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잘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대답만 할 줄 아는 나라는 대개 후진국이다. 대답은 과거에 머물게 하고, 질문은 미래를 연다.
작성일 : 2025.04.09 01:02 수정일 : 2025.04.09 01:26 작성자 : 정치에디터 박세미
대답만 잘하는 바보? ··· 질문 잘하는 사람이 새로운 장르를 만든다. 그래야 선진국이다.
사람들은 군중들 속에 섞여서 눈에 보이는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나마 시대에 책임을 발휘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은 번잡한 일상 속에서도 군중들의 욕망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그 흐름을 파악한다. 그래서 그 흐름을 하나의 관념으로 포착하고, 그 포착된 관념이 구체적으로 적용되어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형성한다.
관념적인 포착은 자기 자신만의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시작된다. 호기심과 궁금증은 이 세계의 어느 누구와도 공유되지 않은 자신만의 것으로, 매우 고유하고, 비밀스럽고, 사적인 내면의 활동이다. 호기심이 발동할 때 그리고 궁금증이 동하게 될 때, 자신에게만 있는 고유한 힘이 생겨 인간은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게 된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이런 사람을 우리는 독립적인 주체라고 한다.
독립적인 주체들은 대답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질문을 한다. 대답은 ‘우리’ 속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반면에 질문은 ‘우리’ 로부터 이탈한 독립적인 주체들만이 한다.
대답이란 이미 있는 지식이나 이론을 그대로 먹어서 누가 요구할 때 그대로 다시 뱉어내는 일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대답을 하는 사람은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 한다. 대답을 잘 하는 사람은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이론이 지나가는 중간 역으로만 존재한다.
대답을 할 때 그 주도권은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지식과 이론에 있게 된다. 대답의 공간에서는 ‘우리’가 ‘나’보다 훨씬 강하다.
대답에서는 지식이나 이론의 ‘원래모습’을 그대로 뱉어내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런데 ‘원래모습’은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 ‘과거’이다. 대답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주로 과거를 따지는 일에 더 몰두한다. 또 ‘원래모습’을 중시하다 보니 그것을 강력한 기준으로 사용하여, ‘원래모습’에 맞으면 참으로 분류하고, 그렇지 않으면 거짓으로 분류한다. 진위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그래서 질문보다는 대답을 하는 사회에서는 모든 논의가 과거의 문제에 집중되어 버리거나, 진위 논쟁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최진석은 대답과 질문은 완전히 다르다고 역설한다. 질문을 하려면 우선 궁금증과 호기심을 발동해야 한다. 궁금증과 호기심은 다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자신만의 것이다. 궁금증과 호기심이 자기 안에만 머물지 않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일, 이것이 바로 질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결국 질문할 때에만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 이 고유한 존재가 자신의 욕망을 발휘하는 형태가 바로 질문이다. 그래서 질문은 미래적이고 개방적일 수밖에 없다. 대답은 우리를 과거에 갇히게 하고, 질문은 미래로 열리게 한다.
이제는 장르→선도력→선진국을 살펴보자. 선진국은 말 그대로 먼저 앞으로 나가는 나라다. 이에 비해 후진국은 뒤따라가는 나라다. 선진국이 선도하려면 선도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선도력이라고 한다. 이런 선도력이 없는 채로는 결코 앞서서 나갈 수 없다.
그렇다면 선도력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우선적으로 남들보다 앞선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물건이든, 제도이든, 혹은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간에 다른 나라에는 없으면서 우리 자신들에게만 있는 고유하고 앞선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물건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자동차를 잘 만들어서 수출까지 하지만, 자동차라는 것 자체를 처음 시작하지는 못했다. 핸드폰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새로 만들어서 이루는 일정한 범위를 ‘장르’라고 한다. 선진국은 바로 이 ‘장르’를 만든다.
장르를 만들면 그 장르가 새로운 산업이 되어서 경제적인 성과를 이루고, 경제적인 성취가 힘을 형성하여 앞서 나가게 된다. 이렇게 장르→선도력→선진국으로 연결된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선도력은 새로운 ‘장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게 됐다. 그렇다면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는 근원은 무엇인가? 바로 ‘질문’하는 힘이다. 질문 주변에 머물면서 질문과 함께 작동하는 것이 모험, 도전, 탐험, 개척 등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질문을 잘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대답만 할 줄 아는 나라는 대개 후진국이다. 대답은 과거에 머물게 하고, 질문은 미래를 연다.
선진국 수준의 삶을 영위하게 하는 선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장르’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장르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질문’의 힘을 내면화해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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