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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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진급제도에 관한 논란과 그 실체

병 인사관리 훈령의 개정은 우리 사회의 큰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제도적 후속조치이다.

작성일 : 2025.06.12 09:15 수정일 : 2025.06.12 09:38 작성자 : 백자성 (js25172@newssisun.com)

1월 6일, 논산에 위치한 육군훈련소에서 진행된 2025년 첫 현역병 입영행사 장면. 이들은 훈련과정을 통해 전투원으로 성장함으로써 진정한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사진: 육군본부 홈페이지]
 

   국방부는 지난 4월 1일, 병 인사관리 훈령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통해 의견을 들은 후 4월 30일부로 훈령 제3042호로 발령했다. 이번 개정안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 진급 지연 가능 기간을 명시한 제22조 제4항이다. 이 조항에 의하면, 병의 진급 선발 제한 사유를 제외한 이유로 진급심사에서 비선되어 진급이 지연되는 경우에 한해 전역 해당월에 상등병으로 진급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진급심사에서 계속하여 비선되면 전역월 이전까지 일병으로 복무할 가능성도 있다. 이 외에도 병 복무간 처벌기록을 전역일에 말소 처리하는 제37조가 새롭게 반영되었다. 

   국방부는 병 진급 시행 간 지연 가능 기간을 명시하여 실질적인 진급심사 시행 및 병 성실복무를 유도하며, 병 복무 중 받은 처벌기록에 대해 전역일에 말소함으로써 의무복무 만료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이번에 병 인사관리 훈령을 개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실제 훈령 제22조 4항의 적용 대상자는 전투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지 못한 병사로 극히 한정될 것이다. 군은 계급에 따라 직책이 부여되므로, 상위 직책에 상응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인원을 진급시키지 않는 방침은 군의 전투력발휘 측면에서 합리적인 조치이다.

   국방부의 병 인사관리 훈령 개정안이 알려지자 이에 대한 논란이 만만치 않다. 지난 5월 28일, 하나뿐인 아들을 군에 입대시킨 평범한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시민이 국회전자청원을 통해 "국군 장병 진급누락 제도 반대에 관한 청원"을 올렸다. 6월 11일 현재 55,000명 이상이 이 청원에 동의하여 국회국방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는 상태이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나라의 부름을 받아 최선을 다해 국방의 의무를 신성하게 수행하는 병사들의 사기저하 및 병 상호간 혼란을 야기하는 불편부당한 제도"라는 게 청원의 핵심이다.

   이러한 사실의 보도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대체로 청원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한쪽으로 치우치진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언론보도에 병 진급과 관련한 핵심사실이 빠져 있다. 엄밀히 얘기해 지금까지 군에 자동진급이란 개념은 없었다. 단지, 진급을 누락시킬 수 있는 횟수가 계급별로 제한되어 있었을 뿐이다. 육군의 경우 매월 중대장 책임하에 위원회를 열어 진급여부를 심사한다. 여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가 교육훈련 수준이다. 그렇지만, 심사에 적용되는 기준이 아주 기본적인 수준이다 보니 사고만 치지 않으면 거의 자동으로 진급할 수 있었다.

   둘째, 국방부의 병 인사관리 훈령 개정의 배경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이 없다. 병사들의 군 복무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는 헌법 제 39조와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라는 병역법 제 3조에 근거하고 있다. 국민주권 국가에서 국가와 개인 간 상호 의무에 관한 사항이다. 그래서 헌법의 같은 조항에서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국가 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사실, 복무가산점제나 병 급여 인상 등도 이러한 국가의 의무 이행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군 복무에 관해 이러한 합리성이 부여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접근은 다분히 정서적인 경향이 강했다. 이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만은 없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문화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청원인이 표현한 대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좋든 싫든 학업과 생업을 중단하고 군 복무를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꽃다운 나이에 군에 간 젊은이들에게는 항상 국민의 측은지심이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군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고생인데 규정 좀 어겼다고, 법 좀 어겼다고 곧이 곧대로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얼차려로 갈음하거나 큰죄만 아니면 영창에 보내는 정도로 처벌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진보하면서 이러한 문화와 인식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정확이 언제부터라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그러한 변화는 이미 우리 군의 병영에서 주류가 되어 있다. 그래서 창군이래 전통적으로 운영되던 영창이 몇 년 전에 폐쇄되었고, 군기교육의 시행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육군에서 병 진급심사를 시행한 지는 이미 20년이 넘었으며, 조기에 진급시키는 제도도 있다. 국방부의 표현대로 병의 성실복무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과 채찍의 도구였다. 그럼에도 제도적 시행이 미진했던 데는 군 복무에 대한 합리적 접근이 성숙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임무의 특성 상 군 조직은 당근만으로 유지될 수는 없다. 적절한 채찍도 필요하다. 전투에서 요구되는 집단능력은 취약성(Weak Point)의 최소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와 병영의 인식이 제도적 합리성에 근접해 있다는 차원에서 이번 국방부의 조치가 평가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큰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제도적 후속조치인 셈이다. 병 복무간 처벌기록을 전역일에 말소 처리하는 훈령 제37조도 마찬가지다. 복무 간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군 복무의 특성을 감안해 전역일에 그 처벌기록을 말소함으로써 일반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다만, 고도의 의무가 요구되는 공무원 등을 선발할 때는 그 기록을 제공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이행 역량 유지에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국방부와 군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군의 존재 목적을 방기한 집단적 직무유기와 포퓰리즘으로 크게 비판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할 수 있어야 우리가 국민주권 국가의 성숙한 선진시민이 되는 것이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일류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의 애틋한 마음과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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