의 핵 개발 억제를 목적으로 터널형 핵 시설을 완전하게 파괴하기 위해 B‑2 폭격기 7대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투입해 포르도(Fordow), 나탄즈(Natanz), 이스파한(Isfahan) 등 이란 핵 시설 3곳을 타격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6월 23일, 카타르 알 우데이드의 미 공군기지를 향해 미사일 약 14발을 발사했으나 직접적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았다.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습 이후 헤그세스(Pete Hegseth) 미 국방장관은 이란의 핵역량을 "강력하고 명확히" 파괴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핵 실의 심각한 타격이나 불가역적 피해는 없으며 재가동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미 국방정보국(DIA)의 내부 보고서는 “피해는 수개월 지연 수준에 그쳤다(Few months delay)”라고 평가하면서 지하 시설과 농축 우라늄은 사전에 이동되거나 여전히 온전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그로시(Rafael Grossi) 사무총장도 “세 개의 핵시설은 엄청난 피해(enormous damage)를 입었으나 완전히 파괴된 것은 아니다. 이란은 몇 개월 내 농축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전면 중단까지는 이르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이번 미국의 공습으로 세 곳의 핵 시설이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을 사실이나 이란 핵 능력의 완전한 제거는 아니며 핵 프로그램의 전략적 지연 효과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6월 25일에 이란 의회는 만장일치로 IAEA와의 모든 협력 중단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7월 2일에는 페제쉬키안(Masoud Pezeshkian)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공식 효력이 발생했다. 이 법안에 따라 나탄즈·포르도·이스파한 등 핵 시설에 대한 IAEA 관계관의 현장 방문이 금지되고 감시카메라가 철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IAEA 감시 체계를 사실상 해체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핵확산 감시·제어 체계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이란은 아직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의사는 밝히지 않았으며 공식적 입장 표명을 통해 향후 논의의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이러한 이란의 조치는 미국에게 딜레마적 상황을 강요할 수 있다. 희대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란이 국제 핵 레짐(International Nuclear Regime)에 도전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공습으로 인해 이란 국민이 하메네이(Ali Hosseini Khamenei) 정권으로부터 이반되기를 바랬으나 오히려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기류이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번 공습으로 핵 시설에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나 미국과의 핵 협상에 있어 그 이전 보다 전략적으로 더 유리한 입장에 설 수도 있다.
한편, 7월 2일에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에서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중국(China), 러시아(Russia), 이란(Iran), 북한(North Korea)의 관계를 묶어 “CRINK”로 지칭하며 이번 이란 공습은 이 4국 간 관계의 실질적 기반과 전략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또한, 세 국가는 공통적으로 이란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 않으며 자국 이익을 최대한 보전하는 비개입적·전술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빅터 차(Victor Cha) 박사는 북한이 본 사태에서 가장 유연하고 실질적으로 득을 보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직접 개입을 꺼리면서도 북한의 행동을 통제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은 사실상 제재 회피가 허용되는 공간에서 미사일, 방공체계 등의 무기 공급, 농축우라늄 기술 지원, 군사 자문 등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과 이란의 전략적 협력이 강화되고 CRINK에서 북한의 역할이 확대됨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더 민감한 부분은 북핵 관련 사안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은 김정은에게 "핵이 없으면 공격당한다"는 교훈을 강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사실상 김정은의 선택지에서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한편, 북한이 2003년에 NPT에서 탈퇴하고 2009년 이후 IAEA의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이 중단된 이후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보는 이란에 비해 매우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이미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 핵 시설을 대상으로 군사행동을 감행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김정은은 김정은 대로 자신의 안위와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상황은 미국과 북한 간 스몰 딜(small deal) 형태의 핵 협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그러한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북한 나름대로 국제사회의 한 축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점차 확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미국과 북한의 핵 협상에서 스몰 딜이 현실화되면 우리에겐 최대의 안보위협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안보 현안을 풀어 갈 수 있는 방정식이 한차원 더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고차 방정식은 특정 변수에서 손실을 감수해야 최적의 해를 찾을 수 있다. 현재와 근 미래에 닥쳐올 우리의 안보 현안을 풀어 나가는 지혜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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