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만해도 우리는 미국 등 선진국에 의료기술을 배우러 갔다. 그런데 지금은 그 판도가 바뀌었다. 오히려 세계 각국의 의료진이 우리의 의료기술을 배우러 올 정도로 우리의 의료 수준은 높아졌다.
작성일 : 2025.06.23 04:54 수정일 : 2025.06.23 05:02 작성자 : 에디터 박세미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 우위는 우리 대학입시 배치표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소니와 경쟁에서 이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1980년대의 한국의 대학입시 배치표에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일본에서는 30년 전에 이공계 기피현상이 일어나 핵심기술 역량이 붕괴된 것이 그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왜 의료산업이 블루오션인가?
한 시대의 발전방향은 그로부터 10년이나 20년 전 대학의 인기학과와 관련이 많다. 한국이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이룩한 전자산업 발전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이 이룬 컴퓨터, 반도체, IT 등 전자산업의 성장동력에 대한 해답은 1980년대의 대학입학 자연계열 배치표에 나와 있다.
< 1983학년도 자연계 대입 배치표(한국일보, 1983년 1월 6일 입시사정표) >
311 - 서울대 전자공
310 - 서울대 기계공, 의예과
304 - 서울대 전산, 제어계측, 치의예과
300 - 서울대 항공, 건축, 기계설계, 금속, 전기
296 - 서울대 화공, 무기재료, 원자학, 토목, 약학, 연대 의대
294(점) - 서울대 자연IV, 수학교육, 자연V, 물리교육, 연대 치의예···
1983학년도 배치표를 보면, 자연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기계공학과이고, 그 뒤를 서울대 의예과가 잇고 있다. 연세대나 고려대, 카톨릭대, 경북대 의대는 한참 뒤에 있다. 이 시기에는 공과대학에 인기학과가 몰려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IMF이후부터 변하기 시작한다. 일본에서 일찍이 일어났던 이공계 기피현상이 2000년대에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의대 쏠림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유는 이공계 출신의 일자리 문제도 있지만,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데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대 쏠림현상은 자연계 대학입시 배치표에 확연하게 드러난다.
< 2009학년도 자연계 대입 배치표(2008년 12월 학원에서 작성한 대입 배치표) >
392 서울대 의예과
391 성균관대 의예과 연세대 의예과
385 경희대 한의예과 고려대 의예과 아주대 의예과 연세대 치의예과 중앙대 의예과 한양대 의예과
375(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전기공학부컴퓨터공학부 화학부 자유전공학부 화학생물공학 부 생명과학부···
위의 배치표에서 보듯이 의과대학이 앞 순위를 차지하고 그 뒤쪽에 서울대 공과대학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우수한 이공계 지망생은 의예과에 진학하고, 공학계열에는 그 보다 낮은 학생이 진학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우수한 인재에 속하는 의사들이 매년 3,000명씩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미래 세계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산업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 산업 중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가 의료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의료산업은 메디컬, 바이오, 헬스케어 등 그 범위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왜 의료 메디컬 케어는 산업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가? 기득권 세력이 있어서 각종 바이오 등에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의료산업을 미래의 핵심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의료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는 복지차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고, 미국의 경우는 산업차원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는 이를 절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복지 의료와 산업 의료를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공공복지 개념의 의료 시스템은 철저하게 보장하면서,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투자형 개방병원을 허용하고 외국인의 의료관광에 대비하여 민간 보험 시스템을 산업의료 측면에서 구축하여야 한다.
의료관광 활성화와 병원 해외수출, 의료기기 산업의 육성은 우리에게는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에 못 지 않는 거대산업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세계 최강의 우수한 의료 인력이 넘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의료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은 관련 규제를 대폭 정비하는 것이다. 먼저, 현재 원격 진료나 조제를 일부만 허가하고 있는데, 이를 전향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둘째,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고, 최첨단 의료장비를 도입하는 등 시설투자가 확대된다. 셋째, 해외 의료기관의 국내 진입규제를 조정해야 한다. 넷째, 국내 병원의 해외진출 규제도 풀어야 한다. 국내 병원이 해외로 나갈 때 자본조달 문제 그리고 현지에서 생긴 소득의 국내 이전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터주어야 한다. 다섯째, 국내의 우수한 의술을 활용한 외국인 의료 관광을 활성화하려면 민간의료 보험을 허용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리가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의료산업 분야를 알아보자.
20년 전만해도 우리는 미국 등 선진국에 의료기술을 배우러 갔다. 그런데 지금은 그 판도가 바뀌었다. 오히려 세계 각국의 의료진이 우리의 의료기술을 배우러 올 정도로 우리의 의료 수준은 높아졌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대 분당 병원이다. 디지털 진료의 메카로 통한다. 모든 진료가 전자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의료진이 병원 밖에서, 해외에서도 스마트폰으로 검사정보와 CT·MRI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즉시진단, 즉각처치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스웨덴, 데마크, 오만, 쿠웨이트의 의사와 보건분야의 공무원들이 견학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첨단 의료기술의 수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모스크바시 보건국 소속 전문의 250명이 교육비 10억 원을 내고 서울대 분당병원에서 의료기술 연수를 받았다.
한국 방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관광 산업의 전망도 밝다. 치료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외국인 환자의 국가별 분포를 보면,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몽골 등이다.
한국이 의료관광 산업에 집중 투자하여 그 경쟁력을 높인다면 의료관광객 200만 명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몇 십조의 생산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기기 분야도 유망한 산업분야이다. 2013년 기준으로 세계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3,000억 달러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규모와 맞먹는다고 한다. X-Ray 촬영 같은 단순장비에서부터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같은 고부가 가치의 의료기기 시장이 있다.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미래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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