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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군 전차를 공격하기 위해 재래식 박격포탄을 탑재하고 비행 중인 우크라이나군의 드론들 ⓒ GETTY IMAGES/CSIS |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와의 정상회담이 파행되면서 양국 간 광물협정이 타결 직전 불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지원 중단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며 우크라이나 압박에 나섰다. 외교상 유례가 없는 파행 이후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되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으나 우크라이나 현지 시간으로 3월 4일 오전 3시 반에 미국의 모든 군사 원조와 물자 수송은 이미 중단되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정보 공유를 중단한 직후 쿠르스크의 러시아군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으며, 최전선에서는 상당수의 북한군이 러시아 드론부대와 합동 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되었을 때 국내에서는 러시아의 첨단군사과학기술 이전 가능성과 경제적 원조, 북한군의 실전경험 축적 등을 우려했었다. 이러한 우려가 일부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듯 하다. 최근 한미 연합연습인 자유의 방패(FS) 훈련에 즈음하여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는 북한의 발표는 러시아의 핵잠수함 기술이 이미 이전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쿠르스크에서의 반격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드론과 합동작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보도는 북한군이 파병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적 드론에 대한 대응이나 우군 드론과의 합동작전에 이미 익숙해져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의 드론기술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고려할 때, 북한군은 첨단기술이 적용된 드론을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유용원 의원은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인터뷰하고 귀국 후 “북한군이 돌격을 감행하고 자폭하는 모습을 본 우크라이나 특수군 사령부 장성이 ‘이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것 같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이러한 정신적 상태에 더하여 첨단 기술이 적용된 드론 등 무인체계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다면 우리 군의 입장에서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여 우리 군도 최근 몇 년간 드론봇전투단과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드론의 전력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선 부대에서는 전투용 드론이 아직도 먼 미래의 얘기에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을 명실상부한 핵심 전력으로 운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포로가 된 한 러시아 군인이 "전장에서 저는 우크라이나 군인을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우크라이나 군인을 제가 항복했을 때만 보았습니다"라고 실토할 정도로 우크라이나군은 전술적 수준에서 드론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드론을 실전에서 운용해 본 경험이 없는 우리로서는 전력화와 운용방법의 개발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 CSIS에서 3월초에 발간한 "AI 기반 자율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미래 비전과 현재 역량(Ukraine’s Future Vision and Current Capabilities for Waging AI-Enabled Autonomous Warfare)"이라는 보고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주로 기술적인 관점에서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인구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병력감축의 취약성을 상쇄하기 위한 방편으로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 군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드론과 관련한 몇 가지 사항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우크라이나군의 목표는 전투원을 전투에서 제외하고 자율 무인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제한된 병력을 보존하고 피로, 스트레스, 다양한 출처와 센서로부터 수집되는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융합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용량의 부족 등과 같은 취약성을 극복해야 할 필요성에서 설정되었다. 또한 이 목표는 AI 지원 기능을 포함한 첨단 기술의 채택, 획득 및 신속한 배치와 무인 시스템의 확장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의 군과 방위산업을 통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군이 2024년에 사용한 모든 무인 항공기의 96.2%가 국내에서 생산되었는데, 이는 군사적 목표에 따른 소요가 방위산업과 통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군은 모듈식 설계와 상호 교환 가능한 장비를 통해 다양한 임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소형 및 중형 1인칭 시점(FPV) 드론을 폭넓게 채택했다.
동일한 FPV 플랫폼에 급조폭발장치(IED), 다양한 센서 또는 신호 중계 장비를 추가하면 가미카제 드론, 정보감시정찰(ISR) 시스템, 중계 노드 등으로 변환할 수 있다. 구성 요소를 교체하여 다양한 임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이 모듈식 접근 방식은 FPV 드론을 최전선에서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자산으로 만들었다.
무인 플랫폼에 탑재된 AI 기반 자동 표적인식(ATR) 시스템을 활용하면 인간의 한계가 줄어들고 최대 2km 떨어진 표적을 추적할 수 있다.
장비 식별 및 물체 감지를 자동화함으로써 드론은 피로, 스트레스, 첨단장비 운용 병력의 숙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전투에서 표적인식 범위가 300m에서 평균 1km로, 최적조건에서는 2km로 확장되었다. AI 기반 소프트웨어는 또한 인간의 눈을 속일 수 있는 기만과 위장에 대응할 수 있다.
자율 항법은 드론 공격의 성공 가능성을 3~4배 높인다.
수동 제어는 운용자의 기술적 능력이 필요하고 전자전에 취약하며 안정적인 통신이 필요하다. 자율 항법 드론은 이러한 필요성과 취약성을 제거함으로써 목표물 교전 성공률을 약 10~20%에서 약 70~80%로 높였다. 특히, 목표물이 특정 지점이 아닌 일정한 범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될 때 자율 항법은 운용자의 기술 수준에 대한 요구를 감소시켰다. 또한, AI 지원 항법이 있는 무기체계를 더 많은 전투원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군은 몇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기체계를 획득하는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소규모 첨단 무기체계들도 전력화가 매우 더딘 편이다. 현대전의 총아로 떠오른 드론에 대해 벌써 몇년 전부터 여러 논의와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전적 수준에서 한정적인 전력화만 이루어졌을 뿐이다. 현재 전술적 수준의 드론 전력화는 매우 미진한 상태이다. 북한의 드론 운용능력을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으나, 분명 우려하고 대비할 필요는 있다. 우리 군도 다양한 전술작전용 드론을 빠르게 도입하고 효율적 운용을 위한 교리의 정립과 아울러 부대의 구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졸속(拙速)의 지혜를 빌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