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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일(현지시간)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NATO 외교장관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마르코 루비오의 X 게시물에서 캡처] |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부로 대한민국의 제 20대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2017년 3월 10일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지 8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어떤 의미로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헌정사에 중요한 흔적을 남길 것이고,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함성의 전쟁을 치른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탓에 후유증 또한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두달 후엔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남겠지만, 대한민국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설 것이다. 하지만, 이 두달이란 시간이 성장통을 겪는 소년의 꿈처럼 아득하게 멀리 느껴지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지난 3월 29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장관이 서명한 내부 지침서인 '임시 국가방위전략지침(Interim National Defense Strategic Guidance)'이 국방부에 배포되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이 문서에서 중국을 주요 위협으로 지목하며, 대만 침공을 저지하고 본토를 방어하는 것을 최우선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중동, 동아시아 지역에서 동맹국들이 방위 부담을 더 많이 지도록 압력을 가하고, 자원을 대만 방어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의 위험을 감수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략적 맥락은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이 2023년에 발표한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더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4월 1일, "동맹들이 인도-태평양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을까?"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 오브라이언(Phillips P. O’Brien)은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문제와 같은 지역적 갈등에서 미국의 동맹국들이 전쟁에 얼마나 기여할지를 고려해야 하며, 일본과 호주 등의 주요 국가들이 실제 전쟁에 얼마나 참여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미국의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동맹국인 러시아와 북한은 결속력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서로에게 상당한 자원을 제공할 의지가 더 높아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비하여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는 있으나 크게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4월 3일,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열린 NATO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은 그의 X 계정을 통해 "그렇게 복잡한 문제는 아닙니다. 중국은 우리의 안보와 번영을 위협합니다. 오늘 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의 회의에서 우리는 이 지역이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무역 정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우리의 안보는 그것에 달려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인도-태평양에서의 중국의 봉쇄를 미국의 핵심이익을 넘어 사활적 이익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3월 27일, 인도의 Firstpost는 인도양의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에 미군의 장거리 폭격기가 전개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현재 디에고 가르시아에는 최소 7대의 B-2폭격기와 칼빈슨 등 2개의 항모전단, C-17수송기 등이 배치되고 있다. 추가로 전개된 B-2폭격기 중에는 오산기지에 배치되었던 자산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러한 전력의 전개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멘의 후티반군에 대한 공격뿐 아니라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4월 4일, 국내 언론들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하여 한미 군 당국이 최근 주한미군에 배치된 패트리엇 전력 중 2개 포대를 중동으로 옮기는 순환 배치 방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주한미군은 측은 “순환배치 일환으로 한국의 인력과 장비를 일시적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외교가에서는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의 신호탄 아니냐는 우려섞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하여, 미 CSIS의 빅터 차(Victor Cha)는 최근의 한 기고문에서 한국은 현재 정치적 위기로 지도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중요한 외교적 이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언급하며 한국의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서 소홀히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의 정치적 혼란이 미국과의 동맹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안보와 국제적인 위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을 축으로 하여 대만해협을 포함한 남중국해, 중동, 유럽 등에서의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대부분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다. 정상적인 국내정치 상황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민하게 대응해도 부족할 형편인데, 우리는 현재 국내정치 문제로 인해 아예 관심을 가질 여력도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물론, 정부의 관계부처에서 기본적인 대응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국가적 역량으로 아우를 구심점이 없으니 그 대응이 온전치 못할 것임은 분명하다. 또다시 2개월이란 시간을 기다리기가 버거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