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전략적 상황에 대한 주도면밀한 검토과정이 있어야 하겠지만, 위기와 기회는 늘 함께 오는 법이다.
작성일 : 2025.06.01 02:57 수정일 : 2025.06.07 10:09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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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Shangri-La Dialogue)에서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헥세스(Pete Hegseth)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재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
제이비어 브런슨(Xavier T. Brunson)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5월 27일(이하 현지 시간)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최근의 주한미군 감축설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제게 전화해 그런 이야기를 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모든 것이 논의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약 4,500명을 철수시키고, 이들을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기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이후 이에 관한 한국 내 관심과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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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 철수 관련 주요 언론보도 타임라인 |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 한국 석좌 빅터 차(Victor Cha)는 5월 30일, 그의 유튜브 방송에서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우리는 미 국방부와 군에서 심각하게 검토 중인 문제라고 본다. 한반도보다 대만 위기 대응으로 군사력의 초점을 맞추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전환은 북한에 좀 더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고 오판을 이끌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연구센터(USSC, 호주)의 마이클 그린(Michael J. Green)은 한국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비하여 능동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미국 행정부들이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했던 사례들을 언급하며, 한국이 자주국방 능력을 강화하고 외교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역할 변경에 관한 일련의 보도와 논의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 이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재조정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Shangri-La Dialogue)에서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헥세스(Pete Hegseth)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재조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2027년까지 대만 침공에 대비하라는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따라 중국이 군사 훈련과 무력 시위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실질적이고 임박한 위협"으로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동 및 유럽에서의 군사 자원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치하여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하며, 이러한 전략적 재조정이 미국 국방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였다.
현재 미군은 유럽에 약 84,000명, 중동에 45,000명, 한국에 28,500명, 일본에 53,000명이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경우에는 중국의 위협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이기 때문에 향후 더 강화될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유럽이나 중동의 일부 미군병력이 일본이나 필리핀, 괌 등으로 재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헥세스 장관은 주한미군에 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다른 지역으로의 재배치 가능성보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역할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교롭게도 언론에 보도된 4,500명이라는 규모가 미군이 한국에 순환배치하는 스트라이커여단(SBCT)의 규모와 같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미국은 이 부대의 역할을 조정하여 남중국해, 더 구체적으로 대만해협에서의 우발상황에 대비하려 할 것이다.
주한미군의 철수든 역할의 조정이든 한국의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이는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우발상황을 억제하고 미군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한국에 더 많은 국방비 지출을 요구할 것이다. 이미 헥세스는 이번 상그릴라 대화에서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국방비를 GDP의 최대 5%까지 증액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항할 수 있는 아시아 동맹국들의 집단방위(Collective Defense) 역량을 강화하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한국에 있어서는 북한의 현존하는 위협에 대한 자체 대응역량 강화 요구가 동시에 내포되어 있다. 우리의 전략적 안보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인도-태평양전략에 있어 미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핵심 파트너는 영국, 호주, 일본, 인도이다. 지정학적으로 영국, 호주는 대중국 봉쇄를 위한 외부 고리(Outer Circle)의 핵이고 일본, 인도는 내부 고리(Inner Circle)의 핵이다. 한국은 경계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그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는 존재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우려는 곧 한미동맹체제에서 미국의 방기(放棄, Abandonment)에 대한 우려와 연결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 내부에서 끊임 없이 이어져 온 우려이기도 하다. 신냉전이라는 지금의 상황이 그러한 우려를 더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이 독자적인 안보를 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은 대한민국의 전략적 역할을 우리 스스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 유사시에 동맹국인 미국과 역내 파트너국들의 연루(連累, Entrapment)를 기정사실화해야 한다. 전략적 역할의 확대란 지정학적 경계지대를 전략적 핵심국가로 승격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역내에서 형성되고 있는 미국 주도의 집단방위체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한 때 한국에 QUAD Plus 형태의 협력 확대를 제안해 온 적이 있으나,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상반되었다. 국민의 정서도 양극화되어 있다. 이러한 국내 상황의 특성이 우리의 전략적 역할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역내에서 우리의 전략적 역할이 확대되면, 안보와 관련한 여러 전략적 옵션에 있어 우리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여건도 개선될 것이다. 핵잠재력의 확보, 우주분야의 협력 확대,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 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주도면밀한 검토과정이 있어야 하겠지만, 위기와 기회는 늘 함께 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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