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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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탄의 MILOVATION Issue] 전투효율성은 적절한 비용을 수반한다.

전투피복류의 품질은 전투효율성과 직결된다.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저품질의 제품이 군에 보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작성일 : 2025.03.06 11:49 수정일 : 2025.09.09 02:59 작성자 : 스파르탄(외부기고)

육군 제21보병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앞으로 보급될 신형 방상 내피와 외피, 기능성 방한복, 전투우의(왼쪽부터)를 실험을 위해 착용하고 있다.   ⓒ 국방일보




       그 동안 "군사 인플루언서 제언"으로 연재해 오던 기고문을 오늘부터는 "스파르탄의 MILOVATION Issue"란
       코너를 신설하여 게재합니다. (MILOVATION : MILitary+innOVATION)



  3월 4일 서울신문에는 "[단독] 안 쓰는 약품 테스트… 전투복 이상한 입찰"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전투복 품질 개선에 나선 육군이 입찰 성능시험에 한국군은 쓰지 않는 약품에 대한 내성 기준을 넣어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사이다. 육군이 특정 업체의 입찰만을 염두에 두고 입찰 기준을 과도하게 높였다고 주장하는 전투복 생산업체와, 전투복 품질 개선을 위한 정당한 조치로 관련 용역까지 거쳐 문제가 없다는 육군의 입장이 동시에 보도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양측의 입장을 공정하게 보도한 기사로 보인다. 하지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군 관계자나 업체관계자 중에는 이러한 보도가 어떤 배경에서 나왔으며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군에서 제시하는 사양을 충족하는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한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군이 특정 업체와 담합하여 의도적으로 높은 입찰기준을 제시했다는 의심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만약 사실이 그렇다면 군 관계자와 해당 업체 모두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래서 이러한 기사가 보도되면 감사기관이나 수사기관이 사업 자체를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사업이 지체되고 사업을 담당하는 군 관계자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조사를 받느라 곤욕을 치러야 한다. 대부분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개인으로서는 이미 정신적, 물질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되고 미래의 꿈이 꺾여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군이 업체와 사전 담합하는 사례가 아예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을 직접 경험하거나 주변에서 목격하게 되면 군의 사업담당자는 자신에게 또다시 그러한 사단(事端)이 일어날까봐 조심할 수밖에 없다. 직무를 수행하면서 위축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제품의 품질보다는 생산업체들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관례가 생긴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게 되면, 군은 품질은 제쳐두고 경제성만 따지는 최저가 낙찰제를 선호하게 된다. 업체는 업체대로 적정 이윤을 위해 최저가 입찰을 하는 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리거나 서로가 담합하는 행위가 잦아진다. 결국 업체는 적정 이윤을 가져가게 되지만, 피해는 저품질의 제품을 사용하는 군이 고스란이 떠안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리를 잘 아는 업체들은 자신들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공정한 경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정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언론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번 전투복 사업과 관련한 보도를 접하면서 먼저 우려를 하게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최근 육군이 진행한 4계절 레이어링 체계를 적용한 전투피복 전투실험에서 장병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는 해당 피복의 품질이 세계적으로도 손색없는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실험 결과를 기초로 육군은 장병들에게 최고의 전투피복을 제공하고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이번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그런데 아직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업체들이 입찰기준을 꼬투리 잡아 사양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과거 군에서 보급하는 전투화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군에 입대하면 무좀은 거의 패시브 스킬처럼 자연스럽게 따라왔고, 장병들은 고질적인 발 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업체인 트렉스타(Treksta)가 미국의 고어텍스(GORE-TEX) 기술을 연구 및 개발하여 방수·투습 기능을 갖춘 편안한 전투화를 군에 납품하였다. 이 전투화는 장병들의 발 건강을 보호하고 전투효율성을 높이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기존 전투화 보급체계를 유지하려던 군납 카르텔은 고어텍스가 적용된 기능성 전투화를 비판하면서, 국방부 장관에게 보내는 건의문을 신문에 게재하는 등 거세게 저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전투화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관련 규정에 따라 2012년부터 5년간 수의계약을 통해 군에 양질의 전투화를 납품할 수 있었다.

  하지만, 5년 간의 보장된 수의계약 기간이 끝난 2017년에 상황이 변했다. 납품업체로 새롭게 선정된 군인공제회와 전북무용촌 등은 고어텍스의 엄격한 품질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벤텍스(VenTex)라는 저품질의 기술을 적용한 대체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육안으로도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벤텍스의 원가를 고어텍스 수준으로 부풀려 실제보다 비싸게 군에 납품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원가 부풀리기 문제를 공식적으로 지적한 바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뉴스에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었다[하단의 관련 영상기사 참조]. 하지만, 당시 방위사업청은 문제가 없다며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우리는 실시간 정보가 엄청난 속도로 공유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그리고 육군이 또다시 최저가 낙찰과 원가 부풀리기라는 잘못된 관례를 따를 것인지, 전투효율성과 장병들의 건강 및 편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고 최고 품질의 피복을 제공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지를 많은 장병들이 우려섞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 외부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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