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량을 통해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거나 한미동맹의 비대칭성을 상쇄할 수 있는 여지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작성일 : 2025.03.28 04:00 수정일 : 2025.03.28 10:06 작성자 : 백자성 (100j-star@newss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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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다롄 조선소(Dalian Shipyard). 이 조선소는 상업용 선박뿐만 아니라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지원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군함 건조 능력은 중국 해군 현대화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사진 : Chaina Defense Blog에서 캡처] |
미국의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3월 25일 "선박 전쟁(Ship Wars): 중국의 이중 용도 조선 제국에 맞서다"라는 특별 보고서를 발간했다. 푸나이올레(Matthew P. Funaiole) 등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조선업 분야에서 중국의 "군민융합" 전략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경제 및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상업용 선박과 군함을 동시에 건조하는 "이중 용도 조선업"을 통해 해군력을 현대화하고,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외국 기업들이 중국 조선소에서 선박을 구매하거나 핵심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의도치 않게 중국의 해군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조선 산업에서 확고부동한 선두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해안을 연해 분포한 300개가 넘는 조선소가 매년 세계 상업 선박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2000년 세계 총량의 5%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53% 이상으로 급증했다. 글로벌 조선업에서의 경쟁국인 한국과 일본의 합산 점유율은 같은 기간 동안 74%에서 42%로 떨어졌다. 중국은 글로벌 조선업에 대한 독점권을 굳건히 할 태세이며, 새로운 수주량을 감안하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시장 점유율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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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조선산업 성장 추이. 이러한 추이는 워싱턴이 경각심을 갖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의 고위 정치 및 군 지도자들은 중국의 우세한 해상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조선업의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그림 : Ship Wars 보고서에서 발췌] |
중국의 조선소는 세계 무역에 동력을 제공하는 상선을 건조하지만, 많은 조선소는 중국의 빠르게 확장되는 해군을 건설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이는 중국의 “군민 융합(MCF, Military-Civil Fusion)” 전략의 논리로, 상업과 방위 부문 간의 장벽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MCF 전략의 일환으로 많은 중국 조선소는 의도적으로 군사 활동과 상업 활동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전시에는 상업 생산 설비를 해군 생산으로 전환하여 군함을 생산하고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하이의 창싱(Changxing) 섬 조선 기지에서는 수십 척의 상선과 수상 전투함이 거대한 시설에 흩어져 한꺼번에 건조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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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싱(Changxing) 섬 조선기지. 이 조선소는 중국의 "일류 해군" 건설 임무를 맡은 중국국영조선공사(CSSC, China State Shipbuilding Corporation)가 운영하고 있다. CSSC는 중국의 연간 선박 건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 CSIS 홈페이지 캡처] |
조선업에서의 커다란 성과는 중국의 군사 및 경제력 성장을 뒷받침하면서, 핵심 산업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보를 훼손할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대규모 선박 구매와 기술 이전이 중국 해군의 현대화를 가속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GTT의 LNG 설계 기술, 독일 MTU 및 프랑스 SEMT Pielstick의 디젤 엔진, 영국의 가스터빈 기술 등은 중국의 현대식 군함 건조에 사용되었다. 이에 힘입어, 중국은 단 몇십 년 만에 해군을 소규모 연안군에서 세계적 영향력을 갖춘 광대하고 현대적인 함대로 변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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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해군과 인민해방군(PLA) 해군의 함정 수 변화 추이.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PLAN)은 이미 함선 수 기준 세계 최대의 해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 년 안에 미국 해군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 Ship Wars 보고서에서 발췌] |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은 7가지의 정책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외교·안보를 포괄한 다차원적 억제 및 대체 전략이다.
① 중국산 선박에 대한 차등 부두 접안 요금 부과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 중국 건조 선박(특히 CSSC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에 대해 가중 요금을 부과하여 수요를 억제하고 중국의 수익을 감소시키는 전략
② 미국 자본의 중국 조선기업 투자 차단
CSSC 및 그 계열사에 대한 투자 금지 및 금융 제재 강화, 블랙리스트 확대를 통해 미국 자본이 군사력으로 전환되는 경로 차단
③ 지속적 모니터링 및 유연한 제재 집행
민간 조선소도 군사 전환 가능성이 있어, 실시간 정보 기반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 위험등급 분류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
④ 동맹국과의 외교적 공조 강화
한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우방국이 중국 조선소 의존을 줄이도록 외교적 설득 및 유인 제공 (예를 들어 보조금, 기술협력)
⑤ 미국 내 조선 산업에 대한 전략적 재투자
부두 요금 등의 수익을 미국 조선소의 생산 기반 강화에 재투자하여 장기적으로 군수 및 상선 생산역량 회복 유도
⑥ 외국 기업의 미국 조선산업 투자 유도
일본, 한국, 유럽 등의 조선 선진국 자본을 미국 조선업에 유입시켜, 공동 기술 개발 및 고용 창출 도모
⑦ 미국과 동맹국 간 조선 능력 공동 확충 (Friendshoring)
일본, 한국, 유럽 등과 기술 공유 및 공동 생산체계 구축. 특히 친환경 선박 등 차세대 분야에 초점을 맞춘 기술 투자 권장
이 중 일부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행정명령 초안에 따르면,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하거나 중국산 크레인을 사용할 경우 최대 150만 달러(약 22억 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또한, 미국이 최근 한국 정부에 올해 미 해군 군함 5, 6척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를 국내 조선업체에 맡기고 싶다는 뜻을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내에서는 경제, 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우려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처한 여러 전략적 환경을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의 역량을 통해 협력을 확대해 나가거나 한미동맹의 비대칭성을 상쇄할 수 있는 여지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같은 공간에서 선택을 기다린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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