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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0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의 석유가 풍부한 지역을 통제하고 있는 시리아민주군(SDF)이 시리아의 새로운 국가기관에 통합하기로 합의한 협정에 서명한 후 주민들이 축하하고 있다. ⓒ Reuters |
지난 3월 10일 월요일, 시리아의 임시 대통령 아흐메드 알 샤라(Ahmed al-Sharaa)와 쿠르드족이 주도하는 시리아 민주군(Syrian Democratic Forces, SDF)의 사령관 마즐룸 압디(Mazloum Abdi)는 SDF가 통제하는 동북부 지역의 민간 및 군사 기관을 다마스쿠스 정부의 국가 기관에 통합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시리아 국영통신사인 SANA에 따르면, 이 협정은 "쿠르드족 공동체를 시리아 국가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인정하며, 시리아 국가는 쿠르드족의 시민권과 모든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하기로 했다. 또한 SDF가 장악하고 있는 "국경 검문소, 공항, 유전 및 가스전을 포함한 시리아 북동부의 모든 민간 및 군사 기관을 시리아 정부 행정부에 통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협정은 올해 말까지 이행될 예정이나 SDF의 군사작전을 시리아 국방부에 어떻게 통합할지는 아직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3월 6일(이하 현지시간) 이후 실권한 알라위파의 심장부로 알려진 라타키아(Latakia)와 타르투스(Tartus)를 포함한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 시리아의 새 정부군이 지역의 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해 벌인 전투에서 수백 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에 있는 시리아인권감시소는 이 전투에서 민간인 745명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 여성, 어린이, 노인으로 구성된 수백 명의 민간인이 흐메이밈(Hmeimim)에 있는 러시아 공군기지로 피신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한편,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3월 9일시리아 정부에 "이 학살의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하며 "미국은 시리아의 기독교인, 드루즈족, 알라위파, 쿠르드족 공동체를 포함한 시리아의 종교적, 민족적 소수자들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8일, 세습 독재자 아사드가 정권을 붕괴시킨 이후 들어선 시리아의 새 정부는 미국 정부가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수니파 이슬람주의 분파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구성원들에 의해 구성되었다. HTS는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인 알 누스라에서 결성되었며, 미국은 HTS를 테러 단체로 계속하여 지정했 왔다. 하지만, HTS가 시리아를 장악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HTS 지도자 아흐마드 알 샤라에 대한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철회하고 새로 권력을 잡은 군벌과 회담하기 위해 특사를 보냈었다. 사실 미국은 이라크의 북부와 시리아의 동부를 점령하여 국가를 자처했던 극단적 수니파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의 재건을 차단하기 위해 SDF를 지원해 왔다. 따라서, HTS에 대한 미국의 비적대적인 반응은 당시 다소 의외였다.
한편, HTS가 짧은 시간에 다마스쿠스를 점령하여 아사드 정권을 축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튀르키예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튀르키예가 HTS를 지원함으로서 자신들의 땅에 정착하고 있는 300여 만명의 시리아 난민과, 자국민의 20%에 육박하는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SDF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실제로 튀르키예는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한, 러시아는 유럽과 북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해군과 공군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왔었다. 아사드 정권이 몰락한 이후에도 러시아는 시리아내 군사기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시리아 새 정부의 전략적 입장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란은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를 유지하기 위해 시아파 이슬람의 소수 분파인 알라위파의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왔었다. 따라서, 이란에게 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하마스, 헤즈볼라의 몰락과 함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리아와의 완충구역인 골란고원 지대를 장악한 이스라엘은 완충지대를 시리아 남부지역으로 점차 확대해 나가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3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한 행사에서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남부에 무기한 주둔할 계획이며, 다마스쿠스 남쪽 지역이 비무장화되기를 원한다"라고 밝히면서 ""우리는 HTS군이나 새로운 시리아군이 다마스쿠스 남쪽 지역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토 내의 하마스 위협을 제거하고 레바논 남부지역의 위협이었던 헤즈볼라의 위협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이스라엘은 향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위협에 대비해 시리아와의 완충구역을 북동쪽으로 더 확장하여 견고히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시리아 전체가 과격 원리주의 세력에 의해 지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을 모색하려 한다는 일부의 보도도 있다.
이라크는 2003년 이후 시아파 이슬람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소수파이긴 했으나 수니파 이슬람이 이라크를 지배하고 있었으나, 2003년 이후 수니파 지도자들은 이라크의 정치적 과정에서 배제되었고, 이는 이슬람 국가(ISIS)와 같은 극단적 수니파 무장 세력이 부상하는 결과를 초래했었다. 시리아 내에서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가 견고해지면 이라크의 종파적 권력구조를 다시 2003년 이전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강화될 수 있으며, 이는 이라크에서 또다른 분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일부 전문가들은 다음 번 중동의 긴장은 이라크에서 폭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란의 입장에서는 힘에 부치지만 관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또다시 소모를 강요당할 수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리아 임시정부와 SDF의 전략적 제휴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슬람 원리주의 HTS의 순도를 SDF를 통해 저하시킴으로서 테러의 위협을 감소시키면서, 시리아에서 확대되고 있는 튀르키예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상태에서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라크에서의 종파적 갈등의 증폭은 결과에 상관 없이 이슬람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미국보다는 이스라엘의 항구적 안보에 더 큰 이익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이 러시아의 어부지리이다. 아사드 정권이 붕괴될 때만 해도 시리아의 러시아군 기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여러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계속하여 유지되고 있다. 또한, 상황이 악화될수록 이란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최근 프랑스가 아프리카에서 군사기지를 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시리아의 해군기지와 공군기지만 계속 유지하더라고 북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매우 유리한 상황하다. 여기에는 지중해에서의 영향력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황당한 상상력으로 치부될 수 있겠지만, 북아프리카와 지중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는 유럽을 남쪽에서 전략적으로 포위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유럽의 동진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과 동시에, 대유라시아주의를 지향하는 러시아의 전략문화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현재의 시리아를 국제정치의 현장학습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